인도 배낭여행에서 나만의 버킷 리스트 발견
중국어 공부, 3명 출가 인재양성, 크루즈 가족여행
나의 진정한 행복, 성불제중 서원의 길에서 찾다

[원불교신문=강석준 교무] 나의 출가는 모건 프리먼과 잭 니콜슨이 주연을 했던 '버킷 리스트(Bucket list)'라는 영화를 본 것이 계기였다. 시한부 삶을 판정받은 두 주인공이 죽기 전에 하고 싶은 일을 목록으로 만들고 그것을 하나씩 이뤄가면서 끈끈한 우정을 쌓아가는 이야기다. 

이 영화를 보고 나니 모든 사람은 이들처럼 유한한 삶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잊고 있었던 사실을 깨닫게 됐고, 나도 나 자신만의 버킷 리스트를 만들어 그들처럼 실현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내가 이루고 싶은 것들을 담아낼 리스트를 작성하는 것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우선 내가 진정으로 좋아하는 일을 알기 위해서는 나의 가치관에 대해 정리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이를 위해 인도로 배낭여행을 떠나 나만의 시간을 가지며 많은 생각을 해봤다. 그리고 나만의 버킷 리스트를 작성했다.

이 리스트에는 영문학사 취득, 일본어 1급 따기, 국문학 전공하기, 가족과 함께 로마 여행, 이스탄불 여행, 중국 황산 여행, 스카이다이빙 해보기, 보스톤 마라톤 참석하기, 출가해 교무되기 등이 들어 있었다. 나는 지금까지 이 리스트의 90%를 달성했다. 최근에는 리스트에 중국어 공부하기, 3명의 출가 연원되기, 가족과 크루즈 여행하기를 새로 추가했다.

원불교를 처음 접하게 된 것은 같은 직장에 다니는 선배가 자신의 교당에 한번 놀러 가보자고 한 것이 계기가 됐다. 평소부터 친하게 지냈던 선배의 권유라 별 거부감없이 쉽게 따라 나설 수 있었다. 처음 가본 교당인데도 분위기가 낯설지 않았고, 선물로 받은 교전을 읽어 보아도 내가 평소 생각하는 가치관들과 많이 다르지 않은 것 같았다. 그후 선배가 다니던 교당에서 집에서 가까운 중곡 교당으로 옮겨 다니게 됐다.

나는 서울 시민선방과 수요 교사공부방을 참석하면서 공부심을 키워갈 수 있었고, 그 힘으로 직장생활 속에서 상사나 동료, 거래선과 부딪치는 수많은 경계들을 교법에 대조하면서  생활할 수 있었다. 특히 동료와 갈등이 있을 때 '미운 사람 봐 주는 것이 참 공부다'라는 법문으로 마음을 돌려 갈등을 해결했던 일이 기억에 남는다. 이처럼 교법에 대조하면서 20년 넘게 생활을 한 결과 처음에 목표로 했던 직장에서의 목표를 모두 달성할 수 있었고, 가족들과 회의를 통해 출가를 결정했다.

그러나 내가 한 가정을 책임지는 가장이었기 때문에 가족들이 자립 기반을 마련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 후 6년 동안 더 준비기간을 갖는 중 아내는 박사 과정을 마쳤고, 딸도 석사 과정을 마치고 결혼을 했다. 아들은 대학을 졸업하고 직장에 취직을 했다. 가족 모두 어느 정도의 자립기반을 갖추게 되니, 나는 좀 더 가벼운 마음으로 출가의 길로 나설 수 있었다.  

매슬로우라는 학자는 욕구 5단계 설을 통해 인간의 욕구는 기본적인 생리적 욕구에서 시작해 안정의 욕구, 소속의 욕구, 인정의 욕구, 자아실현으로 욕구가 점차 올라간다고 주장했다. 결국 진정으로 행복하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이 스스로를 인정할 수 있는 자아실현의 단계에 도달해야 한다는 이론인데, 이를 나의 경우에 비춰서 생각해보자면 내 자신의 진정한 행복을 위해서 '성불제중, 제생의세'의 서원까지 실현시키고 싶다는 마음으로 이 길까지 오게 된 것 같다.

우리 공부법이 처처불상 사사불공인데 굳이 재가출가를 구분할 필요가 있을까하는 생각도 해봤고, 주변의 만류도 있었다. 그러나 대종사가 '나이 40이 넘어가면 죽어가는 보따리를 챙기라'는 법문 말씀, 누구도 피할 수 없는 죽음을 마주했을 때, 1,000℃가 넘는 화장장의 열기를 이겨내기 위해서는 더 이상 출가를 늦출 수 없다고 생각했다.

원기101년 6월에 직장 생활을 정리하고, 같은 해 7월부터 영산선학대학교에서 1년 반 동안 공부를 했다. 원기102년 말 교무검정고시를 거쳐 출가를 하고 지금은 재정산업부 산하 원광제약에서 근무하고 있다.

/재정산업부 원광제약

[2018년 8월2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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