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도성 도무] 가장 체계적인 훈련법을 가진 곳이 원불교라는 데 이견이 없을 것이다. 원기9년(1924) 대종사 진안 만덕산에서 한 달간 선을 나고, 이듬해 3월에 '새 교법을 지도 훈련하기 위하여' 정기훈련법과 상시훈련법을 제정하고 발표한 것(〈교사〉 4. 훈련법의 발표와 실시)이 원불교 훈련법의 시작이었다.

새 교법을 낸다고 해서 끝난 게 아니라 이를 반드시 훈련하여야 '유무식 남녀노소를 막론하고' 근기에 따라 바로 정법에 들게 할 수 있다고 본 것이다. 〈정전〉 제3수행편 제 2장에도 엄연히 밝혀놓음으로써 훈련은 원불교와 떠날 수 없는 상징의 하나가 되었다. 

'문센족'이란 말이 있다. 올해 7월1일부터 본격 시행된 '주 52시간 근무제'의 도입으로, 퇴근 이후 시간을 취미나 여가 생활로 즐기기 위해 '문화센터'에 등록하여 배우는 사람들을 일컫는 말이다. 문화센터에서는 요리에서부터 공예, 피트니스, 어학, 발레, 요가, 스피치 클리닉, 이미지 컨설턴트, 와인 소믈리에, 악기연주, 친환경 비누 만들기, 그리고 인문학과 문화 예술 강좌, 힐링과 자기계발 강좌 등을 열어 많은 직장인들이 참가하고 있다. 소위 '저녁이 있는 삶'이 점차 보편화되고 있는 것이다.

'문센족'이란 새로운 사회적 용어는 우리 사회의 변화 양상을 표현한 말 중의 하나이다. 또한 현대인들이 얼마나 배움에 목말라 하는지를 보여주는 말이기도 하다. 이렇게 사회는 변화해 가는데, 현재 원불교 교화는 그런 변화에 대응하여 어떤 전략으로 접근해가고 있으며 교당은 어떤 역할을 수행하고 있는가를 들여다보면 아쉬움이 정말 많다.  

이런 사회 변화에 대응하는 한 방법 중의 하나로 원불교 훈련법의 보편화를 중요 과제로 채택하고 실행했으면 한다. 전국에 흩어져 있는 교당을 유기적인 네트워크로 연결한 훈련도량으로 만들자는 것. 좀 더 보편적인 용어로 '선방' 또는 '선 센터'를 개설하여, 교도든 비교도이든 누구나 참가할 수 있는 프로그램으로 원불교 훈련법을 활용했으면 한다. 이때 각 교당 교무들은 선을 가르치는 전문 지도인이 되어야 할 것이다.

예를 들어 수요일 저녁에 수요 선방, 또는 수요 선 센터를 개설하여 일반인들에게도 홍보하여 참가자를 모으고, 전국의 교당을 개방하여 단전주 선을 중심으로 프로그램을 운영한다면 우리 사회에 미치는 파장도 적지 않을 것이다. 매주 이어지는 선 공부를 심화시키기 위해 주말을 이용해 1박2일의 단기 훈련 프로그램도 병행하면 좋을 것이다. 물론 비교도 일반인들도 능히 참여할 수 있는 보편적인 선 프로그램을 더욱 개발하여 보급해야 하겠지만. 

선 공부에 교도들이 참여한다면 더욱 속 깊은 공부를 하게 될 것이고, 비교도들도 현대인들의 심리적인 미약함을 이겨내고, 수많은 경계 속에서 마음의 자유를 얻는 공부를 체험할 수 있을 것이다. 어떤 형태가 됐든 원불교 훈련법으로 만든 선방 프로그램을 널리 알린다면 그 공덕이 어찌 작다 할까.

이 일을 교단이나 교구 차원에서 추진해나갔으면 좋겠다. 프로그램을 개발하고, 훈련지도인을 길러내고, 사회에 알리고, 전국 교당을 훈련도량으로 엮어내는 일을 말이다.

/원경고등학교

[2018년 10월1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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