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북교구 고창교당 김경인 교도
교도로서 지켜야할 '사종의무'는 신앙의 근간
고창군 첫 여성 4급 서기관, 원공회 창립도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배롱나무, 그 붉은 꽃이 돋보인다. '수없는 꽃이 지면서 다시 피고, 떨어지면 또 새 꽃봉오릴 피워 올려' 백일동안 피는 꽃. 그렇게 한여름, 서로를 의지하며 피어내는 '환한' 꽃이 위안되는 취재길, 오늘 만남 또한 그리 위안될까.

고창교당 경타원 김경인(60·敬陀圓 金敬仁)교도. 단정하고 격이 있는 그의 모습, 상대를 맞이하는 공들임이 지극하다. 누구라도 마음다해 대해줄 것 같은 그. 원불교와의 첫 인연이 닿았던 것은 고등학교 2학년 꿈 많던 여고 시절이었다.

"원기59년에 입교했으니 올해로 44년이 됐습니다. 개학식 날 친구의 권유로 교당을 방문했는데, 그날 바로 입교원서를 작성했어요. 이후 지금까지 오직 한마음으로 교당을 다니게 됐지요." 입교한 해, 그는 20여 명의 학생들을 모아 학생회를 창립했다. 학교를 마치면 곧장 교당으로 향했고, 학교 선배들까지 합류해 학생회 법회를 봤다. 

"교당에 모여 노래, 시낭송, 성극 등을 준비해 제1회 연화의 밤을 개최했습니다. 예식장을 빌려 무대도 직접 꾸몄어요. 이웃 종교인들과 축구대회도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가늠해보면 고창교당에서 학생회가 제일 활발했던 시절, 그 중심에 그가 있었다. 무슨 연유가 있을까 싶지만, 그저 '교당이 좋았다'는 이유 하나다.

고창군청 주민복지실장으로 근무하고 있는 그. 40여 년 공직생활을 하면서도 교당 법회 참석을 일순위 삼았다. 학생회를 시작으로 그야말로 '오직 한마음'으로 신앙 수행을 하는 그는, 한 달 전 4급 서기관으로 승진했다. 여성공무원으로는 고창군 첫 서기관 승진이다. 

"법신불 사은님의 은혜입니다. 특히 원불교인으로서 큰 자부심을 갖습니다. 더욱 겸손한 자세로 지역사회와 원불교에 봉사하라는 소명으로 받들겠습니다." 승진 소감을 전하는 그. 시종일관 '원불교 교화 활성화에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을 다진다. 

사회복지 서비스 부서에서 민원인을 대하는 직원들에게 그는 '가장 큰 서비스는 민원인의 어려움을 끝까지 경청하고 공감해주는 일'이라고 강조한다. "민원인의 마음을 깊이 헤아려주는 일이 중요합니다. '해결되지 않는 일은 없다'는 긍정의 마인드로, 가능성을 가지고 민원인의 입장을 이해한다면 대부분의 민원이 해결됩니다. 이러한 일들이 낙원세상을 만들어가는 우리들의 역할이라 생각합니다." 

마음가짐은 성품으로 표현되는 법. 그는 고창군청에서 '원불교인'으로 익히 알려진 인물이다. '원불교'로 대변되는 그가 고창지역 원불교공무원회(원공회)를 조직한 것은 오히려 자연스러운 수순이다. "100년 성업을 앞두고 고창군청에 원공회가 만들어지면 지역 인지도는 물론, 교당 교화에 직간접으로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원불교에 입교했거나 평소 원불교에 우호적인 공무원을 만나서 원공회 취지를 설명하고 뜻을 함께 모았습니다."

그는 인연 있는 공무원 명단을 확보하고 창립법회 장소와 방법 등 구체적인 일정을 논의하기 위해 여러 차례 만남을 주선했다. '해야 될 일'에 대한 그의 정성은 원기100년 3월 원공회 창립법회로 결실을 맺었다. 현재 원공회는 12명의 회원이 매월 정기적으로 법회를 보고 있다. 고창교당 양인경 교무의 지도로 정전공부를 하고, 마음공부도 꾸준히 실천하고 있다. 고창지역 어린이 민속잔치 등 원불교가 주관하는 지역행사에 주인 역할을 하고 있는 것도 원공회 회원들이다. 

그의 교화동력은 일상에서의 신앙수행이 근간이 될 터. 그는 매일 새벽좌선과 기도로 하루를 시작한다. 40여 년 흐트러짐 없는 수행이다. "매일 부르는 '아침기도의 노래'를 좋아합니다. '오늘도 건강한 몸 맑은 맘으로, 오늘도 고마운 맘 고운 말씨로, 오늘도 좋은 세상 이루기 위해' 만나는 인연마다 선연 되기를 염원합니다." 

'아침기도의 노래'를 하루 삶의 공부 표준으로 살아간다는 그는 감사생활을 생활화하기 위해 '감사노트' 쓰는 일도 잊지 않는다. 또 틈틈이 1분선을 통해 그 일 그 일에 일심을 챙기고자 유념한다. 그리고 그가 특히 새기고 있는 또 한 가지가 있다. 바로 교도로서 지켜야할  '사종의무'다. 

"신앙하는 사람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사종의무를 지키는 일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종의무를 지키는 마음이 곧 신심과 공심, 공부심의 원동력이 되고, 이러한 원동력이 바로 원불교의 주인으로 살아가는 중요한 가치라고 생각합니다."

교당 법회 사회와 피아노 반주를 담당하고 있는 그가 교도들을 향한 마음을 내보인다. "불생불멸 인과보응을 믿고 실천하는 교도님들이야말로 영생의 동반자입니다. 우리가 열반하는 그 순간, 내 곁을 지켜주고 나를 위해 축원해주는 사람은 가족과 법동지들입니다. 교도님들은 소중한 영생의 도반입니다." 대하는 모든 이들을 공들이는 사람, 그렇게 대하는 모든 이들에게 위안 되어주는 그는 '원불교인'이다.

[2018년 8월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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