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이교육연구소 황금명륜 대표
"123 프로젝트는 2단계 진입을 위해
엄마들의 봉제협동조합을 준비하고 있어요.
국제구호에 길든 삶에서 한 발짝이라도 걸어 나올 수 있기 위한
2단계 자립형 봉제협동조합은 공동투자와 공동운영,
수익배분이 함께 가야 하는 것이죠."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젠더교육강사, 에세이작가, 댄스강사이자 춤추는 페미니스트, 최근 네팔 아이들이 붙여준 '골디맘'까지. 그를 부르는 이름은 그가 하는 일만큼이나 다양하다. 공식명함은 같이교육연구소 대표 황금명륜. 
'남성과 여성이 같이, 어르신과 젊은이가 같이, 가진 사람과 못 가진 사람이 같이, 남과 북이 같이,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같이, 보다 즐겁고 행복하고 풍요롭게 더불어 같이 사는 세상을 꿈꾸는' 그를 만났다. 대화는 그의 생에 전환점이 됐던 대학시절 이야기로 시작됐다.  

인생을 바꾼 또 다른 도가니
"이십년쯤 전에 대한민국을 떠들썩하게 만든 사건이 있었습니다. 의붓아버지에게 십년도 넘게 성폭행을 당하며 살아오다가 결국 남자친구와 함께 그 아버지를 살해한 사건이죠. 그 당시에는 우리 사회에 인권의식이 높지 않아서, 그들의 구명을 돕는 대책위원회도, 뉴스를 전하는 언론도 모두 두 남녀의 실명을 사용했어요. 지금도 '김OO사건'이라 하면 동시대를 살아온 또래들은 어렵지 않게 두 사람을 기억합니다." 
대학 4학년이 되던 겨울방학, 총학생회 간부였던 그를 제대로 무장시킨 사건. 이웃학교 학생이었던 두 사람을 돕는 일이 그의 임무로 부여됐고, 교내에서 사건의 진상을 알리고 서명을 받았다. 천안에서 충주로, 서울로 뛰어다녔던 그 일 년을 보내면서, 아프고 쓰린 사람들의 이야기를 나의 일로, 우리 모두의 아픔으로 느끼며, 누군가를 돕는 일을 하며 살고 싶다는 소망이 생겼다.  
서명운동, 홍보활동, 행사 기획, 법률지원단 구성. 피해자 구명활동을 위해 동참을 호소하는 글을 쓰면서도 자신이 없었고 막막했던 시절이었지만, 할 수 있는 작은 일들을 실천했다. 
그렇게 하나하나가 쌓여갔고, 그 무엇으로도 살 수 없는 작지만 소중한 보람이 그의 인생을 채우기 시작했다. 

폭력을 예방하는 일 
한국여성단체연합에서 10여 년간 상근자로 일하며 성차별적 법제도를 바꾸는데 힘써온 그는 인생지기들과 협동조합 두 개를 만들고, 전북에 세 번째 교육협동조합을 설립한 후 전국을 누비며 강의를 하고 있다.
같이교육연구소는 성희롱, 성폭력, 성매매, 성평등, 성별영향평가, 갈등해결과 평화, 젠더와 국제개발, 여성운동과 여성학 이론, 여성리더십 등 교육과 연구 활동을 통해 성평등 문화와 인식 확산을 목적으로 하는교육기관이자 연구소다. 오랫동안 여성운동을 했던 5명의 활동가들이 2013년 설립한 협동조합이다.
그가 하는 일, 그 중심에 '폭력을 예방'하는 일이 있다. 성과 인권, 성폭력 예방, 직장 내 성희롱, 장애인을 위한 성폭력 예방과 호신술까지 성폭력을 예방하는 교육과 강의에 비중을 둔다. 
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과 여성가족부가 주최한 '올해의 강연 경연대회'에서 성폭력 예방교육부문 1위의 여성가족부장관상을 수상할 정도로, 그는 '폭력을 예방'하는 일에 마음을 쏟는다.  
다온복지센터에서 진행하는 '긍정심리 강점전문가 양성과정'도 그가 애정하는 일이다. 장애인과 비장애인이 함께 참여하는 이 과정은 긍정심리학의 기본 개념과 성격강점을 찾아가는, 자기내면으로의 여행이다. 강점으로 자신을 발견하고 강점발현유형으로 자신을 더 잘 이해하며 가치로운 삶을 살아가는 것, 다름을 인정하며 존재 그 자체의 소중함을 깨닫게 하는 또 다른 유형의 '같이의 가치'이다.  

6년의 장기 후원프로젝트인 '123 프로젝트'는 (주)인포디렉터스의 인문교양출판브랜드'책틈'에서 〈골디~ 물 한잔 마시고 가〉로 출판될 예정이다.

'개미들이 함께 만드는 123 프로젝트'
그가 최근 새롭게 시작한 일이 있다. 우연히 네팔에 봉사여행을 갔다가 6년이라는 장기 후원프로젝트인 '123 프로젝트'를 구상하고, 그 구상을 실천하고 있다. 지난 1년간 운영하면서 겪었던 이야기들이 책으로 담겨져, (주)인포디렉터스의 인문교양 출판브랜드인 '책틈'에서 <골디~ 물 한잔 마시고 가>로 출판될 예정이다. 
이를 위해 출판사 '책틈'에서 크라우드 펀딩 플랫폼을 통한 출판후원 프로젝트를 진행해 200% 가까운 목표를 달성했다. 그에게 돌아가는 저자 인세 또한 '123 프로젝트'에 전액 기부된다. 
"지난해 네팔 봉사여행에 참가했을 때, 서쪽 끝 껀쩐뿔에서 열린 HIV 아동 건강캠프에 참가했습니다. 댄스교실을 진행하며 재능기부를 하면서, 그들의 열악한 삶을 마주하게 됐어요. 빈민촌 아이들은 정규교과 과정도 무사히 끝내기가 쉽지 않은 여건입니다. '123 프로젝트'는 6년을 1차 목표로 진행됩니다. 학습지원을 통해 빈민촌 아이들이 절대 빈곤의 악순환에서 최소한의 희망을 꿈꿀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시작했습니다." 
'무모한' 고민이었지만, 그는 인생지기들과 의기투합해 빈민촌의 무료 방과후교실 '죠티센터'를 설립했다. 그렇게 '123 프로젝트'의 1단계 프로젝트를 지난 1년간 성공적으로 진행했고, 현재 2단계를 준비 중이다.
"지금은 60여 명의 아이들이 참여하는 제법 규모있는 센터가 됐습니다. 월 3만원을 후원하는 서포터즈 7인만 모이면 시작해보자는 마음이었는데, 지금까지 전국에서 38명이 함께 하는 개미군단이 됐습니다."
"123 프로젝트는 2단계 진입을 위해 엄마들의 봉제협동조합을 몇 달전 부터 함께 토론하며 준비하고 있어요. 국제구호에 길든 삶에서 한 발짝이라도 걸어 나올 수 있기 위한 2단계 자립형 봉제협동조합은 공동투자와 공동운영, 수익배분이 함께 가야하는 것이죠."
책 판매를 통한 인세 전액을 재봉틀 10대, 오바로크 기계 1대, 중고 캐비닛 등 '죠티 쿱' 빈민촌 봉제협동조합의 초기 세팅 집기구입과 자립 기반을 마련하는데 기부하겠다는 그. 성공할 수 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래도 그는 6년에 걸친 네팔 소셜 프로젝트 2단계를 위해, 주저 없이 한발을 더 내딛는다.
그가 구상하는 네팔 프로젝트가 꾸준하게 오래갈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만남. "지금처럼 잘 살고 싶다"는 그의 말이, 지금도 긴 여운으로 남아있다. 

지난 7월 200여 명이 참석한 '죠티 센터' 1주년 기념식을 성공적으로 치른 후 땀범벅이 된 아이들과 함께.

[2018년 9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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