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유진 교도] 연초 중앙교구 청년겨울정기훈련에서 유무념에 대해 배운 후 바로 조목을 정했다. 오전 9시 이전에 아침밥 챙겨 먹기였다. 아침밥을 먹으면 머리도 맑아지고 잠을 깨우는데 효과적이며, 그로 인해 아침을 잠으로 낭비하는 대신 일찍 하루를 시작하고, 일찍 일어나야 하기 때문에 밤에 더 일찍 자게 될 것이라 생각해 정하게 됐다. 

바로 그 날부터 실행했으나 처음부터 마냥 잘 이뤄진 것은 아니었다. 방학이라 늦잠을 잔다는 핑계로, 개강한 이후에는 아침에 바빠서 밥먹을 시간이 없는 이유로, 주말에는 쉬어야 한다는 말도 안되는 핑계로 거르기도 했다.

유무념을 잘 지켜나가기 위해 유무념 대조표를 써보기도 했고, 원학습코칭 노트를 받아서 써보기도 했지만 생각보다 습관이 들지 않았고 아침밥 먹는 것과 노트를 쓰는 것의 병행이 더 어렵다는 느낌도 많이 받았다. 

그러던 중 교무님께 말씀드리니, 2~3명이서 SNS 그룹 채팅방을 만들어 함께 관리해 보는 것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그날 청년법회에 참여한 나와 청년, 학생 세 명이 함께 유무념을 관리하기 시작했다.

서로의 유무념을 작성해 게시글로 고정시켜 놓았고, 다른 사람의 유무념과 내 유무념을 서로 봐주면서 실천하기 시작했다. 내가 놓치는 부분을 다른 교우가 챙겨주고, 다른 교우가 놓치는 부분을 내가 챙겨주면서 하루하루 체크하니 혼자 할 때보다 놓치는 날이 적었고 오히려 다른 교우의 본보기가 되고자 더 열심히 지키려 했다.

그로 인해 처음에 유무념 조목을 정할 때 목적했던 대로 지난 학기, 방학보다 더 규칙적인 생활로 이어졌고, 바쁜 날들 가운데서도 아침을 챙겨먹을 줄 아는 여유를 갖게 됐다. 

스승님들의 법문을 더 찾아봤다. 대산종사께서는 주의심의 깊이에 따라 잘하고 못한 것을 가리지 않고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했으면 유념의 번수에 넣고, 설사 일은 잘 됐다 할지라도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는 마음을 놓고 했으면 무념의 번수에 넣어서 챙기는 마음을 주로 할 것이며, 둘째 조금 공부가 되어가면 일의 잘되고 못된 것으로써 유념, 무념의 번수를 계산하되 하라는 것과 말라는 계문을 표준으로 하되 특히 잘된 것으로 표준 할 것이며, 셋째 더 능숙해지면 경계수를 크게 잡아서 하루 네 때나 또는 하루를 한 경계로 잡고 마음이 끌리고 안 끌림을 표준삼되 특히 잘 된 것을 대중잡을 것이며, 넷째 아주 능숙해지면 간단없이 일념이 계속이 되는 것을 표준삼되 정한즉 도심이 나타나고 동한즉 덕행이 나타나서 불지에 계합 자재 하자는 공부로 구분하셨다.    

대산종사에 따르면 아직 내 유무념 공부는 갓 첫 번째를 지나 두 번째에 도달한 것 같다. 원불교에 입교한지 7년이 지났지만 아직 가야할 길은 멀고, 스승님들의 가르침 또한 온전히 받아들이기에 공부가 턱없이 부족함을 느낀다. 

'나비효과'란 나비의 작은 날개짓이 날씨 변화를 일으키듯, 미세한 변화나 작은 사건이 추후 예상하지 못한 엄청난 결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겨울에 정했던 유무념은 작심삼일을 견뎌내었고, 일주일을 견디고, 한 달을 견뎌 현재까지 지켜가고 있다. 내 삶에서 아침밥이라는 작은 변화는 현재 바른 생활습관이라는 결과를 만들어내었고, 이제는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부분이 됐다.

유무념을 지켜온 시간은 내가 살아온 22년에 비하면 아주 미세한 변화라고 생각되지만 그 미세한 변화, 기간들을 모아 주의심을 가지고 살아간다면 나비의 작은 날개짓처럼 내 인생을 이끌어 줄 것이라는 확신이 든다. 

아침밥 챙겨 먹기라는 유무념 한 가지만으로도 내 생활에 긍정적인 변화가 많이 나타나고 있다. 여력이 된다면, 한 가지씩 유무념 공부 거리를 더해 내 삶에 더욱 큰 변화를 가져올 수 있도록 유무념 공부에 정성을 더 들여야겠다는 다짐이 들었다.

/영등교당

[2018년 10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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