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지은 교무] 소태산 대종사는 '누구나 자기를 좋게 하려는 한 생각이 없지 아니하나, 구하는 데에 있어서는 혹은 순리로, 혹은 역리로, 혹은 사실로, 혹은 허망하게' 구하는 차이가 있다고 했다. (인도품 10장) 

예를 들어 누구나 돈을 잘 벌어 부자 되기를 원한다. 그런데 그 버는 방법에 있어서 무리하게 대출을 얻어서 사업을 시작한다거나, 잘 알아보지도 않고 자본을 투자를 한다면, 그것은 역리로 돈을 구하는 것이므로, 구하는 바를 얻기란 요원한 일일 것이다. 대종사는 무슨 실업이든지 먼저 지견과 경험을 얻은 뒤에 착수할 것이며, 이소성대의 원칙에 따라 순서 있게 사업을 키워나가라는 등, 지극히 순리에 따라 사업하는 방법을 자상히 일러주고 있다. (인도품 41장)

순리란 될 일이요, 역리란 안 될 일이다. 순리대로 하면 더딜 수는 있으나 반드시 원하는 바에 도달하게 될 것이나, 욕심이 들어 빠른 시일에 이루려 하거나, 노력보다 더 많은 것을 얻고자 하면 역리로 구하다 일을 그르치기가 쉽다. 소태산 대종사는 <정전> 전체에 걸쳐 이 세상을 순리대로 살아가는 법을 일러줬다. 순리란 오직 당연한 길, 떳떳한 길, 천하 모든 사람이 다 갈 수 있는 큰 길이다. 

이 세상을 잘 살아가는 방법은 사실 알고 보면 특별한 데에 있지 않다. '우리가 알아야 할 모든 것은 유치원에서 배웠다'는 책 제목도 있지 않은가. 가령 <정전> '상시응용주의사항'은 우리가 평상시 유념하여 길들여야 할, 가장 중요한 여섯 가지 사항이라고 할 수 있다.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기를 주의할 것이요',  '응용의 형세를 보아 미리 연마하기를 주의할 것이요' 와 같은 내용들이 담겨 있다. 이렇게 새로울 것도 없이 너무 당연한 말이기에 자칫 그 중요성을 간과하기가 쉬운 것이 우리 <정전>이다. 그러나 정작 이 조목들을 생활속에서 받들어 실천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을까?

순리로 가르쳐주는 말씀은 어쩐지 신박하게 들리지 않아 소홀히 여길 수가 있다. 한 제자가 교중의 초가지붕을 이면서 나래만 두르고 새끼를 두지 아니하자, 대종사 밤사이라도 바람이 불면 어떡하려고 하냐고 했다. 그러나 그 제자는 '이 지방은 바람이 심하지 않습니다' 하며 그대로 뒀다. 그런데 그 날 밤, 때 아닌 바람이 불어 지붕이 다 걷혀버렸다. 그 제자가 송구해하여 "대종사께서 신통력으로 미리 보셨는데, 제가 어리석어 이렇게 되었습니다"하고 사죄를 올린다. 

그러나 대종사 말하기를, "내가 든든하고 떳떳한 길을 가르쳐주었는데 듣지 아니하더니, 이제 도리어 나를 신기한 사람으로 돌리니 그 허물이 또한 더 크다"라며 나무란다. 한번만 멈추어서 응용의 형세를 보아 생각했다면, 만에 하나라도 바람이 불면 큰일이라는데 생각이 미쳤을 것이고, 그에 대비한 취사를 했을 것이다. 스승에게 신통력을 기대하면 정법을 수행하는 자력이 길러지지 않고, 역리로 요행수를 구하는 마음이 길러진다. 

간사시절 어쩌다 선명한 꿈을 꾸면, 어른께 그 꿈의 의미를 여쭙곤 했다. 그때마다 항상 대답은 한결 같았다. "다 개꿈이다." 그렇게 묻는 간사와 대답하신 어른이, 대종사에게 신통력을 기대하는 제자와 대종사의 모습과도 닮았다. 

/미주총부법인

[2018년 10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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