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토리텔링 소재·영육쌍전의 훈련 장점
다양한 대상으로 운영 가능, 청소년기에 기회

[원불교신문=정진주 교도] 종교인에게 성지 순례는 신앙 고취와 은총의 목적을 지니고 있다. 유대교, 기독교, 이슬람교 3개 종교의 공통 성지인 예루살렘은 그 소유권을 두고 쟁탈전이 벌어지고 있고, 이슬람교도에게는 성지순례는 일생에 꼭 해야 하는 행위(하즈)로 규정돼 있다. 성지순례의 중요성이 커져 전문여행사가 생길 정도이며, 타 종교의 경우 성지가 해외에 있어 순례 비용이 만만치 않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순례 또는 방문을 하곤 한다. 

원불교의 성지들은 멀리 가지 않아도 되는 장점이 있다. 그 성지들 중에서도 대종사가 탄생하고 성장했으며, 고행·구도 끝에 개각을 이룬 후 9인 제자들과 함께 원불교를 창립한 영산성지가 특별하다. 필자는 이번 여름 2박3일 마음훈련 프로그램으로 영산성지를 다녀오며 이곳이 원불교 성지순례의 필수 코스로 돼야 한다고 생각하게 됐다.

훈련 첫날은 영산원의 결제식, 노루목 대각터, 영촌마을 탄생가를 순례했는데, 뜨거운 폭염 속에서도 마을과 대종사의 발자취를 느낄 수 있었다. 은퇴한 교무님이 제공한 백수련차와 복숭아, 유기농으로 만든 저녁을 먹고 옥녀봉을 야간산행했다. 둘째 날은 연밭 구경, 삼밭재와 구호동을 거쳐 하산해 귀영바위, 선진포 입정터를 본 후 해안도로 백제불교 최초도래지탐방을 했고 역시 야간에 산행을 했다. 마지막 날에는 성지 내 위치한 영모전에서 대종사 영정과 십상도, 구도의 과정을 그린 벽화를 보고, 이후 영산선학대학교 뒷산의 중앙봉에 올라 구인 기도봉을 쳐다보며 단체 사진을 찍으며 마무리했다.

이번 훈련은 5명의 체력이 비슷한 교도가 함께 하여 매일 아침 5시에 기상해 기도와 요가로 하루를 시작했다. 무엇보다도 소규모로 진행된 훈련은 참가자간의 교류가 잘 되어 성지순례의 목적 뿐 아니라 일상의 가족생활과 노후에 대한 회화로 상호 도움이 컸다. 왕정달 교무의 숙달된 이끔과 프로그램에 대한 열의로 인해 많은 것을 배우고 나눌 수 있었다. 

이번 훈련을 계기로, 효과와 만족도가 높았던 이 프로그램이 앞으로 원불교의 대표 상품으로 발전되길 진정으로 바란다. 그 이유로는 첫째, 영산성지는 스토리텔링의 소재가 뛰어난 곳이다. 대종사가 탄생해 구도의 고행을 통해 진리를 깨닫고 교화를 시작한 곳이자 민초들의 삶을 개선하기 위해 갯벌을 막아 농지를 만든 지역으로 성지 중의 성지이다. 일반인에게는 동화나 전통이야기에 비춰 쉽게 이해할 수 있고, 교도들은 원불교의 역사와 개각의 의미를 되새길 수 있다.

둘째, 마음뿐 아니라 몸을 움직이는 훈련으로 영육쌍전의 표본이 된다. 단지 멈춘 채로 선과 공부만 하는 것이 아니라, 마을 걷기와 구인봉 오르기 등을 하며 기도와 회화를 할 수 있다. 체력이 맞는 팀끼리 모여 오전에는 마을과 평지를, 오후나 저녁에는 구인봉의 각 봉우리를 오르면 되는데 모임별로 체력과 목적에 따라 적정 수준의 움직임을 결정하고 순례과정을 결정해도 된다. 

셋째, 다양한 대상을 구분해 운영할 수 있다. 교도들은 정기적으로 영산성지순례를 하도록 권장하고 필수코스로 거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본격적인 성지 방문이 아니더라도, 참가자들이 한 번쯤은 들르거나 프로그램의 일부로 참가할 수 있도록 한다. 비교도와 외국인에게는 지역문화와 원불교 역사를 혼합해 알리고 체험하게 하는 의의가 있다. 교화는 꼭 교당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므로 성지와 지역을 적극적으로 할용하기를 기대한다.

넷째, 입시와 청소년기의 고민으로 몸과 마음이 지친 청소년들이 청소년기의 대종사의 궤적을 따라가며 스스로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는 기회가 될 수 있다. 소태산의 구도와 개각의 나이가 청소년 시기임을 상기시키며 삶의 목적과 현실에 대해 생각해보는 계기를 마련해 줄 것을 권장한다.

이 프로그램은 소규모로 운영해 내실을 기하는 것이 좋다. 프로그램을 지도할 후속 지도자들을 훈련·배출시켜 적극적으로 활성화될 날을 희망해 본다.

/신길교당

[2018년 9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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