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대연 40주년 기념대회/ 개막대담

[원불교신문=정성헌 기자] 갈수록 어려워지는 대학생교화는 어제 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원불교 전국 대학생 연합회(이하 원대연) 40주년을 맞이했지만, 이러한 물음은 학업과 청춘 속에 마냥 묻어놓을 수만은 없었다. 25일 반백년기념관에서 '원불교 대학생 교화에 새로운 상상을 더하다'는 주제로 진행한 원대연 40주년 기념대회 개막대담에는 원대연 10대 회장 강대훈 교도(이하 강), 원대연 20대 교화부장 한광희 교도(이하 한), 원대연 30대 회장 허승규 교도(이하 허), 현 연세대 이화원 교우회장(이하 이), 현 고려대 심현승 교우회장(이하 심) 등 5명의 패널이 참여했다. 패널들은 대학생이 답한 6가지 설문에 진솔한 답을 이어갔다. 사회는 양형윤 교도가 맡았다.
원대연 40주년 기념대회 개막대담에서는 이날 참석한 원대연 교우회 300여 명을 대상으로 대학생교화 관련 6가지 질문에 대한 즉석 설문조사를 실시해 현장의 목소리를 들었다. 왼쪽부터 사회 양형윤·강대훈·한광희·허승규 교도·이화원·심현승 교우회장.

-한국사회에서 원불교 대학생교도가 감소하는 가장 큰 이유는.
한= 후배들과 만나보면 확실히 대학생활이 힘들게 느껴진다. 하지만 단순히 대학생의 삶이 힘들다고만 하기에는 근처 교회에 다니는 대학생들이 엄청나다. 나는 개인적으로 '원불교 교리가 내 삶의 문제와 연결되지 않아서' 고민이 많았다. 세존이 도솔천에 내려온 것과 좋은 사람에게 고백했다가 퇴짜 맞았을 때 무슨 관계가 있을까. 교리와 우리 삶을 연결시켜 해결할 수 있는 다양하고 현실적인 방법들을 더 고민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내 삶에서 중요한 게 뭐지'라는 생각에 교리가 내 삶과 연결되지 않는 것을 선택하려다가도, 취업 준비와 자격증 취득 등 바쁜 대학생활을 생각하면 이것이 더 큰 이유 같다.

-바쁜 대학생활 만큼, 시대에 뒤쳐지는 법회도 감소 요인으로 높게 나왔다.
허= 시대적 상황에서 살펴봤으면 좋겠다. 80년대 원대연이 활동하던 시기는 군사정권 시기로 자유롭지 못한 시대였다. 그만큼 종교가 중요한 역할을 하던 시대였다. 지금은 기독교, 가톨릭 통계를 봐도 대학생과 학생들 숫자가 눈에 띄게 줄었다. 단순히 시대에 뒤쳐지는 법회나 청년활동이 문제라고 보기보다는 시대적 관점으로 봐야 한다.

-내 주변의 대학생·청년교도가 교당과 멀어지는 가장 큰 이유로 종교활동에 대한 만족감 저하를 꼽았다. 어떻게 보는가.
강= 대종사께서 1891년 오셨을 때, 그 시절 법회 형식은 가장 핫하고 인기있는 프로그램이었을 것이다. 더구나 여성지도자들이 반상의 구분이 엄연한 시대 그 중심에서 법회를 진행하고 의두와 성리를 나누고 했던 자체가 굉장히 혁신적이었다. 그러나 백년이 지나면서 완전히 달라져 한가지 채널로는 만족할 수 없게 됐다. 교단 활동을 보면 감동적인 일이 많지만 하나의 플랫폼에 담을 수 있는 기능적 역할이 없다. 대학생·청년관리도 아날로그를 벗어나 디지털화해 평생 관리할 수 있는 시스템으로 나가야 한다. 

심= 진학이나 취업을 하는데 과연 종교활동이 필요한가 생각할 때 던질 수 있는 질문이다. 취직에 필요한 자기소개서에 교당을 몇 년 다녔다고 쓰지 않는다. 삶의 목표와 종교활동에 괴리감을 느낄 때 만족도가 떨어질 수 있다. 그러나 교리나 마음공부가 우리 삶에 얼마나 중요한지 느끼게 된다면 진학이나 취업까지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내가 생각하는 원불교 경쟁력은.
강= 내가 살고 있는 대전에 여러 시민단체가 있는데, 원불교 교무들이 오면 호응이 좋다. 탈핵운동에 앞장서고, 태양열 에너지를 실천한다. 결국 평화와 생명 운동으로 갈 수 있는 진화와 전개는 원불교만의 경쟁력인 것 같다.

한= 원불교 경쟁력을 꼽는다면  사실적인 교도훈련이라 생각한다. 세상이 어렵고 힘들수록 마음의 힘을 키워야 하는데 우리는 대학선방과 교도훈련이 자리를 지켜왔다. 어려울수록 정공법으로 나아가는 게 현명한 대책이라 생각한다.

허= 사실적인 교도훈련에 동의한다. 원불교 자랑거리야 한시간 넘게 이야기해도 부족하지만, 그 가운데 진리적 이상을 추구하는 방법론이 간명하다. 간단한 예가 유무념이다. 다리꼬는 것을 고치는데 체크만 하면 될 정도로 간명하다. 이것이 바로 사실적인 교도훈련이라 생각한다.

이= 동감한다. 머리로는 이해했지만 행동으로 나오기까지 훈련이 돼야 한다. 정말 해야할 것도 많고, 하고싶은 것도 많은 대학생활이지만, 안하면 뒤쳐질 것 같고 굉장히 후회할 것 같은게 교도훈련(대학선방)이다.

-대학생 교화정책 중 가장 시급한 문제는.
심= 이번 교우회 회장을 맡으면서 깊게 느낀 부분이다. 학생법회에 다녔으니 나오니까 대학생이 되면 교우회도 나오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았다. 대학생 법회에 참석한다고 굳이 교우회 활동까지 해야 하나 하면서 연락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연락을 끊으면 여기서도 연락하기 어려운 처지가 된다. 교단에서는 학생회 출신들이 어느 지역 대학으로 입학하는지 통계를 내 교우회와 공유했으면 좋겠다. 그렇게 된다면 서로 대학이 다르더라도 초대하거나 연계활동을 펼칠 수 있다.

허= 가장 이야기하고 싶었던 질문이다. 십년동안 시급한 대책논의를 내놓았다. 문제에 대해서는 모두가 이미 잘 알고 있었다. 그리고 교단도 해주고 싶지만 해줄 수 있는 여건이 안된다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 토론하면서 민원만 넣은 이야기는 담당자들만 힘들게한다. 자기 탓으로 돌리기 때문이다. 이것은 구조적 문제다. 교단도 그렇고, 우리도 함께 만들어나가야 하는 문제다. 아쉬움이 많지만 80년대 원대연 선배들처럼 갈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해야 한다. 그리고 원대연 담당교무도 십년 동안 바꾸지 말고 재가출가가 협업해 나갈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한= 대학생·청년교화에 대해서 예산확보가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대부분 대학생 교화는 돈만 들어간다고 한다. 하지만 대학생 시절 뿌리내린 신심이 평생 간다. 지금은 투자한 만큼 곧바로 결실이 안나는 것 같지만, 이들이 취업하고 장년이 되면 결국 교단의 주인이 된다. 예산에 인색하면 안된다.

-대학생교화의 생명, 교우회 지원을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은.
이= 전반적으로 동아리 규모나 숫자가 적어지는 추세다. 아무리 크다는 기독교도 인원수가 줄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다른 타 종교동아리처럼 똑같이 안고 가는 문제로 봐야 한다. 그러나 이때 중요한 것은  교우회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회장이나 임원이 버텨야 한다는 것이다.  때문에 이를 지지하고 격려하는 담당 교무의 역할이 중요한데 유임기간이 너무 짧다. 교우회 임원들도 한두 해 지나면 인생문제, 취업문제가 발등에 불이 된다. 또 신입생이 없이 1년부터 졸업할 때까지 혼자 모든 역할을 다하기도 어려운 일이다.  정책상 교우회 전담 교무가 강화돼 지속적인 관심과 격려가 이뤄지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다.

한= 교우회 운영 프로그램 개발 지원을 꼽았다. 회장단이라고 원불교를 다 아는 게 아니다. 내 경우처럼 학생회 안다니고 바로 대학에 들어와서 회장된 사람들은 대체로 잘 모르고 주먹구구식이다. 이렇게 회장단이 누구냐에 따라 프로그램은 천차만별로 달라진다.

강= 원대연만의 공간이 필요하다. 특히 대학생이 많은 서울에 필요하다. 365일 세미나와 워크숍을 열며, 게스트하우스도 운영해 해외 대학생까지 쉬다 갈 수 있는 장소가 필요하다. 이것을 해결 못하면 우리 교단의 글로벌 전략은 없어지는 것과 같다. 대종사 가르침을 전인류에게 알려주고, 일부는 총부와 원광대학교로 유학하고 다시 세계로 나아가야 하는데 이를 할 수 있는 인재들이 원대연이다. 그래서 반드시 백주년 기념사업 일환으로 서울에 원대연 공간이 마련돼야 한다. 그리고 원대연 단독 교무가 배치돼야 한다. 청소년국에서 어린이, 학생, 대학생 모두를 교화한다는 것은 무리다. 반드시 별도의 공간과 전문 조직이 마련돼야 한다고 본다.

-앞으로 10년, 우리는 무엇에 집중해야 할까.
허= '신앙수행생활 내실화'는 선택이 아니라 기본이라 생각한다. 또 '사회구조적 대안 마련'은 대종사 창립기 때부터 시대적·사회적으로 이미 제시됐고 활동해 오고 있다. 오히려 글로벌 시대에 국가를 넘어 하나의 패러다임으로 자리잡고 있다. 그러나 이런 훌륭한 교법을 사회화할 중간 과정이 비어있다. 이 좋은 교법을 가공할 만한 재가단체 프로세서가 정치, 사회, 경제 각 방면에서 나와야 하는데 없다. 기독교는 청년 상위 10%만 동아리 활동을 한다. 원대연도 사회 각 방면 특정 역할을 주도하는 소수 정예 조직과 시스템을 만들어가야 한다. 대학생·청년들로 구성된 원불교사회연구소 등 다양한 조직과 다채로운 구성이 절실하다.

심= '신앙수행생활 내실화'가 선택이 아닌 기본이라는 점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이 부분이 내실화 되어 있지 않다면 교우회는 일반동아리 성격과 다를 바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 같은 재가는 교단의 정책을 모른다. 뭐가 있고, 무엇이 진행되는지 알 길이 없다. 바라는 게 있다면 교단이 우리에게 관심을 지속적으로 갖고 우리의 미래와 잠재력을 믿어줬으면 하는 것이다.

[2018년 8월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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