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 / 미 해군 현역 군종장교 김일덕 교무
소수종교 대표, 인종·성별 차별 없는 미군상징
모든 것 대종사의 뜻, 원불교 2세기 준비 사명

[원불교신문=유원경 기자] 원불교 미국 교화는 원기57년 LA교당에서 시작돼 지금까지 총부유엔사무소, 미주선학대학원대학교 창설, 원다르마센터 건립 등 세계교화의 새 역사를 만들어 왔다. 그러한 가운데 해외 교화를 서원한 김일덕 교무의 미국 해군 군종장교(대위) 임관은 원불교 미국 군교화의 시작점을 열어준 상징이며, 미국의 다양한 해외교화의 가능성을 열어준 모델이 됐다. 

김 교무에게는 원불교 최초 미군 군종장교라는 별칭과 함께 여러 수식어가 있다. 아시아인이면서 현 육·해·공군 유일의 여성 불교 군종장교로 소수종교인들을 대표하고 있다. "어디를 가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신을 믿지 않는 이가 의식을 진행하는 모습은 처음 봤다. 불교 군종장교를 만나보긴 처음이다'라는 말을 많이 해요."

그는 미국 해군 내에서 소수를 대표하는 상징이기 때문에 그의 해군 군종장교 임관은 모두에게 특별했다. 미국의 군대는 종교와 인종, 성별의 차별이 없는 상징적인 예를 김 교무를 통해 보여줄 수 있다. 그가 어디를 가더라도, 무엇을 하더라도 그의 발언에 모두가 주목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군복 입은 단 한 장의 사진만으로도 그는 미군의 소수 목소리를 대변하며, 종교와 인종의 평등을 실현하는 역할자인 셈이다. 때문에 김 교무의 임관식 사진이 미 해군 242주년 기념 동영상에 기록되고, 해군 군종장교 홈페이지 첫 화면을 장식하기도 했다.

그가 미군 군종장교로 임관할 수 있었던 우연한 계기가 있었다. "LA교당에 부임해 링크트인(Linkedin)에 프로필을 올렸을 때, 미국 해군에서 이메일을 보내왔어요. 내용인 즉 해군측에서 제 프로필을 유심히 봤고, 성직자로서 해군군종장교에 지원할 생각이 있느냐는 안내메일이었어요." 처음 김 교무는 스팸이나 장난메일인 줄 알았다고 한다. 그러나 뜻밖의 기회였기에  김 교무는 해군 지원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됐다. 

"선뜻 용기를 낼 수 없었어요. 어디까지나 기회를 준다는 것이지 확실한 보장도 없는 군종장교를 위해 많은 시간과 노력을 쓴다는 것은 쉽지 않은 일이었어요. 더구나 40세의 나이에 군대라는 곳의 문화를 전혀 모르는 한국인 여성이잖아요." 

해군 측에서는 그가 한국 출신의 원불교 성직자이며, 원광대학교 원불교학 박사학위를 받은 이력을 검토했을 때, 이 정도의 인물을 찾기도 어려웠을 것이다. "여러 스승님께 문답도 해보고, 어떻게든 기회를 살려보자는 뜻을 세우고 군종장교에 도전했었죠. 그렇게 시작된 학력검사와 신체검사, 불교 종단의 보증, 3번의 면접, 신원조회 등 9개월의 시간이 걸렸어요. 마지막으로 미 국방성 펜타곤에서 최종면접 후 육일대재 날 합격통지를 받게 됐습니다."

까다롭고 어려운 선발과정을 거쳐 임명장을 받게 됐을 때 그는 "모든 게 대종사의 뜻이 아니었을까"하는 말을 했다. "미국이란 나라에서 원불교 법을 전할 수 있는 장을 열어 줬다는 것은 우연한 기회였지만 결코 우연이 아닌 것 같아요. '솔 키워 정자보기'라 하셨는데, 어쩌면 이 모든 과정이 미 해군에서 군종장교 활동의 장을 통해 원불교 2세기를 준비하라는 뜻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군종장교로 임관한 김 교무는 미군의 전폭적 지지와 신뢰 속에서 세계 모든 불교 종단을 대표해 미군 불교 군종장교로서 활동한다. 그는 미국에서 스승님의 세계평화 경륜을 실현하고 싶다고 말했다. 

"'이왕 시작한 것이니 끝을 보라'고 하신 경산종법사님, '이것저것 신경 쓰지 말고 해군 교화에만 전념하라'는 좌산상사님 말씀을 받들어 해군 교화에 온 정성을 다 쏟아보고 싶습니다. 나아가 제2호, 3호 군종장교들이 배출될 수 있도록 해군교화에 서원의 닻을 내려 보려고 합니다. 세계평화를 위한 과제로 말씀해주신 심전계발의 훈련, 공동시장개척, 종교연합창설의 경륜으로 새로운 세계의 주인인 천여래 만보살을 배출을 실현해 나갈 수 있도록 정성을 다 하겠습니다." 그의 이러한 서원은 또 다른 이유가 있다. 

그의 할아버지는 대산종사로 원불교 종법사 재위시 '세계평화 3대 제언'을 법문했다. 가까이서 할아버지의 법문을 들으며 살아온 그이기에 세계평화를 염원한 대산종사의 뜻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다.

대위 임관을 마친 김 교무는 현재 부임지 인사 대기상태로 곧 발령을 받게 된다. 그가 부임할 곳은 아직 미지수다. 전 세계에 미 해군이 주둔하지 않은 곳이 없기에 어디로 가게 될지 예측할 수가 없다. 부임지가 미국이든, 한국이든, 아니면 태평양 어느 이름 모를 섬이든 그의 서원은 대종사의 경륜실현이요, 어릴 때부터 들어왔던 할아버지의 법문 실천이다. 

낯선 해외 어느 땅에서라도 대종사, 정산종사, 그리고 그의 할아버지를 마음으로 모시고 살아가는 그이기에, 아마도 외롭지 않은 군생활이 될 것이며 세계평화 실현을 위한 끊임없는 도전이 계속될 것이다. 

[2018년 10월19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