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의 소용돌이, 새 시대 열릴 것
대종사의 개벽의 순간이 늘 함께한다

[원불교신문=허인성 교도] 추석이 지났다. 많은 사람들이 고향에 다녀왔다. 오고 가는 것이 곧 즐거움이 됐다. 그렇게 부모와 자식 간의 사이가 가까워졌다가 다시 멀어졌다. 

아버지는 연휴 마지막날에 집으로 돌아온 내게 전화를 했다. "큰아들, 아빠가 친구들과 약주 한 잔 하고 집에 가는 길이다. 네가 있어서 든든하구나. 고맙다." 그런 모습을 옆에서 지켜본 큰아이는 감동의 한 장면을 봤다며 신기해했다.

아버지는 이야기하는 것을 매우 좋아한다. 그 속에서 살아있는 즐거음을 느끼시는 듯하다. 그러다보니 대부분을 들어주기보다는 말하는 것으로 채운다. 어머니는 그런 아버지가 못마땅하다. 아버지 말씀이 너무 길어진다 싶으면 음식을 내어 이야기를 끊곤 한다. 어머니는 늘 자식들 편에 서주려 한다. 

온 가족이 모여 즐거운 이야기만 나누는 것은 아니다. 사춘기 한가운데 서 있는 큰아이와의 스마트폰 전쟁에서부터 몸집이 왜소한데도 잘 먹지 않으면서 축구선수가 되겠다고 하는 작은아이 축구대회 참가기, 일본에 있는 동생과의 화상통화, 작은집 사는 이야기, 직장에서의 이야기, 그러다 부동산 집값 문제, 최저임금 문제로 이어지더니 남북정상회담, 통일에 대한 생각들, 그리고 앞으로의 일과 계획들로 확대가 된다. 

물론 이야기 속에서 세대 간 갈등이 없지 않았으나 오랜만에 나누는 긴 이야기는 서로의 삶을 바라보며, 인정할 수 있는 기회를 줬다. 서로 다른 입장과 생각이 부딪히는 순간에서도 그럴 수 있었던 것은 가족이기 때문이었으리라. 또 오랜만에 만난 소중한 시간을 서로 싸우지 않고, 서로를 위하는 시간으로 만들고자 하는 보이지 않는 힘이 있었기 때문이리라.

추석 전에 교단에서는 새로운 수위단이 구성됐고, 새로운 종법사가 선출됐다. 이 과정에서 다양한 목소리가 나오고, 퍼지고, 가라앉았다. 작게는 재가교화단을 구성하자는 이야기가 있었고, 수위단 후보에 대한 검증 목소리도 있었으며, 선거제도 자체의 문제점을 제기하는 지적도 있었다. 교단에도 여느 사회에서처럼 진보와 보수의 프레임이 존재했고, 일련의 과정이 투명하지 못하다는 인식도 많았으며, 자신의 신념에 따라 주장하는 목소리도 많았다.

긍정의 시각으로 보면 수용할 것들과 살려쓸 것들이 많았으며, 부정의 시각으로 보면 반성하거나 반면교사로 삼을거리도 많았다. 개인적으로도 출가의 교화단 체제에 비해 재가의 그것이 존재하지 않음을 알게 됐고, 재가들도 목소리를 내고 싶어하나 그 방법을 못찾고 있다는 것도 느낄 수 있었으며, 출가들도 교단을 이끌어갈 지도인에 대해 많은 관심과 충돌이 있었음을 볼 수 있었다.

소태산 대종사는 일원의 진리를 깨닫고'만유가 한 체성이며, 만법이 한 근원이다'고 했다. 선거라는 것이 골라 뽑는 행위이다보니 올라가는 이가 있으면 내려가는 이가 생길 수밖에 없다. 내려간 이의 입장에서 보면 그것은 실패이고, 좌절일 수 있어도 그는 역사의 한 장면을 장식한 위인이고, 새로운 역사를 만들어가기 위한 주인공이 된다. 누군가에겐 슬프고 아쉬운 일이 누군가에겐 기쁘고 행복한 일이 된다.

유상으로 보면 상주불멸로 여여자연하여 무량세계를 전개하는 것이고, 무상으로 보면 우주의 성주괴공과 만물의 생로병사와 사생의 심신작용을 따라 육도로 변화를 시켜 혹은 진급으로, 혹은 강급으로, 혹은 은생어해로, 혹은 해생어은으로 무량세계가 전개된다. 이 가운데 생멸없는 도와 인과보응되는 이치가 한 두렷한 기틀을 짓는다. 수많은 경계가 있었을 요즈음. 대종사가 깨달은 진리가 바로 지금, 여기에서부터 비롯됨을 깨달아야겠다. 결국 돌고 돌아오는 것이다. 오고간 많은 이야기들이 모쪼록 버려짐 없이 앞으로의 정책에 잘 반영되기를 희망해본다.

우리는 지금 안팎으로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 있다. 자칫 잘못하면 수렁에 빠질 수 있지만 잘 헤쳐나간다면 누구보다 힘을 펼칠 수 있는 시대가 열리고 있는 것이다. 

한 세기 전 대종사가 부딪혔을 개벽의 순간이 늘 함께한다. 우리가 처한 상황에 매몰되어 밖을 보지 못하면 안된다. 늘 자력을 양성하고, 지자를 본위하며, 타자녀교육과 함께 공도자숭배로 이 세상을 낙원으로 만들어가야 하겠다. 그것이 일원의 진리에 보은하는 길이리라.

새롭게 선출된 종법사께 무한한 존경의 마음을 올리며, 그동안 교단을 잘 이끌어준 모든 분들에게 감사를 전한다. 

/정릉교당

[2018년 10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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