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혜성 교무] 운전 중, 갑자기 '빵빵~' 경적소리가 난다. 깜짝 놀랐다. 백미러를 살피니, 내 뒤 버스가 경적을 울린 듯하다. "응? 난 잘못이 없는데? 나한테 한 건 아니겠지?" 갑자기 긴장이 된다. 다시 뒤쪽을 살펴본다. 버스가 또 경적을 울린다. '빵빵~' 주변에 차가 별로 없다. 이건 분명 나한테 하는 것이다! 

"나한테 왜 이러지? 속도가 늦은 것도 아니고, 버스 앞을 끼어든 것도 아니고, 차선을 잘못 가는 것도 아닌데?" 이상하다고 생각하고 있는데 이번엔, 그 버스가 차선을 변경해 내 옆에 나란히 선다. 그리고 또 '빵빵~' 울린다. 버스의 경적소리는 너무 크다. 보복운전인가? 

기분이 상한다. "도대체 나한테 왜 이러는 걸까? 내 앞에 들어갈 자리를 만들어 달라는 말인가?" 속도를 살짝 늦춘다. 하지만, 이 버스 내 앞에 들어올 생각도 없다. 내가 속도를 늦추자 버스도 같이 늦춘다. 그리고는 나한테 손짓으로 창문을 내리라고 말한다. 아저씨 얼굴이 화 난 것처럼 보인다. 

'나도 모르게 아저씨 진로를 방해했나? 그래서 보복운전을 하는 중일까?' 창문을 내리면 욕을 바가지로 먹을 것 같다. 자꾸 창문을 내리란다. 싫다. 창문을 내릴 수 없다. 버스 운전기사면서, 뒤에 타고 있는 승객 생각도 안하나. 기어이 화풀이를 하려는가. 승객에게도 민폐다. 그런데 이 아저씨 포기를 모른다. 자꾸 창문을 내리라고 손짓 한다. 

더 이상 버틸 수 없다. 나 역시, 계속 민폐를 끼칠 수 없기에 비장한 마음으로 창문을 내린다. 그러자 기사아저씨가 내게 소리 지른다. "저기요. 주유캡 열렸어요. 주유캡. 빨리 닫아요." 아 앗, 낭패다. 그제야 사이드미러로 주유구를 보니, 주유캡이 달랑달랑 매달려있다. 못살겠다. 심지어 주유구 커버도 활짝 열려있다. 아까 시내 나오면서 주유 하고, 주유캡과 주유구를 닫지 않고 내달렸다. 이미 운전은 20㎞나 했다. 얼굴이 뻣뻣할 만큼 새빨개진다. 내 잘못은 모르고, 괜히 아저씨만 원망했다. 저토록 선한 의도를 이토록 격하게 오해하다니. "감사합니다! 정말 감사합니다!" 인사하고, 부랴부랴 갓길에 차를 세운다. 얼굴에 열이 난다. 심각하게 부끄럽다. 그나저나 이 아저씨는 얼마나 답답했을까. 자신의 운행을 늦춰서까지 열심히 알려주는데, 내가 귀를 막고 있었다. 아저씨의 애타는 손짓이 자꾸 떠오른다. 

정산종사는 "죽음을 생각 않는 임종인에게 천도법문 설해 주기가 어렵듯이 스스로 살필 줄 모르는 사람에게 충고의 말 해주기가 어렵나니라"고 법문했다.(〈정산종사법어〉 법훈편 20장)
아저씨가 이 법문을 들으면, 맞는 말이라고 손바닥을 탁! 칠 거다. 나 때문에 얼마나 답답했을까. 내가 나를 살피지 않고, 내 추측으로 '내겐 잘못 없다'고 생각하니 되려, 충고해 주는 이를 오해하고 원망한다. 선한 의도도 왜곡한다. 

내가 나를 살피지 않으면, 그 말을 알아들을 수가 없다. 그러고 보면, 그간 살아오며 '내가 결국은 못 알아듣고 단지 오해'에서 그친 일도 또 얼마나 많았을까. 알아듣지 못하는 나에게, 아까 그 아저씨처럼 '마음을 다해' 충고해줬던 모든 분들의 노고가 문득 감사하고, 또 문득 아프다. 스스로를 살필 줄 모르는 사람, 귀머거리가 따로 없구나. 

/중앙중도훈련원

[2018년 9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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