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사에 기록을 남겨 다시는 이와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 글을 쓴다. 

다사다난했던 정수위단원 선거가 끝났다. 교단개혁에 대한 대중의 열망이 클수록 선거철마다 치러야 하는 곤욕도 깊어진다. 이번 정수위단원 선거에서는 투표거부운동과 진보·보수의 색깔론으로 본 후보자 평가가 대중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수위단원선거규정 제13조 선거운동 금지에 따르면 '후보와 재가출가 교도는 선거에 있어서 공명정대한 정신과 공의에 맡기는 자세를 가져야 하며 교단의 기강을 흐리는 어떠한 행위도 해서는 안 된다'고 제시돼 있다. 

선거관리위원회는 교단 규정상 선거운동 금지조항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에 유권자의 알권리에 한해서 선거운동을 허용해 왔다. 그 이면에는 교단 구성원 간의 신뢰와 선거제도의 변화과정이라는 암묵적인 협의가 있다고 봤다. 

그런데 정수위단원 선거 이틀 전날 밤, 충격적인 선거운동을 접하면서 실망을 금치 못했다. '원불교 촛불개벽결사단'이라는 '익명'의 단체가 정수위단원 후보 7명에 대해 비방하는 글을 1차 재가유권자들에게 유포했다. 그 글은 SNS를 타고 순식간에 번졌고 선거관리위원회에서 접수해 최초 유포자를 찾고자 했으나 단서가 되는 휴대폰 번호의 주인을 찾을 수 없었다. 비방 수위도 도를 넘었지만 익명으로 이뤄지는 선거운동은 종교가의 선거문화를 송두리째 더럽히는 행위라 생각한다.  

사회에서도 공직선거법상 선거기간 전화·인터넷을 이용한 선거운동은 허용하고 있다. 다만 후보자에 대한 비방이나 허위사실 공표 등은 금지되며, 정보전송 시 전송자의 명칭 및 연락처, 출처를 반드시 명시해야 한다. 선거법의 기본원칙도 무시한 이번 일에 대해 선거관리위원회와 감찰원의 엄중한 조치가 이뤄지길 바란다.

이번 선거운동으로 나의 오래된 기억이 떠올랐다. 복잡한 서울 밤거리를 야근 후 혼자서 걷고 있는데 뒤에서 "유관순 누나다!"라는 외마디가 들렸다. 뒤를 돌아보았으나 수많은 사람들 속에 묻혀 그가 누군지를 알 수 없었다. 나의 복장과 머리가 특이해서 그러했겠지 싶지만 비아냥거리며 소리쳤던 그 목소리의 주인공을 알 길이 없어 너무도 비참했다. 

어느 드라마에서 주인공 여배우가 인터넷 악플에 시달리다 그들을 찾아내 "내가 가장 힘들었던 이유는 당신들은 나를 아는데, 나는 당신을 모른다는 사실이었다"고 한 장면이 있다.

정당한 비판도 실명을 통해 당당하게 얘기할 때 오해를 넘어 타협의 길로 나아갈 여지가 있다. 진실을 왜곡하고 선거판을 뒤흔드는 '익명의 선거운동'은 반드시 근절시켜야 한다. 소중한 한 표를 행사하기 위해 원근각지에서 수고로움을 마다하지 않고 달려온 유권자들에게 부끄럽지 아니한가. 미흡한 선거제도는 정당한 방법으로 공의에 의해 바꿔나가는 교단이 되길 바란다.

[2018년 9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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