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처선방-원불교교정교화협의회
서울구치소 법회현장을 가다

강해윤 교무와 심경화 교도가 수용자들을 대상으로 상담실에서 오전 교리공부모임을 진행하고 있다.

[원불교신문=강법진 기자] 가을비가 추적추적 내리던 날, 서울 지하철 인덕원역에서 차로 5분 거리의 서울구치소를 찾았다. 교정교화의 1번지라 불리는 이곳에서 원불교는 29년째 법회를 열고 있다. 

추석연휴를 앞둔 이날은 원불교 봉사자들이 수용자와 직원들에게 송편을 나눴다. 넉넉한 인심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울 정도로 이름이 나 있는 원불교 교정교화팀을 두고, 김행규 담당주임은 "봉사자들이 어느 종단보다 언행일치가 잘된다. 모두 정직하고 친절해서 수용자나 지인들에게 원불교를 권하는 편이다"고 귀띔한다. 이날도 오전 10시30분 교리공부모임부터 오후 1시 여사 법회, 오후 2시30분 남사법회까지 그가 봉사자들 곁에서 손발이 돼 주었다.

원불교 만나러 온 사람들
매주 목요일마다 진행되는 서울구치소 법회는 오전 교리공부와 오후 두 차례 법회가 있다. 은혜의집 강해윤 교무와 돈암교당 심경화 교도가 주관하는 오전 교리공부는 원불교 상담실에서 소박하게 이뤄진다. 출소 만기를 기다리는 자, 시설보수, 내청, 세탁, 구매 등을 담당하는 이들이 '원불교'를 만나러 온다. 미결수 수용소라 오래 함께한 인연은 없지만 강 교무에게는 스스로 찾아온 이들이 더없이 소중하다. 

강 교무는 "절대적 지지와 위안을 줄 뿐 그들의 인생사에 개입하지 않는다. 교정위원들에게도 사건개입하지 말기, 궁금증 내지 말기, 편견 없이 보기 등을 당부한다"고 설명했다.
긴 방학 끝에 맞이한 교리공부시간, 5명의 수용자들이 교전을 펴고 <정전> 총서편과 <대종경> 서품을 합독하며 교무의 교리해석을 듣는다. 소박하지만 서로 어깨를 나란히 하고 얼굴을 마주하며 읽는 법문봉독은 제법 울림이 있다. 

이들에게 원불교를 찾는 이유를 물었다. 최연소 젊은이는 "불법을 통해 일상생활이 바뀌는 경험을 하고 보니, 자력신앙의 뜻을 알게 됐다"고 답했고, 가장 연장자는 "원불교에서 이야기하는 포용의 뜻을 듣고, 그동안 시기질투 하던 나를 돌아보게 됐다. 나이 오십이 돼서야 순리대로 사는 삶을 알게 됐다"고 고백했다. 반면, 만기 출소를 앞둔 이는 "원음방송을 듣고 오래 전부터 원불교에 호감을 가지고 있었다. 뒤늦게 만난 만큼 다가와 주기를 바라기보다는 내가 다가가려고 한다"는 솔직한 다짐을 털어놓는다.

매주 목요일 오후 대강당에서 남사법회가 열린다.

행복한 교정, 행복한 국민
문득 구치소 입구에 걸린 '행복한 교정, 행복한 국민'이란 슬로건이 떠올랐다. 낯선 곳, 더 낯설게 느껴졌던 '행복'이란 단어가 이들의 일상에서 피어날 수도 있겠구나 싶었다. '죄는 미워하되 죄인은 미워하지 말라'는 간디의 말처럼 어둔 마음을 밝히고 원망심을 감사심으로 돌리게 하는 일, 교정교화 봉사자들이 지금껏 걸어온 길이었다. 

조금씩 변해가는 이들을 보는 기쁨으로 매주 목요일, 토요일(소년원법회)이면 교정교화에 매진하고 있는 심경화 교도는 "봉사를 하며 삶에 여유가 생겼다. 수용자들이 원불교를 만나 마음의 위안과 따듯함을 얻어갔으면 하는 마음으로 참여한다. 소년원 봉사를 다니면서는 아이들을 대하는 자세가 달라졌다"면서 교정교화를 통해 얻은 소득을 밝혔다. 

오후에는 여자 수용자들을 위한 여사법회가 소강당에서 가족 같은 분위기 속에 진행됐다. 감수성이 짙은 여성의 특성을 살려 성가·동요·가요 할 것 없이 실컷 부르고 나니, 흥미진진했던 설법이 시간에 쫓겨 다음주를 기약해야 했다. 누군가는 기다려주고, 또 다른 누군가는 잊지 않고 찾아와 주니 이것이 잔잔한 행복 아닐까. 

1년을 갓 넘긴 안양교당 권도연 교정교화위원은 "이곳에서 듣는 설법은 항상 마음을 울린다. 수용자들도 함께 즐거워하는 모습을 보면 뿌듯하다. 어느 날부터는 설교가 끝나면 대중이 박수를 치기 시작했다. 이런 봉사의 길을 인도해준 이상선 교무님에게 감사하다"면서 마음속에 담고 있던 말을 꺼냈다. 

이어진 남사법회는 대강당에서 100여 명이 모인 가운데 이뤄졌다. 집중력을 돕기 위해서는 프로젝트 화면자료를 늘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지만 단 한 번도 같은 설교안을 들고 단상에 서지 않았다는 강 교무. 오히려 그의 사회활동 이야기가 그들을 세상과 연결해주는 좋은 매개체가 된다고 말한다. 

원불교교정교화위원들이 법회 후 기념촬영을 했다.
교정위원은 심사를 거쳐 법무부장관이 임명한다. 
추석명절을 맞아 원불교 교정교화 봉사자들이 송편과 과일을 나눴다.

가족 위령재와 1만 부채나눔
원기75년 길광호 교무와 첫발을 내디딘 서울 교정교화는 그가 떠난 후, 서울구치소는 강해윤 교무, 고봉정보통신중·고등학교(옛 서울소년원)는 강성운 교무가 맡고 있다. 그 뒤에는 교정교화 봉사자들과 서울교구 봉공회의 후원이 있다. 강해윤 교무는 그간의 교정교화를 돌아보며 "그때그때 열심히 했지만 지속가능한 것은 없었다. 실패도 많았다. 사람이니까. 그런 줄 알면서 시작한 일이고 전체가 아니라 한두 명이라도 더 나은 세상으로 인도하는 일을 하고 있다고 믿는다. 나에게 맡겨진 일이니 현실을 직시하고 성의를 다할 뿐이다"고 담담하게 말했다.

실패도 있었지만 오랜 교정교화 활동으로 정착한 연례행사도 있다. 매년 4월 대각의 달이면 생일잔치와 열반인을 위한 위령재를 모신다. 이때는 원불교 종교활동을 하지 않아도 수용자·직원의 열반 가족 그리고 구치소 안에서 열반한 영가들을 모시고 천도의식을 올린다. 또한 무더운 여름 방마다 선풍기 하나에 의지해 사는 수용자들을 위해 3년 전부터 부채 1만개씩을 제작해 서울구치소 외 원불교 교정교화 시설에 나누고 있다.  

교정교화가 쉽지 않다는 말을 현장에 가보고서야 알았다. 한정된 시간과 공간, 제약된 사람과 이야기 속에서 위축되지 않고 그들에게 위안을 줄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오는 걸까. 그건 오랫동안 자리를 지켜온 교무의 신념과 교정교화 봉사자들의 헌신에 있었다. 봉사자들은 각 교당에서도 교도회장, 봉공회장, 임원 등을 맡아 알뜰한 신앙생활을 하는 이들이다. 때문에 교무의 설교와 상담 외에는 사회, 성가, 간식, 조직 관리까지 그들이 척척 해결하니 따로 손 보탤 일이 없다. 다만 젊은 봉사자 유입이 앞으로의 과제다.

교도소에서 만난 마음공부
교정교화를 통해 입교한 어느 교도는 "인생에서 쾌락이 최고의 행복인 줄 알고 살았다. 그러던 어느 날 교도소에 비치된 <원광>을 보고 '마음공부'라는 것을 알게 됐고, 이감 후 '원불교' 종교활동에 적극 참석하게 됐다"면서 자신의 삶을 변화시킨 그때를 떠올렸다. 

스스로 먹은 마음이지만 그때부터 그의 인생은 다른 길을 걷기 시작했다. 담당교무는 그를 '원불교 종교회장'으로 발탁하고 5개월 밖에 안 된 그에게 법회 사회와 독경, 설명기도를 맡겼다. 출소까지 1년 반이 남았던 그는 40여 편의 기도문을 작성하며 스스로를 다독여 법으로 길들여갔다. 그 뿐 아니다. '원불교 방'에 살겠다고 자원해 남보다 30분 일찍 일어나 경종도 치고 기도도 올리면서 자연스레 수행을 익혀갔다. 지금은 신심 깊은 교도가 돼, 현재 원불교교정교화협의회 교화국장과 지역 교정교화를 담당하고 있다.  

전국에 교정시설은 56곳, 청소년보호시설은 34곳이 있다. 교단은 1983년 서울교구 소년원 법회를 개설한 이래 현재 교정시설 12곳, 보호시설 9곳을 맡아 수용자를 위한 법회와 마음공부방을 열고 있다. 어쩌면 어디에선가 제2의 신실한 교도가 양성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교도는 "4년 전, 경북북부1교도소를 개척한 이유도 여기에 있다. 앞으로 정부가 민간단체에 교도소를 위탁하는 때가 올 텐데, 원불교가 활동을 확대해 그때를 대비했으면 한다. '일상수행의 요법 5조'만 잘 심어줘도 된다. 현대인들은 분노조절장애를 가진 사람들이 많다. 우발적 범죄를 막기 위해서는 평소 마음관리가 중요하다"면서 "교정교화는 이동이 잦은 교무보다 재가교도가 주인이 돼야 한다"며 CMS 후원에도 정성을 모아줄 것을 당부했다. 덧붙여 재소자들이 사회에 나왔을 때 터전 삼을 수 있는 생활공동체가 속히 마련되기를 염원했다. 

[2018년 10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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