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명구 마라토너와 약 1,500㎞를 달린 한 달
카자흐스탄 알마티~호르고스 쉽지 않은 여정
빨리 통일이 돼 젊은이들과 실크로드 달리고파

[원불교신문=강석준 교무] 지난 5월11일부터 한달 동안 평화마라톤에 파견을 다녀왔다. 평화마라톤은 서울 중곡교당의 강명구 교도가 세계평화와 남북 평화통일을 기원하며, 지난해 9월 네덜란드 헤이그를 출발해 올해 10월 판문점을 거쳐 광화문에 도착하는 16,000㎞의 유라시아 대륙 횡단 마라톤을 말한다.

강명구 교도는 몇 년 전에 미국 대륙 5,200㎞를 횡단한 경험이 있으며, 이때 SNS를 통해 응원한 것이 계기가 돼 한국에 귀국했을 때, 중곡교당에서 함께 교당생활을 하게 됐다. 이런 인연으로 이번 마라톤에서 가장 난 코스 중의 하나인 천산 산맥과 사막 지역 통과를 지원하기 위해 카자흐스탄의 알마티에서 중국 신장 위그르의 우루무치까지 동행하게 된 것이다.

나는 그동안 달리기를 꾸준히 해왔고 마라톤도 수차례 참여한 경험이 있었지만 장거리를 달리는 일은 처음이라 걱정스런 마음이 없지 않았다. 나는 한 달 동안 강명구 교도와 함께 약 700여㎞를 달리고 천산 산맥을 넘기 위해 700㎞를 우회한 것을 포함해 약 1,500㎞를 함께 이동하고 귀국했다. 

강명구 교도는 지금 10,000㎞를 넘어 중국의 간쑤 지역을 지나고 있고, 앞으로 베이징을 거쳐 단둥에는 9월말, 또 평양을 경유해 서울 광화문에는 10월 말경 도착을 예정하고 있다. 평화마라톤을 출발할 때에는 북미관계가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였지만, 그 후 북미 회담을 거쳐 비핵화를 위한 대화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 됐고 이 평화 마라톤에 대한 시민사회나 교단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5월초 파견이 결정돼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 강명구 교도와 합류했다. 합류한 첫날에는 알마티의 한인 교민 행사가 있어 참석을 했는데, 교포 어린이들과 함께하는 한글 백일장 대회가 있었고, 둘째 날에는 시청 앞에서 모여 6㎞정도 시가행진을 진행했다. 지금까지 지나온 여러 도시에서도 비슷한 행사를 진행했고, 이런 행사는 해외에서 외롭게 생활하는 동포들에게 큰 위안이 되는 것 같았다. 

이번 행사도 알마티에서 생활하는 고려인들이 주축이 됐는데 스탈린 시대에 강제이주를 해 알마티에 자리 잡은 우리 동포들이 이제는 사회의 주류가 되어 있는 모습이 뿌듯하기도 했다. 
카자흐스탄 알마티에서부터 국경도시인 호르고스까지의 처음 10일간의 일정은 천산 산맥의 영향으로 오르막이 시작됐고, 중앙아시아의 뜨거운 햇빛아래 달리는 일은 쉽지 않았다. 하지만 길가에서 마주치는 카자흐스탄 사람들의 순박한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자신도 넉넉해 보이지 않는 청년은 주머니를 뒤져 돈을 전해주면서 음료수를 사먹으라고 했고, 알리라는 친구는 식당까지 따라와 자신은 라마단 기간이라 음식을 먹을 수 없지만 우리와 함께 하겠다며 밥을 사주기도 했다. 카자흐스탄 잘켄트에서 함께 달린 UN 직원인 오사마(Osama)씨는 강 교도의 북한통과를 위해 힘이 되주겠다고 했고, 자전거로 여행을 하는 오스트리아 청년, 남편과 자전거로 유라시아를 횡단하는 도미니크 할머니도 친구가 될 수 있었다. 

유라시아 대륙을 자유롭게 여행하는 그들의 여유가 부럽기도 했고, 좁은 반도에서 경쟁적으로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이 생각나기도 했다. 빨리 통일이 돼 우리 젊은이들이 이들처럼 실크로드를 통해 중앙아시아의 넓은 초원을 달리는 날이 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

앞으로 남북관계가 개선되어 왕래가 자유로워지면 우리 동포들이 살고 있는 사할린과 연변과도 교류가 활발하게 되고 실크로드를 통해 유라시아를 거쳐 유럽까지도 육로로 이동 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이때가 되면 우리나라는 반도국가의 답답함을  벗어나서 세계 속으로 진출하는 나라가 될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때가 대종사가 말씀한 도덕의 부모국, 정신적 지도국의 위치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될 것이고, 이를 위해서 우리는 좀 더 공부하고 준비해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들었다.

/원광제약

[2018년 9월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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