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 선거만이 교단 성장 이뤄낼 수 있어
한울타리 지도자, 본유의 양가성 잘 굴릴 사람이어야

[원불교신문=김혜월 교도] 〈원불교신문〉 칼럼을 진행하면서 필자가 가끔 듣는 말이 "어떻게 알았냐"는 것이다. 원불교 내부의 사정에 대해 언급하거나, 비판하는 내용의 칼럼이 지면에 올라갈 때 주로 이 얘기를 듣게 된다. 원불교 내부 매체를 조금만 읽어도 알 수 있는 내용들인데, 도대체 왜 이런 질문을 하는지 처음엔 많이 의아했지만 요즘은 그냥 걸러서 듣게 된다.

저런 질문을 하는 이의 의도는 대강 두 가지 정도로 집약되어 해석된다. 첫째, (우리 입장에서 보면) 외부인인 당신이 왜 우리 내부에 대한 얘기를 하는지 모르겠다. 둘째, 우리 내부는 다른 질서가 지배하는 곳이니 외부의 눈으로 재단하지 말라.

이 두 가지 중 어느 것도 내게는 납득이 되지 않는다. 원불교에서 자주 강조하는 '한울타리' 정신이 '우리'의 무한한 확장이 아닌, 작은 교단 울타리 속 더 작은 울타리로 축소되어 가는 것은 아닌지 의심스럽기까지 하다.

전에 대산종사의 일생을 기록한 다큐멘터리에서 가장 인상 깊게 들어온 장면이 바로 투명한 비닐로 지은 천막 집무실이었다. 그 움막은 누가 와서 봐도 부끄럽지 않고, 누구라도 그 안에 들일 수 있는, 말 그대로 열린 공간이었다. 또한 어느 순간이라도 스승다움, 수행자다움을 놓치지 않는 이에게만 그 주인 됨을 허락하는 공간이기도 했다.

이에 반해, 닫아놓은 작은 울타리는 지키고 싶은 것, 감추고 싶은 것이 많은 사람들만의 소공동체임을 말해준다. 그 안에서 일어나는 모든 것들이 바깥에 보여지지 않으니 그 내부인들로 하여금 부끄러움을 모르게 하고, 남들에게 비웃음당할 행동도 스스럼없이 하게 만들어버린다.

굳이 멀리갈 것도 없이 올해 하반기에 치러질 교단의 선거 상황에 대산종사의 비닐움막을 대입시켜 본다. 무엇보다도 선거가 되어가는 상황이 그때그때 교단 전체에 공유가 되지 않고 있는 것이 걱정스러워 보인다. 뭐든 투명하게 공개되지 않는 곳에서는 음습한 거래와 강요된 침묵의 가능성이 상존한다. 

교법 대신에 패거리의 이익에 몰두하는 소수의 사람들이 한 교단을 얼마나 망가뜨릴 수 있는지, 우리는 이즈음 매일 뉴스를 통해 보고 듣고 있다. 원불교에서 그러한 일을 겪을 일은 없을 거라고 누가 장담할 수 있을까. 바로 그 이웃 종교의 사례를 통해 배우면 원불교단의 선거를 어떻게 치러내야 하는지 답이 바로 보이리라 생각한다. 

안타까운 일이지만, 이제는 전임(前任)이 되어버린 이웃 종교 총무원장은 출마 시점에서부터 전전임 총무원장의 우산 아래 있는 존재라는 얘기가 재가신도들 사이에 돌았었고, 개인사에 관한 부정적인 소문으로 인해 임기를 제대로 마치기 힘들 거라는 예측도 있었다. 권력을 잡아 본 그룹은 그 권력을 연장하기 위해 때로는 부정적인 거래도 마다하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한 현상이 종교교단이라고 다를 수는 없을 것이다.

결국 출마한 지 불과 1년도 못 채운 지금, 전임 총무원장은 원래 주지로 있던 사찰로 돌아갔고, 이제부터 다시 총무원장 선거를 치르면서 이웃 종교 교단에 어떤 상황이 펼쳐질지는 아무도 장담하지 못한다. 결국 권력자 그룹에서 그들만의 울타리를 지키기 위해 지지했던 전임 총무원장은 교단을 제대로 개혁하지도 못하고, 밑바닥으로 추락해버린 이미지를 후임의 빚으로 안겨주고 만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이웃 종교의 거울을 통해 지켜 본 원불교단에서는 어떤 식으로 선거를 치러야 할까. 방법은 오직 하나, 수위단원이든, 종법사 선거든 그 추천 기준과 선거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의견수렴의 울타리를 재가자들에까지 넓혀야 할 것이다. 공개하고, 끝까지 협의하고, 감시하고, 마지막까지 지켜보고 있어야 잡음 없이 마칠 수 있는 것이 교단의 선거라고 생각한다.

이렇게 투명하게 열린 선거만이 '패거리즘'의 권력체를 막고, 교단의 성장을 이뤄낼 수 있지 않을까. 결국 한울타리의 지도자는 늘 문을 열어놓을 줄 알아서 울타리 본유의 양가성을 잘 굴릴 수 있는 사람이어야 할 것이다. 울타리란 안과 밖을 나누어 뭔가를 지켜주는 대신에 안에 있는 이들을 가두어 버리기도 하기 때문이다.

/서울대종교문제연구소ㆍ화정교당

[2018년 8월3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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