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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수 교무의 차 이야기 21. 다산의 향기, 떡차를 만나다
이진수 교무의 차 이야기 21. 다산의 향기, 떡차를 만나다
  • 이진수 교무
  • 승인 2018.10.10
  • 호수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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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불교신문=이진수 교무] 올해로 다산 정약용 해배 200주년을 맞았다. 계절마다 맛있는 차가 있듯이 올가을엔 다산이 마셨다는 떡차의 맛을 상상하게 된다. 다산의 나이 69세인 1830년, 강진 백운동 이대아에게 보낸 편지의 내용에서 떡차 제조법에 대해 언급한 내용이 있다. 

편지의 내용을 보면 좀 더 상세한 설명을 만날 수 있는데, "모름지기 세 번 찌고 세 번 말려 아주 곱게 빻아야 하고, 반드시 돌샘물로 고루 반죽해서 진흙처럼 짓이겨 작은 떡으로 만든 뒤라야 찰져서 먹을 수가 있다네." 

이 편지 글에 떡차의 제조 공정이 각각의 단계를 거쳐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다. 지금의 떡차 제조법과 별반 다르지 않지만 돌샘물로 고루 반죽했다는 점에서 물의 중요성도 확인할 수 있다. 맛있는 차는 물맛이 좌우하듯이 차를 만드는 과정에서조차 차의 진성을 만날 수 있는 돌샘물을 사용했다. 

다산이 만든 떡차와 지금의 떡차 제조법의 다른점이라고나 할까, 오늘날 쉬이 만날 수 있는 물이 아니기에 차맛은 분명 다를 수밖에 없으리라. 다산의 여러 편지글에서 떡차와 관련된 언급이 있는데 상세한 설명을 곁들인 주문 내용도 있고, 떡차 50개를 보낸다는 내용도 전한다. 당시에 차를 마신다는 것은 약용에 가까운 것으로 나이가 들어 기운이 쇠약해 문 밖 출입에 어려움을 토로하면서 차를 보내 줄 것을 당부한다. 특히 쇠약해진 병든 몸을 지탱하는 것으로 떡차를 이용했다는 내용이 뒷받침해 주듯이 당시에 다산이 마신 차는 체증을 내리는 약으로써 떡차 없이는 살 수가 없다고 말했을 정도이다. 적어도 유배지에서 다산에게 한 잔의 차는 삶의 희망이었을 것이다. 

떡차의 역사는 삼국시대 증제 떡차에서부터 고려시대의 증제 단차, 조선시대의 증제 전차로 이어진다.
떡차의 역사는 삼국시대 증제 떡차에서부터 고려시대의 증제 단차, 조선시대의 증제 전차로 이어진다.

차의 인연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유배지인 강진을 떠나올 때 <다신계절목(茶信契節目)>을 결성해 제자들과 맺은 인연을 차회로 연결시켰다. 다신계절목에 전하는 떡차는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곡우일에 어린 잎을 따서 볶아 1근을 만든다. 입하 전에 늦차를 따서 떡차 2근을 만든다. 이 잎차 1근과 떡차 2근을 시(詩)와 함께 동봉한다"고 적고 있다. 올해로 다신계 결성 200주년이 뜻 깊은 차회로 여겨지는 이유는 스승과 제자의 각별함이 계를 통해 이어올 수 있다는 것과 19세기 차문화의 원형을 간직한다는 점이다. 

역사적으로 당대에는 육우가 덩이차 제다법을 통해 떡차를 소개했고 다산 정약용은 정성이 가득한 떡차 제조법을 전했다. 떡차의 역사는 삼국시대 증제 떡차에서부터 고려시대에는 증제 단차로 만들어졌고, 조선시대에는 증제 전차로 만들어졌다, 당나라 때 저술된 <다경>의 육지음(六之飮) '차 마시기'에는 "차의 종류로써 추차(秋茶), 산차(散茶), 말차(末茶), 병차(餠茶)가 있다"고 기술되어 있다.

추차는 쪼개거나 자르고, 산차는 덖어내고, 말차는 불에 말리고, 병차는 절구에 찧어서 작은 항아리나 병에 넣고, 끓는 물을 부어 마시는 것을 암차라 한다. 추차는 거친 하급차이고, 말차는 미세한 가루로 만들어서 탕수에 타서 마시는 차를 이른다. 말차는 지금처럼 격불하지 않고 물에 우려서 마셨다. 송대에는 연고차라는 이름으로 명성을 얻었고, 부드러운 가루를 곱게 거품 내는 격불 과정은 경이롭기까지 하다. 

그리고 여기서 말하는 병차는 덩어리차 또는 단차(團茶), 돈차(錢茶)라 하고, 장흥 보림사 부근에서는 청태전(靑苔錢), 강차(綱茶), 곶차(串茶)라는 이름으로, 강진지역에서는 백운옥판차와 금릉월산차로 판매됐다.

/원광디지털대학교 차문화경영학과 교수

[2018년 10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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