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치는 끝났다. 9월13일 실시된 정수위단원 선거는 2448명의 유권자 중 1967명(부재자 107명)이 투표해 80.4%의 투표율을 자랑했다. 6년 전 선거보다 3.2% 가량 높고, 12년 전 선거보다는 다소 하락한 수준으로, 투표 참여율은 상당히 양호한 편이다. 하지만 7.5%(145표)의 무효표는 여전히 위력적이었다. 투표에 참여해, 자신의 한 표가 정당하게 행사되었는지, 아니면 사표가 되었는지를 알길 없으나 세상 어떤 선거보다 무효표를 많이 양산하는 현행 선거형태는 불합리하다. 

특히 선거 열기가 달아오른 상황에서 무효표의 영향력은 매우 컸다. 득표수가 치열했던 선거였기에 몇 십표 차이로 당락이 갈리는 상황에서는 무효표의 무게는 더욱 크게 느껴졌다. 문제는 이런 무효표가 결국 대중의 민의를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데 있다. 아무리 깜깜이 선거라고 하지만, 개인별로 한 표를 행사하는 선거에서 7.5%가 무효표라면 이것이 온당한 민의 심판이라고 할 수 없다. 지난번 선거에서는 8.4%가 무효표였다. 

주목할 대목은 부재자 투표에서는 무효표가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사려 깊게 생각할 수 있는 시간과 투표한 숫자를 여유롭게 확인할 수 있어서다. 부재자 투표 확대 필요성의 이유가 여기에 있다. 반면 현장 투표에서의 무효표 성향은 9표보다 적게 기표한 것이 75%, 많게 기표한 것이 20%, 완전 백지(선거 거부 등)는 5% 정도로 추정된다. 무효표 현황을 공개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선거관리위원회는 성향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직간접적으로 참여한 사람들의 사이에서 흘러나온 이야기를 종합한 추정치다. 

정수위단원 선거는 각 27명의 남자·여자 후보자 중 9명씩을 찍는 다선제 방식이다. 현장 투표를 하는 초고령층, 노년층을 비롯한 다양한 연령에서 실수로 적게 찍거나 혹은 많이 찍어서 무효표가 발생한다. 일부러 선거 거부나 무효표를 만들기 위해서 투표하지는 않았다는 뜻이다. 박빙의 선거에서 불법적인 선거운동보다 더 위력을 발휘하는 것이 바로 무효표다.

무효표에 대한 우려는 지난 1월 기자의 시각에서 '무효표 변수에 주목하라'는 제목으로 직설한 바 있다. 새 선거법은 다른 규정보다 무효표를 적게 나오는 방향의 안이 상정됐으면 하는 바람을 전했지만, 제도적 보완은 이뤄지지 않았다. 올 초 '수위단원 선거규정 TFT'에서 새 선거법 개정을 논의했지만, 득표의 정당성을 내세우며 예전 그대로 선거법을 통과시켰다.

선관위에서 무효표 방지를 위해 적극적인 홍보활동을 펼치겠다고 했지만 약속을 지켰는지는 의문이다. 결과적으로, 6년 전 선거와 별반 다르지 않게 무효표가 발생했다. 선거법 개정과 투표방식의 변화 없이는 6년 뒤에도 똑같은 역사를 또 다시 반복하게 될 것이다. 왜 이 중요한 무효표 대란을 막지 못할까. 선거제도와 기표 방법을 바꿔 더 이상 무효표 대란이 없게 지혜를 모아야 한다.

[2018년 10월5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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