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지은 교무] 이운외는 정산종사의 모친으로 그의 병이 중해지자 집안사람이 급히 소태산 대종사에게 달려와 방책을 물었다. 그러나 대종사는 의사에게 치료를 받으라고 한다. 이운외의 병이 나은 후에 대종사 말하기를, "나는 도덕을 알아서 그대들의 마음병을 치료해주는 선생이요, 육신병의 치료는 각각 거기에 전문하는 의사가 있나니, 앞으로 마음병 치료는 나에게 문의할지라도, 육신병의 치료는 의사에게 문의하라"고 말한다. 

어려운 일을 당해 마음이 약해질 때 누구라도 찾아가 의지하고 싶은 것이 인간의 마음일진대, 소태산 대종사 당대의 제자들은 오죽했을까. 그러나 대종사가 단호하게 보여준 이 취사를 통해 우리에게 말하고자 한 본의를 이해해야 할 것이다.

대종사는 대중의 근기가 정법의 이해에 미치지 못하던 말법 시대에 나타나 부득이 수년 동안 이적과 신통을 보여 중생들의 발심을 촉구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정식 회상을 연 후에는, 신통이 세상을 제도하는 데에 실다운 이익이 없을 뿐 아니라, 도리어 폐해가 된다고 하며 이를 일체 보이지 아니했을 뿐 아니라, 이적을 바라는 제자가 있으면 엄중히 경계했다. 과거에 보였던 자취도 일체 기록에 남기지 못하도록 했다. 심지어 법인성사로 나타난 백지혈인조차 불사르지 않았던가. 

진로, 취업, 병고, 결혼, 자녀문제 등 인생의 큰일들을 겪어나가다 보면, 잘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 누군가의 신통에 의지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러나 신통에 의지하는 마음을 그대로 두면 도덕에 근본한 마음공부는 멀어지게 돼 있다. 또 그러한 마음을 악용하여 혹세무민하는 속임수가 횡행하게 되는 여지를 주게 된다. 모 종교단체에서 포교를 하며 "당신은 집안의 기둥인데 어딘가 막혀있어 일이 잘 풀리지 않는다"는 등의 말을 미끼로 하여, 돈을 내고 제사를 지내라는 권유를 한다고 한다. 이는 나의 일이 안 풀리는 원인을 엉뚱한 곳에서 찾고 요행수를 바라는 약한 마음을 악용한 것이다. 

우리를 죄고와 재앙에서 구원하는 것은 신통 있는 그 누군가의 지시가 아닌, 진리적 종교의 신앙와 사실적 도덕의 훈련이다. 우리가 법신불 일원상을 모시고 살면서, 고락의 이치를 알아 매사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다 보면, 우리의 앞길은 시간이 갈수록 평탄해지고 복락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몸이 아프면 의사에게 찾아가라고 한 소태산 대종사의 취사가 상징적으로 보여주듯이, 매사에 합리적인 길을 찾아 행하는 것이 원불교의 온전한 생각으로 취사하는 공부이다. 

우울증의 원인이 마음에 있다고 해 무조건 마음공부로 치료할 수 있다는 생각도 그 합리와 불합리를 잘 따져야 할 부분이다. 오랫동안 우울증으로 고통 받다가 의사의 상담을 받고 약을 복용하면서 몰라보게 정상을 회복해 그 이후로 몇 년째 잘 살고 있는 경우를 봤다. 우울증을 마음의 병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육신의 병으로 접근해 의사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정산종사는 신통(神通)은 성인의 말변지사(末邊之事)라 새 세상의 도인들은 신통을 쓸 필요가 없으며, 과학의 모든 문명이 신통이라고 말했다. 

/미주총부법인

[2018년 10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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