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서품' 5장의 두 번째 내용인 '인도는 인의가 주체이고'를 〈주역〉으로 만나보면, 인도와 인의는 〈주역〉의 내용과 온전히 일치하고 있다. 

'설괘'에서는 "옛날에 성인이 〈주역〉을 지은 것은 (군자를) 장차 성명(性命)의 이치에 순응하게 함이니, 이로써 천도(天道)를 세워서 음과 양이라 하고, 지도(地道)를 세워서 유와 강이라 하고, 인도를 세워서 인과 의라고 하니"라고 하여, 천지인 삼재지도를 논하면서 인도의 내용이 인의임을 밝히고 있다.

'계사하' 제1장에서 "천지의 위대한 덕은 살리는 것이고, 성인의 위대한 보물은 덕위(德位)이니, 무엇으로 덕위를 지키는가? 인으로 하고, 무엇으로 사람을 모으는가? 재로 하니, 재물을 다스리고 말씀을 바르게 하고 백성들이 잘못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 의이다"라고 하여, 인은 천지가 만물을 살리는 사랑이자 성인의 덕위(德位)이고, 재물을 다스리는 경제, 진리를 가르치는 교육, 백성들의 죄를 처벌하는 형벌의 이치가 의라 했다. 

인(仁)은 사람 인(人)과 두 이(二, 天地)로, 천지인 삼재를 일관하는 덕으로 사랑을 대표하는 것이다. 〈맹자〉에서는 '인은 하늘의 높은 작위이며, 사람이 편안히 거처해야 할 집이다'라고 해, 하늘로부터 받은 인간 본성의 세계이자 사람이 편안하게 살아가는 곳이라 했다.

의(義)는 양 양(羊, 백성=天心)과 나 아(我 = 手+戈)로, 나의 마음을 백성 즉, 하늘에 두는 것이다. '중지곤괘'에서는 "곧음은 그 바름이고, 방정함은 그 의이니, 군자가 공경으로써 안을 바르게 하고, 정의로써 밖을 방정하게 하여, 공경과 정의를 세우면 덕은 외롭지 않다"라고 해, 의는 자신의 밖을 다스리는 정의라 했다. 또 '중천건괘'에서는 '만물을 이롭게 하는 것은 의에 맞아야 한다'고 했고, 〈논어〉에서는 '이로움을 보면 의를 생각해야 한다'고 했다.

〈맹자〉에서는 첫 번째 문장부터 양혜왕이 자신의 나라에 이롭게 하는 것이 무엇인지 묻자, 맹자는 '왕은 어떻게 이로움만 말합니까? 인의가 있을 뿐입니다'라 해, 인간 살아가는 바른길이 인의에 있음을 분명히 하고 있다.

다음 '서품' 5장 세 번째 내용인 '대도가 크게 어지럽다'를 〈중용〉에서는 '도가 행해지지 않는다(도지불행 道之不行)'라 해, 지혜로운 사람이나 어진 사람은 넘치고, 어리석은 사람은 미치지 못한다고 했다. 

'중천건괘' 초구 효는 아직 진리가 드러나지 않고 물속에 잠겨 있는 때로 '잠룡물용(潛龍勿用)'이다. 이를 문언에서는 "용의 덕이 숨어있는 것이니, 세상과 자신을 바꾸지 않으며, 명예를 이루지 않아서 세상을 피해서 근심하지 않으며, 옳음을 보지 못해도 근심이 없어서, 즐거우면 행하고 걱정되면 행하지 않아서 확고해서 뺄 수가 없음이 잠룡(潛龍)인 것이다"라고 해, 진리가 행해지지 않는 어려운 세상을 살아가는 지혜를 밝히고 있다.

/원광대학교·도안교당

[2018년 9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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