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서품' 5장에서는 "사람은 만물의 주인이요 만물은 사람의 사용할 바이며, 인도는 인의가 주체요 권모술수는 그 끝이니, 사람의 정신이 능히 만물을 지배하고 인의의 대도가 세상에 서게 되는 것은 이치의 당연함이어늘, 근래에 그 주체가 위(位)를 잃고 권모술수가 세상에 횡행하여 대도가 크게 어지러운지라, 우리가 이때에 먼저 마음을 모으고 뜻을 합하여 나날이 쇠퇴하여 가는 세도 인심을 바로 잡아야 할 것이니, 그대들은 이 뜻을 잘 알아서 영원한 세상에 대 회상 창립의 주인들이 되라"고 했다.

5장의 내용을 정리하면, 첫째는 사람이 만물의 주인이라는 것이고, 둘째는 인도는 인의가 주체이고, 셋째는 권모술수가 세상에 횡행하여 대도가 크게 어지럽다는 것이다.  

이에 〈주역〉으로 만나보면, 먼저 '사람이 만물의 주인'인 것을 〈서경〉에서는 "오직 천지는 만물의 부모이고, 오직 사람은 만물의 영이니"라고 해, 하늘과 땅은 만물을 기르는 부모와 같은 존재이고, 사람은 만물의 영장이라 했다. '유인만물지령(惟人萬物之靈)'에는 사람의 실존적인 의미가 있다. 사람이 다른 존재자들(사람을 제외한 만물)과는 다른 차원의 최령을 가진 존재라는 것이다. 〈주역〉에서 사람은 신명(神明)한 덕(德)을 가진 존재로 밝히고 있다. 

만물과 사람의 의미를 '서괘(序卦)'에서는 "천지가 있은 연후에 만물이 있고, 만물이 있은 연후에 남녀가 있고, 남녀가 있은 연후에 부부가 있고, 부부가 있은 연후에 부자가 있고, 부자가 있은 연후에 군신이 있고, 군신이 있은 연후에 상하가 있고, 상하가 있은 연후에 예의가 섞여 있는 것이다"고 해, 천지-만물-남녀의 자연적(생물학적) 차원과 부부-부자-군신의 인격적 차원을 나누고 있다. 

만물은 천지 사이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의미한다면, 사람은 남녀로 만물에 속하지만, 부부, 부자, 군신의 인격적 세계를 살아가는 존재라는 것이다. 남녀에서 부부로의 전환은 처녀와 총각으로 살던 삶을 서로 죽이고, 아내와 남편으로 다시 살아감을 의미한다. 혼례는 예의 근본이자, 사람이 살아가는 위대한 일(인륜지대사, 人倫之大事)이다. 도학의 입장에서 부부는 사람이 하늘과 합덕하고, 성인과 합덕 하는 것이다.

또 〈주역〉에서는 "천지가 감응하니 만물이 감화되어 나오고, 성인이 인심을 감화하여 세상이 화평하게 되는 그 감응하는 바를 보니 천지와 만물의 뜻을 가히 볼 수 있다"고 해, 천지의 뜻을 세상에 펼치는 사람은 성인이라 했다. 사람이 만물의 주인이지만, 진정한 의미에서 주인은 성인이나 성인의 말씀에 감화된 사람이다. 만물의 존재 의미를 모르는 일반적인 사람이 단순히 '만물은 사람이 사용할 바'라고 생각한다면, 자연생태계에 위험한 사태를 초래하게 된다. 

따라서 우리는 성인의 가르침을 통해 천지의 마음과 감통(感通)하고, 만물의 주인으로 만물이 가지고 있는 존재 의미에 맞게 사용하는 공부가 필요한 것이다.

/원광대학교·도안교당

[2018년 9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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