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열 넘치던 21일간의 하선
훈련원 다시 살림의 서원·정성에 감동

[원불교신문=박덕명 교도] 이른 아침, 숙승봉 정상에서 만난 그 미소는 이번 하선 21일 기간 중 내가 받은 최고의 선물이었다. 맑은 햇살을 받으며 떠오른 그 얼굴의 미소는 살아있는 서산마애불 관세음의 잔잔한 웃음, 바로 그것이었다. 함께 등정한 박정인 원로교무님을 모시고 산 정상 표지석에서 우리들이 기념사진을 찍을 때 나는 보았다, 그 미소를!

새벽 5시, 여름날 아침인데도 소남훈련원에서 출발하는 숙승봉 등산길은 깜깜하였다. 우세관 부원장님은 훈련기간 중 하루를 숙승봉 정상에서 새벽기도하자며 선객들 모두에게 행장을 갖추어 등산길에 오르도록 했다. 70대 후반의 여자교도님들까지 함께 나섰다. 당신들께서는 지금 아니면 숙승봉과 영영 인연을 맺지 못하게 될 것 같다고, 내일은 없다시며 걸음을 재촉했다. 땀을 흥건히 쏟으면서 우리들과 함께 일심으로 험한 길을 걸어 정상에 올랐다.

이번 소남 하선 정기훈련 21일로 나는 내 공부의 전환점을 가졌다. 그동안 나는 대종사님의 일원대도 그 법대로 살겠다고 서원하고 적공해 왔지만, 나의 정성은 그 문턱에 한참 미치지 못하고 있었다. 정말 다행인것은 이번 훈련 과정을 모두 마치고 난 후, 나는 자신감을 다시 찾은 것이다. 법신불 사은님께, 대종사님 성령전에 이로써 정진하고 적공하리라는 다짐을 올렸다. 

훈련기간 내내 나에게 가장 감동을 준 것은, 이곳 완도 소남훈련원의 실무를 책임지고 있는 우세관 부원장님이 교법을 실천하시는 모습이었다. 훈련원을 다시 살리겠다는 서원과 정성은 한 마디로 혈성! 혈인! 그 자체였다.또 이번 정기훈련에서 의두 요목 20개와 정전 교의편 일원상, 등의 교리 핵심을 배웠는데, 부원장님은 여태까지 내가 익숙하게 들어온 언어들과는 아주 다른 생생한 표현들을 사용하셨다. 우리들에게 의두 성리에 대한 법문을 좀 더 알기 쉽게 강의해 주시기 위해 모든 정성을 쏟으셨다. 

그러나 때때로 나는 길을 잃기도 했다. 의두의 역설적 표현과 언어에 휘둘려 혼란스럽기도 했다. 나는 늘 나의 일심을 단단히 챙겨야만 했다. 매일 새벽, 천일기도 마치기 직전에 부원장님이 내려주는 짧은 법문은 나의 업장을 녹아내리게 하는 방망이였다. 마침내 훈련 마지막 날 아침, 무법으로 법해 주는 설법을 받들고 나는 한없이 밝아지는 느낌이 들었다. 기쁘고, 그냥 상쾌했다.

사실 지금까지 나에게는 영원히 잊지 못할 스승님에 대한 추억이 있다. 내가 대학 졸업반이었던 34년 전, 대산종사님이 나에게 내미신 손을 처음 잡아 본 인연이다. 돌이켜보면 34년 전, 원기69년 7월 27일 나는 대산종법사님으로부터 큰 은혜를 입었다. 그날, 오후 야외 법석인 만불전에서 열린 법회에서였다. 대산종법사님은 대중과 함께 앉아 있던 나와 친구들 3명을 앞으로 부르셔서 당신 옆자리에 앉도록 해주신 것이다.

이번 소남하선 21일 훈련 중, 만불전 바윗돌 좌석에 앉아 대산종사님의 녹음된 육성 법문을 받들며 명상에 잠기는 시간이 있었다. 그곳에서 육성 법문을 받드는 내내 나는 마치 살아계신 종법사님이 34년 전의 그때처럼 생생하게 법문을 하고 내가 받드는 체험을 했다. 그리고 예전 그날, 늦은 밤 조실로부터 우리들에게 전해진 수밀도 복숭아 4개의 맛은 천상의 맛이었는데, 이번에 그 맛이 되살아 난 것이었다.

부처님의 불안(佛眼), 완도 불목리! 대산종사님의 성혼이 어려 있고, 소남 김영현(법명 정광) 선진님의 정신이 살아 숨 쉬는 곳. 우리 회상의 원불교 일원문화가 세계로 뻗어 나가는 전초기지, 완도 소남훈련원! 삼세 업장을 녹이는 곳. 선정에서 잠 깬 스님이 업장을 모두 녹이고 부처의 반열에 드는 곳. 나는 내년에 있을 소남 정기훈련을 기다린다.

그때 또 참석해서 지나간 일 년 동안의 내 공부와 사업을 다시 계가(計家)해 보리라. 진리를 깨쳐도 실천이 없다면, 그 모두 꿈처럼 허망할 뿐(眞理無實踐 如夢幻泡影).

/서울교당

[2018년 10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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