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종도 교무
한종도 교무

[원불교신문=한종도 교무] 출가 후 군교화 교무로 발령을 받고 3년 동안 군종교구와 육군훈련소교당에 겸직으로 살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

나는 지난해 9월쯤 훈련소에서 이제 갓 입대한 훈련병들을 대상으로 종교행사를 진행하는 역할을 맡고 있었다. 시간이 되자 훈련병들이 하나둘씩 들어왔고 종교행사가 시작되기 전 나는 훈련병들에게 질문을 했다.

"혹시 입대하기 전에 원불교 교당을 가본 사람 있나요?" 아무도 없었다. 다시 질문을 바꿔 "그럼, 원불교에 아는 사람이 있거나, 아는 사람의 추천을 받아서 온 사람은?"

그 순간, 훈련병 한 명이 손을 들었다. 마스크를 쓰고 있어서 얼굴을 제대로 볼 수는 없었지만 그 훈련병은 아는 친구의 소개로 원불교에 오게 됐다고 했다. 보통 원불교에 처음 오는 훈련병들은 아는 친구나 인연의 소개로 오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에 대수롭지 않게 여기고 종교행사를 시작했다. 

의식을 진행하고, 설교를 시작할 때 나는 깜짝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종교행사를 위해 다들 마스크를 벗었을 때 친구의 소개로 왔다던 훈련병이 모 연예인이었음을 알았기 때문이다. 이제껏 훈련소에 수많은 연예인들이 왔어도 원불교 종교행사, 그것도 많은 수가 참석하지도 않는 수요종교행사에 참석했다는 게 믿어지지가 않았다.

종교행사가 마무리되고 모 훈련병이 내 앞으로 와서 웃으며 "교무님. 설교 잘들었습니다"라며 돌아갔다. 나는 정말 온몸에 소름이 돋았다. 내 설교가 잘했건 못했건 간에 유명한 연예인이 내 설교를 듣다니…. 한참동안 멍할 수밖에 없었다. 원기102년 9월13일, 이미 1년이나 지난 지금도 그때의 그 종교행사의 감동은 아직도 잊혀지지 않는다.

그 이후로 모 훈련병은 추석포함 총 7주 동안 한번도 빼놓지 않고 일요일날 진행되는 육군훈련소교당 예회에 참석했다. 평소 명상에 관심이 많았다는 이야기와 원불교에 오면 너무나 편안하다는 이야기 등 다양한 대화를 했다.

종교행사 때 두 손을 모으고 간절하게 기도하는 모습은 아직도 내 머릿속에 생생하다. 그러면서도 종교행사가 마무리되면 내게 달려와 "교무님! 저 간식 좀 더 주실 수 있으십니까? 돌아가서 전우들에게 좀 주려구요"라고 말할 때마다 나는 '정말 주위의 전우들을 생각하는 착한 사람이구나. 그렇기 때문에 연예계 생활을 하면서도 많은 사람들에게 인기를 얻을 수 밖에 없구나'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육군훈련소에서 7주간 훈련병들에게 많은 은혜를 주고 떠난 모 훈련병은 현재 계룡대에 자대배치를 받아 황덕전 교무의 지도를 받으며 매주 계룡대교당 종교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이 일을 겪은 후 다시 한 번 돌이켜보면 감상 하나가 떠오른다. '나는 군대라는 특수한 곳에서 교화활동(종교행사)을 진행하고 있지만, 언제 어디서 어떠한 사람을 만나게 될지 모르는 일이구나, 또 어떠한 일을 맞이할지 모르기 때문에 내실을 갖추는 데 노력해야겠구나' 라는 것이다. 

더구나 언젠가는 부교무 신분도 벗어나 진정한 교화자로 나서야 하기 때문에 그 준비를 철저하게 하지 않으면 안되겠다는 다짐도 했다.

/군종교구

[2018년 9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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