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화마라톤 파견은 나를 돌아보는 계기 돼
사무여한의 정신 놓지 않고 공도의 주인돼야
영육쌍전 공부로 일상에서 모든 경계 공부삼아

[원불교신문=강석준 교무] 강명구 평화마라토너의 유라시아 대륙 횡단 평화마라톤 동행 파견을 마치고 돌아 온 지도 어느새 두 달이 돼 간다. 가장 힘들었을 중국 신장 위구르에서의 마라톤 동행은 그에게도 나에게도 큰 위안이고 기쁨이 됐다. 

이제는 몸과 마음도 일상으로 돌아왔다. 달리는 동안에 환경이 열악했어도 가져간 상비약품통을 열어볼 필요도 없을 정도로 고맙게 몸이 잘 견뎌 줬다. 그러나 막상 돌아와서 몸과 마음에 여유가 생기니 발등의 진균이 극성을 부리기 시작한다. 그동안 잘 참아준 몸이 투정을 부리듯 말이다. 이것을 보고 극한 상황에서는 몸도 스스로 방어기전을 작동하여 지켜내고, 육신의 건강은 정신의 항상성이 바탕이 된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근무하는 곳은 원광제약이다. 사회에서 약 30년 가까이 국내외 제약회사에서 근무한 경험을 살리고 싶다는 생각으로 이곳에서 일을 시작하게 된 것이다. 사회 경험을 살려 빠른 성과를 내고 싶다는 생각과 이것을 통해 교단 내외에 기간제전무출신에 대한 중요성을 알리고 싶다는 꿈을 가지고 의욕적으로 일에 착수했다.

하지만 막상 현장의 적응은 생각처럼 쉽지 않았다. 사회와는 다른 정서가 있는 것처럼 느껴졌고, 이것이 보이지 않는 장벽으로 작용하는 것 같은 생각도 들었다. 기대했던 업무의 성과는 내기가 힘들었고, 처음부터 너무 서두르지 않았나 하는 반성도 들었다. 이처럼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부심하던 중에 평화마라톤 파견은 생각을 정리하고,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좋은 계기를 만들어줬다.  

평화마라톤에 참여하면서 매일매일 42㎞를 달리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러나 하루 동안 달릴 거리를 나눠 처음에는 10㎞ 정도의 구간만 생각하고 달렸다. 그리고 또 다음 구간을 10㎞만 생각하고 달리다보니, 하루 달려야 할 42㎞를 완주할 수 있었다. 

이렇게 하루하루가 모이니 한 달 동안 달려야 할 700㎞도 착실히 달릴 수 있었다. 처음부터 전체를 생각하면 엄두가 나질 않지만, 구간으로 나눠 생각하고 조금씩 실천하게 되면 믿기 힘든 유라시아 대륙 횡단 마라톤도 가능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번 기회는 주전자의 물이 99℃까지는 물이지만 100℃가 되면 수증기가 되는 것처럼 조금씩 양이 쌓이다 보면 질이 변화하여 믿기 어려운 변화도 만들어 낸다는 '양질전환의 법칙'을 몸소 체험해 보는 귀중한 시간이 됐다. 

풀 한 포기 자라지 않은 황량한 사막을 달리는 일은 요즘의 생활을 반조해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이기도 했다. 

사회에서 자신의 업무 처리 방식만을 주장하는 편협함과 주인이 아닌 객처럼 행동했던 자신의 모습을 뒤돌아 봤고, 처음 먹었던 초심과 감사함을 잊어버리고 문제를 환경과 남의 탓으로만 돌리려는 모습도 뒤돌아 볼 수 있었다. 

그런 반조를 통해 결국은 일 안에서 공부길을 찾아야 한다는 것과 처음부터 부처가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일상의 조그만 일들이 모여 결국에는 부처를 이루게 된다는 생각으로 정리가 됐다. 
이제는 다시 일상으로 돌아와 처음 시작하는 마음으로 현상을 분석하고, 조직의 바람직한 미래상을 기획하며, 그것을 이뤄가기 위한 방법을 찾아나가려 한다. 앞으로 어떤 어려움이 닥치더라도 사무여한의 정신을 놓지 않고 공도의 주인이 되는 자세로 매진할 것을 다시 한 번 다짐해 본다.

아침에 총부를 나설 때면 대각전을 향해 대종사의 순일 무사한 공심, 시종 일관한 성의, 청탁 병용하는 포용을 조금이라도 닮아가서 사사로운 마음을 버리고 오직 공심으로만 하루를 보내게 해달라는 심고를 올리곤 한다. 

오늘 하루도 일과 공부를 따로 보지 않고 일을 통해서 공부를 하는 영육 쌍전의 공부로 일상에서 대하는 모든 경계를 공부 삼아, 나로 인해 조금이라도 주위가 밝아지고 세상에 평화를 더하는 날이 오기를 기원하면서 일터로 향한다.

/원광제약

[2018년 9월21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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