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당은 기쁨과 어려움 함께하는 공동체
지역주민들의 마음의 고향으로 인식시켜 나가야

[원불교신문=남궁문 원무] 20여 년 전만 해도 우리나라의 대학들은 지역에 하나의 섬과 같이 존재하고 있었다. 대학이 있는 지역의 주민과 지자체, 그리고 시민들은 대학은 단지 지역에 있을 뿐이고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으로만 생각한 것이 사실이다. 대학 역시도 지역과 함께한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않고 그저 입학하는 학생들을 교육시키는 역할만 하면 되는 것으로 생각했다. 

그도 그럴 것이 우리나라의 대학들이 성장을 시작한 70년대 말과 80년대 중반까지는 학령인구가 포화상태여서 대학의 규모(수)만을 성장시킨 단계로 교육중심 성장단계였다.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대학의 연구기능을 강화시켜 국가에 필요한 기술 개발과 우수 연구논문을 창출시키는 것을 목적하는 연구중심 성장단계에 이르렀다. 

그러는 사이 우리나라의 경제가 선진국의 기술 이전의 영향으로 계속 발전하다가 선진국과의 경쟁 체계로 전환이 됐다. 산업체와 우리나라 박사 인력의 90% 이상이 근무하고 있는 대학과의 연대를 강화해 가면서 상호협력 증진을 통한 산업발전을 추구하는 산학협력 성장단계로 들어섰다. 

하지만 대학이 여전히 고귀한 상아탑의 성향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산업체와의 연계 협력을 더디게 진행하자 정부에서는 모든 국가사업에 산업체와의 협력을 의무화하는 정책을 시행했다. 이에 따라 대학들도 산업체 수요 중심 교육과 연구를 수행하는 체계로 서서히 전환해 나가게 됐다. 

그렇게 되자 2000년대에 들어서 대학들은 지역에 존재하는 섬에서 조금씩 탈피하여 지역과 함께 동반성장하는 문화를 창출하고 다양한 성공사례를 만들어 확산시켜 나가고 있다. 그 결과 요즘은 지역의 대학들에 대해서 지자체는 물론 산업체 및 기업 그리고 시민단체까지도 관심 단계를 넘어 지역혁신을 위한 혁신주체로서 대학의 문을 두드리는 것이 다반사이다. 

사실 선진국들은 대학의 태동과 함께 대학이 지역의 발전과 혁신의 주체로 자리매김했으며, 현재도 국제적인 기업이 있는 지역에는 반드시 국제적 수준의 대학이 있다. 교육학자들은 '대학은 지식생산자로서, 지도자 양성소로서, 경제의 원동력으로서 언제나 사회로부터 특별한 지위를 누려왔으므로, 대학의 사회적 책임은 자연스럽게 사회복리의 측면에서 공공선을 지향하는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Newmam & Counturier)

따라서 이제는 대학이 지역사회 발전에 얼마나 공헌하는가가 대학 발전의 중요한 핵심요소로 여겨지고 있다. 미국이나 영국 대학들의 경우 매년 대학의 홈페이지에 한 해 동안 지역사회에 얼마나 공헌했는가를 측정하여 사회공헌도(SI지표 : Social Impact)를 공개하고 있다. 우리나라도 2년 전부터 교육부의 일부 재정지원 사업에 SI지표를 측정하는 것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본인은 대학의 사회공헌에 대한 부분을 생각하면서, 눈을 우리 교단으로 돌려 우리 교당들은 지역사회를 향해 어떻게 교화대불공을 하고 있으며, 우리 교당들이 지역사회에서 차지하는 위상은 어떠한지를 생각해본다. 

솔직히 오늘날의 우리 교당들을 생각하면 수십 년 전의 우리나라 대학들이 그러했듯이 교당이 위치한 지역 사회와의 협업을 전혀 하지 못한 채 '지역의 섬'처럼 존재하고 있는 교당들이 적지 않은 것 같아 걱정스러운 마음이 든다. 물론 많은 교당들이 대각개교절과 같은 교단의 경축일에는 지역민을 위한 문화행사를 개최하기도 하고 각종 나눔 활동도 하며, 평소에는 어르신들을 위한 한글교육을 실시하거나 노래교실을 열어 큰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알고 있다. 그런데 이러한 것들은 교당의 입장에서 줄 수 있을 때 주고 싶은 것을 주는 것일 뿐 정작 지역민들이 교당을 필요로 할 때 얼마나 달려가고 있는지 자문해볼 일이다. 

이제는 우리 교단도 100년의 역사를 지내온 교단으로서 좀 더 적극적으로 교화대불공에 나서야 한다. 교당의 문을 활짝 열고 지역의 기쁨과 슬픔 그리고 어려움을 함께 나누며 교당을 '지역주민들의 마음의 고향'으로 인식시켜 나가야 할 것이다. 

/원광디지털대학교 총장ㆍ어양교당

[2018년 9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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