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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윤 도무 교화자의 삶 2. 헌산에서 만난 아이들
신영윤 도무 교화자의 삶 2. 헌산에서 만난 아이들
  • 원불교신문
  • 승인 2018.10.10
  • 호수 19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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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직은 학생에게 인생의 방향 잡아주는 성직
꽃다운 청소년들 더욱 존엄하고 존중받아야

[원불교신문=신영윤 도무] 돌이켜보면 학생들에게 모질게도 했지만, 내가 표방하는 교육은 따뜻함이었다.

범죄를 저질러 무기형이나 장기형을 받은 수형자들의 대부분은 소년원 출신이라고 한다. 그 고리를 어떻게 하면 끊을까를 고민하는 젊은 교역자의 뜻을 기려 만든 학교가 헌산중학교이다. 범죄에 노출된 학생들의 공통점은 가정환경, 성장과정이다. 이런 학생들을 어떻게 품을까? 넘치는 에너지를 발산시키기 위해서는 어떤 프로그램이 필요할까? 기억에 남는 것 중 하나가 봉사활동이다.

부잡한 헌산중 아이들을 끌고 음성 꽃동네, 소록도병원 등 힘들고 어려운 곳을 찾아 봉사활동을 다녔다. 어떤 선생님은 '이 학생들이 우리 학생들이란 것이 부끄럽다'고 할 정도로 부잡했던 아이들을 인솔해 다니다보면 창피할 때도 많았다. 지나가는 사람에게 시비 걸고, 가래침 뱉고, 입만 열면 욕설이 쏟아져 나오고, 눈빛으로 폭력하고 온갖 비행을 저지르며 강하게 보이려는 아이들. 

그 중 권고 전학으로 오게 된 중2 학생이 있었다. 담배 빵에 거친 성격, 운동까지 한 덩치 큰 보호관찰대상 여학생이다. 학생뿐 아니라 교사에게도 거침없이 덤벼드는 불같은 성격의 학생이었다. 이 아이를 어찌 할꼬. 공부도 싫어해서 학교 근처 복지시설에 가서 봉사를 시작했다. 이 시설에는 초등학교 2학년의 가냘픈 여학생이 있었다.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고 가족으로부터 버림받은 학생이었다.

불같은 학생에게 맡겨진 과업은 가냘픈 초등학생에게 학습지도를 하는 것이었다. 갈기머리에 숫사자 같은 학생이 어린 꽃사슴을 지도하는 모습이었다. 변화가 시작됐다. 불같은 학생은 봉사활동 언제 또 가냐고 재촉을 하고, 학습지도를 위해 수업준비를 했다. 불같은 학생은 순한 양이 되어 평온한 눈빛으로 어린 꽃사슴을 가르쳤다. 그리고 불같은 학생의 성장과정을 알게 됐다. 

어린 나이에 엄마의 가출로 상처 받은 마음이 일탈행위로 나타났고, 자기와 비슷한 처지의 어린 꽃사슴을 보호하려는 본능이 나온 것 같았다. '선생님, 이런데서 일하려면 어떻게 해야해요?' 그 학생은 지금 1급 사회복지사로 일하고 있다. 잊을 만하면 '선생님 찾아 봬야 하는데'라고 연락 온 자랑스러운 헌산중 제자다. 

이런 봉사활동을 바탕으로 푸르덴셜에서 주최하는 '전국중고생자원봉사대회'에 응모했다. 학교부적응 학생들이 봉사활동으로 사회에 공헌하고 바른 인성으로 성장해 가는 모습은 누구에게나 귀감이 되는 것이었다. 

우리 사랑실천봉사단은 상금 200만원의 은상을 받았다. 전국에서 내노라하는 특목고, 유명한 학교들과 겨뤄 이룬 쾌거였다. 시상식은 신라호텔에서 2박3일간 진행됐다. 시상식에 가야할 학생의 행색이 너무 초라해 보였다. 사회생활을 왕성하게 한 할아버지와 이혼한 보모 사이에서 오는 가족의 갈등으로 그늘져 있고, 방황하는 학생들을 행색을 꾸려 시상식에 내세웠다. 신라호텔 대연회장의 그 많은 청중 앞에서 레드카펫을 밟고 당당하게 걷는 청년의 모습에서 저 아이에게도 저런 모습이 있었구나'라고 생각했다. 그 청년도 그 때 그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할 것이다.

중학교 3학년 사회수업시간에 수요법칙과 공급법칙을 배운다. 공부에 흥미없는 학생들에게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텃밭에서 배추를 길러 시장에 내다 팔기로 했다. 어린 배추모종을 정성을 다해 키웠다. 얼마 받을 것인지 가격을 정했다. 한 학생은 벌레도 잡아주고 친환경으로 키웠기에 한 포기에 5천원은 받아야겠다고 했다. 시장으로 나갔다. 우리 배추보다 훨씬 잘 생긴 배추가 천원이었다. 학생들은 팔 수 있을까 긴장하더니 가격을 바로 5백원으로 내리고, 판매활동을 했다. 다행히 어떤 어머니가 배추 빛깔이 좋다며 쌈싸드신다고 사갔다. 판매수익금 일부는 복지시설에 기부해 뿌듯함을 느꼈다.

인간뿐만 아니라 일체생령은 모두가 다 존엄하다. 하물며 꽃다운 청소년들은 더욱 존엄하고 존중받아야 하고, 학교현장에서 자기주도적으로 학생중심의 활동이 이뤄져야 한다. 교직은 학생들에게 인생의 방향을 잡아주는 성직이다. 그래서 교육자는 성직자이다. 처처불상 사사불공 헌산불상 헌산불공의 마음으로.

/한겨레중·고등학교

[2018년 10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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