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국제컨퍼런스에 원불교환경연대 초청 발표
향·생화 대신 LED·조화로 종교적 공익심 지켜
원불교 천지은 보은, 가장 종교적 실천으로 주목

대만EPA 국제컨퍼런스에서 첫번째 해외사례로 원불교환경연대 조은혜 교육국장이 탈핵순례와 몽땅햇빛교당 천지보은법회를 소개해 원불교를 알렸다.

[원불교신문=조은혜 교육국장] 지구를 살리기 위한 환경지킴이로 나선 종교간 연대와 정부의 협력을 재촉하는 EPA(Environmental Protection Administration, 대만 환경보호국) 국제 컨퍼런스(Eco-Friendly Worship)에 원불교환경연대가 초대를 받았다. 8일 '환경을 지키는 종교 활동'을 주제로 대만 환경보호국과 불광산불타기념관이 공동주관한 국제회의에서 원불교 사례를 발표하게 된 것이다. 

이번 행사는 석가모니 불의 치아사리를 보관하고 있어 대만의 3천만 불자들뿐만 아니라 세계 곳곳에서 온 방문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 불광산불타기념관에서 진행되었는데 첫 번째 해외사례로 한국의 원불교가 주목받았다는 점에서 더욱 뜻깊은 자리였다. 

대만정부가 운영하는 환경단체인 EPA는 그동안 환경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식과 기술을 동원해 환경교육을 확대하는 활동을 해왔는데 대만의 주류 종교인 불교와 도교의 종교적 관습이 환경오염을 초래하고 있는 것에 주목하고 지난해부터 향과 종이돈을 태우는 관습을 바꾸자는 캠페인을 시작했다고 한다. 그렇지만 EPA의 캠페인은 향과 종이돈을 생산하고 판매하는 기업들의 저항을 받게 되었고 종교계의 참여와 협력이 절실히 요구되는 상황이었다.

마침 불타기념관에서 앞장서 향 대신 LED등을 사용하기 시작했고, 몇몇 사찰에서 종이돈을 태우는 대신 쌀을 사서 기부하는 캠페인으로 언론의 주목을 받게 되자 본격적으로 종교계의 친환경활동을 소개하고 확산하기 위해 국제컨퍼런스를 열게 된 것이다.  

여는 인사를 한 Tzi-chin Chang 환경보호국 차관은 "여러 종교가 앞장서서 환경을 지키는 실천을 하고 있는 것에 존경을 표한다"며 "대중의 이해와 인식을 높이는 것이 중요하기 때문에 종교와 사회가 함께 연습하고 훈련해서 환경을 지키고 바꾸는 행동을 할 수 있으리라 믿는다.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를 통해 서로 아이디어를 얻고 친환경적인 이야기를 많이 만들어낼 수 있을 것이다"며 행사의 취지를 설명했다. 

2012년 문을 연 이후 연간 1,200만명의 방문객이 찾고 있다는 불광산불타기념관 대표 Ru Chang 스님은 "자연과 어우러지는 도량으로 설계하고 여러 이웃의 기부와 후원으로 운영되고 있는 불타기념관이기 때문에 대부분의 절에서는 향을 사용하고 있지만 우리는 LED를 써서 환경을 지키는데 일조한다. 불꽃도 없고, 공기오염도 없고, 자연과 조화를 이루며 종교적 신앙을 표현하는 방법이다"고 소개한 뒤 "기후변화를 온몸으로 실감하면서 누구든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해서 EPA컨퍼런스를 통해 널리 알리고, 나누고, 공유하기 위해 오늘 이 자리에 섰다"며 "불상 앞에 향 대신에 LED를 놓고, 꽃도 생화 대신 조화를 이용하는 등 종교 의식에 필요한 물건들도 환경에 나쁜 영향을 줄 수 있는 것들을 새로운 것으로 바꾸는 데 앞장서고 있다"고 불타기념관의 친환경 활동을 소개했다.

불타기념관은 수천만의 사람들이 찾는 곳이자 다양한 식물종, 곤충들, 동물들이 함께 하는 곳이기 때문에 자연이 우리에게 속해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자연에 속해 있는 것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환경을 지키면서 개발을 막는 정책을 만들고 이러한 경험을 확대하는 활동을 하는 것이 신앙생활이라고 가르치고 실천하고 있다고 한다. 불광산 교단이 전면에 나서서 뭇 생명을 살리고 함께 사는 방법을 가르치는 환경 캠페인을 하고 있다는 말에 큰 감동을 받았다. 

불타기념관은 다음 과제로 하루에도 수만명 이상이 사용하는 화장실을 깨끗하고 편리하게 유지하면서 환경친화적인 화장실 문화를 만드는 것을 고민 중이다. 

컨퍼런스 발표자들에게 나눠준 선물도 내년 7월부터 대만에서 사용이 전면 금지된다는 일회용 빨대를 대신할 스테인리스 빨대와 청소용 솔이 담긴 휴대용 주머니다. 장식을 최소화한 모던한 건물과 좌우로 길게 늘어선 길가에 제각각의 모양 그대로 놓여진 돌 의자들, 자판기 옆에 있는 분리수거 쓰레기통, 불광산과 불타기념관을 순회하는 셔틀버스로 전기차를 운행하는 등 불타기념관의 환경 친화적인 '행동'이 연일 수만 명이 찾고 있음에도 정갈하고 고즈넉한 분위기를 유지하고 있는 비결이었던 셈이다. 

불타기념관이 앞장서고 EPA가 적극 홍보하고 있는 향과 종이돈 없애기 캠페인은 대만과 싱가포르에서 주목받는 환경이슈가 되고 있다고 한다. 절이나 사원에 가면 반드시 향을 피우는 것으로 신앙심을 표현하고, 새해맞이나 생일 등의 기념일을 축하하고 사업의 번창을 기원하는 것으로 종이돈을 사서 태우는 전통이 미세먼지를 유발하고 대기오염에 심각한 영향을 주고 있기 때문이다. 

IIan 국립대학 환경과 기술학부 교수이자 EPA 간부인 Yuan-Sheng Li는 "향을 올리는 것이 불자에게는 믿음의 크기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변화를 주는 것이 쉽지는 않지만 종교의식을 문화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환경으로 받아들이도록 교육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종이를 태우는 것은 쓰레기와 공해를 만드는 것이고 종교적 신앙을 보여주는 것과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설득하고 계몽하는 EPA 활동을 소개했다.

이번 국제회의가 환경을 우선하는 종교활동이 세계적인 트렌드라는 것, 향과 종이돈 뿐만 아니라 음식과 꽃의 과용도 관습이 된 문화일 뿐 종교적 수행과 관계가 없다는 인식을 확산하는 좋은 계기가 될 것이라며 정부와 종교의 협업을 통해 삶의 태도를 바꾸는 행동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싱가포르 Nanyang 대학의 Richard D. Webster 교수도 불교와 도교문화에 뿌리를 두고 있는 싱가포르의 전통축제인 'Hungry Ghost Festival'(일명 걸신축제) 기간에 종이돈을 태우는 전통 때문에 대기오염 수치가 크게 높아지고 화재도 많다며 종이돈과 향을 덜 유해한 천연재료로 만드는 것과 향 대신 전등사용을 권장하고 공기오염의 문제점에 대한 대중교육을 확대하는데 종교가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원불교는 영광성지를 지키기 위한 핵발전소 반대운동부터 6년 이상 지속해온 탈핵순례와 100개를 넘어 몽땅햇빛교당을 목표로 한 햇빛전기 나눔, 세대를 아우르는 환경교육 프로그램인 천지보은법회와 어린잎 자연학교 사례를 소개해 대만 언론의 특별한 관심을 받았다. 원불교의 사은에서 가르치는 천지은의 강령에 따라 없어서는 살지 못할 관계인 천지의 은혜를 갚는 것이 가장 종교적인 실천이라는 설명에 많은 청중들이 지지의 인사를 보여 주었다.

기후변화를 넘어 기후재앙으로 치닫고 있는데도 환경을 파괴하는 삶의 방식을 바꾸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기심을 공익심으로 바꿀 수 있는 것은 종교 밖에 없다는 인식을 같이 한 것이 이번 행사의 가장 큰 성과이다. 종교가 먼저 관습으로 굳어진 종교의식과 관련된 일체의 행위에서 환경을 괴롭히고 상하게 하는 것은 없는지 살피고 일상 수행을 하듯 이웃과 온생명을 두루 살리는 방법을 배우고 나누는 자리를 시작한 것이다. 

여러 종교가 다양한 의식과 실천 활동을 하고 있고, 다양한 사례를 만들고 있는 것에 힘을 보태는 것은 정부의 몫이다. 대만 정부는 불광산을 비롯해 대만불교, 도교와 손잡고 기후변화에 대응할 준비를 시작했다. 종교가 나서고 정부가 뒤따르는 실천을 기대하며 원불교도 기꺼이 손을 잡았다.

/원불교환경연대·사직교당

[2018년 9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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