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르는 물은 멈추지 않고 새 길을 찾아
삶은 속도보다는 방향성이 중요하다
통일은 내 자신의 외면과 내면이 일치되는 것

[원불교신문=강석준 교무] 5월21일에 호르고스를 통해 중국 신장 위그루 지역으로 입국했다. 신장 위그루 지역은 예전부터 비단길이 지나는 중요한 지역이었다. 흉노, 돌궐, 몽고족의 지배를 받다가 당나라 이후에 위그루 제국을 세우고 이슬람 문화를 받아들였지만, 다시 청나라의 지배를 받게 되는 아픈 역사를 가지고 있는 지역이다.

호르고스에 도착하자마자 경찰서에 가서 등록을 했지만, 100㎞정도 지난 이닝시에서 경찰 공안에게 연행돼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아야 했고, 천산 산맥을 넘기 바로 직전에도 출동한 경찰에게 저지를 당해 약 700㎞ 정도를 우회해야만 했다. 

외국인들의 신변을 보호하기 위해서라고 정중한 태도로 설명을 했지만, 분리 독립을 원하는 소수 민족과 그것을 저지하려는 중앙 정부와의 갈등으로 인해 통제가 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경험으로 인해 개인의 인권과 자유가 소중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당시 고착 상태에 있던 북미회담의 원활한 진행과 남북의 평화 통일을 기원하는 마음이 더욱 간절했다. 

천산산맥 지역은 정말 기후가 변화무쌍했다. 햇살이 강하게 비치다가 갑자기 모래 바람이 불어 얼굴을 따갑게 때리기도 하고, 황량한 풍경이 계속되는가 하면 갑자기 푸른 초원이 나타나서 멀리 눈을 이고 있는 천산 산맥을 배경으로 목가적인 분위기를 연출하기도 했다. 

이곳 사람들은 이런 환경에 적응하여 방풍림으로 포플러를 심어 모래바람을 막고 천산산맥의 눈 녹은 물을 끌어 들여 농사를 짓고 있었다. 천산산맥으로 접어들면서 해발이 높아짐에 따라 식물군도 바뀌고 또 환경이 바뀜에 따라 거기에 의지하여 살고 있는 사람들의 삶의 형태도 통나무집에서 게르로, 양과 소의 목축에서 양봉으로 바뀌어 갔다. 

흐르는 물은 장애물에 막히게 되면, 멈추지 않고 새로운 길을 찾아 나서게 된다. 모든 생명이 있는 것들은 어려움이 있다. 그러니 움츠려 들지 말고 주어진 조건에 순응하여 앞으로 나아가는 것이 생의 본질일 것이다. 바람에 부러진 나무가 부러진 채로 거친 생을 이어가는 모습을 보면서 다시금 생의 본질은 긍정과 적극성이라는 확신이 들었다. 

또 자동차 길의 갓길을 달리면서 클랙슨을 울리며 쉼 없이 스쳐 지나가는 자동차를 보면서 "저 사람의 목적지가 어디이고 무엇이 저 사람을 저리 급하게 달리게 하는 것일까?"하는 생각이 들곤 했다. 삶은 속도보다는 방향성이 중요하다는 생각도 해보았다.

산을 넘고 사막지형을 달리는 열악한 환경 속에서도 강명구 교도와 나는 많은 대화를 나눴는데, 가장 기억에 남는 말은 통일은 비빔밥과 같다는 얘기였다. 각기 다른 재료들이 한데 어우러져 각자 개성을 간직한 채 새로운 맛을 만들어 내기 때문이라고 했다. 

통일이란 멀리 있는 것이 아니고 내 자신의 외면과 내면이 일치되는 것, 바로 옆의 사람을 받아들이고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또 강명구 교도는 자신에게 가장 가슴 떨리는 단어는 '신명' 이라며 남북한 사람들이 대동강과 광화문에 어울려 신명나는 맥주 파티를 하고 싶고, 그런 잔치를 통해 남과 북, 동과 서가 하나가 되는 것이 자신이 바라는 통일이라고 했다. 2002년 월드컵 때처럼 아무 조건 없이 온 국민이 하나가 되어, 그런 신명나는 잔치를 하는 날이 하루빨리 오기를 기원해 봤다.

힘든 여정에 힘을 더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지만, 정해진 시간이 되어 우루무치 근처에서 달리기를 마쳤다. 강명구 교도가 중국 사막지역을 잘 통과하고 또 북한 입국도 허락돼 무사히 광화문으로 돌아오기를 바라며 아쉬운 작별의 인사를 나눴다.

한걸음 한걸음이 모여 16,000㎞의 유라시아 대륙을 횡단하게 하고, 천산 산맥에 내린 한 방울의 빗물이 모여 속 깊은 물살을 이루듯, 우리의 일상의 작은 통일이 모여 우리 민족을 신명나는 통일의 굿판으로 이끌어 주기를 간절한 마음으로 기원하며 비행기에 올랐다.

/원광제약

[2018년 9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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