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술과 문화 꽃피운 러시아
민족성 담은 5인 음악가 주목

[원불교신문=허경진 교도] 올겨울은 일찍 찾아온다더니 벌써 아침저녁으로 날씨가 많이 쌀쌀하다. 거리의 가로수는 색색으로 물들고 밤에는 귀뚜라미 소리도 들린다. 완연한 가을이 찾아왔다는 것은 높아지고 더욱 푸르러진 하늘을 보며 느낄 수 있다. 이번 호에서는 이렇게 깊어가는 계절인 가을에 어울리는 음악을 추천하고자 한다.

바로 동양과도 가깝고 서양과도 가까운 러시아의 음악이다. 러시아 하면 떠오르는 이미지들이 있다. 추운 날씨 때문에 두텁고 긴 코트와 털모자를 쓴 사람들, 그리고 커다란 성벽과 독특한 형태의 지붕을 가진 궁전들이 있을 것이다. 

러시아는 많은 예술과 문화를 꽃피운 나라로도 유명한데 대표적인 것이 발레이고 클래식 음악이다. 러시아의 음악가 하면 누구나 가장 먼저 차이콥스키를 떠올린다. 차이콥스키는 러시아 출신으로 러시아에서 주로 활동했지만 유럽의 낭만주의 음악가들의 음악과 더욱 비슷해 러시아의 대표적 음악가 5인으로 꼽는 러시아 5인조에는 속하지 못한 인물이다. 그의 대표작들은 발레음악이 많은데 '백조의 호수', '호두까기 인형' 등이 특히 유명해 그 작품들을 감상할 때는 자연스럽게 러시아의 풍경을 떠오르게 한다.

그럼 러시아의 민족성을 가득 담은 러시아 5인조는 누구일까? 이들은 러시아의 민족음악가 글린카로 시작되는 5명의 러시아 국민악파 음악가로 발라키에프, 무소르그스키, 림스키코르샤코프, 퀴이, 보로딘이다. 그리고 이들은 이후의 러시아 음악가인 쇼스타코비치와 스트라빈스키 등에게 영향을 준다. 또 3곡의 대표적인 피아노 협주곡을 남긴 라흐마니노프도 있다. 

어렵고도 긴 이름을 많이도 나열했지만 러시아 음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음악가들이다.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 등 유럽의 큰 나라들이 서양음악의 중심일 때 주변국들의 음악가들은 자기 나라의 민족성을 녹여내고 민요를 사용해 음악을 만들었다. 

그 음악들은 국민악파라는 이름으로 서양음악의 중심국에는 신선함을 주고 자국민들에게는 자긍심을 주는 역할을 했다. 러시아는 지리적으로 추운 지역이기도 하고 서양과 동양이 모두 인접하고 있어 그런지 독특한 그만의 음악적 특징이 있다. 특히 우리나라 국민들의 정서에 잘 맞는 아름다우면서도 애수에 찬 선율이 아주 매력적이다. 

앞서 소개한 무스르그스키의 대표곡인 전람회의 그림은 전시관에서 그림을 하나씩 관람하는 것을 음악으로 묘사한 것인데 처음 듣는 사람들도 뭔가 모를 익숙함을 느낀다. 림스키코르샤코프의 왕벌의 비행은 왕벌이 날아드는 것을 음악으로 묘사한 곡인데 굉장히 빠른 템포의 반음계의 선율이 인상적이어서 많은 연주자들이 자신의 악기로 연주한 영상을 유튜브에 올리기도 하면 학생들 사이에서도 인기가 많은 곡이다. 

후대의 작곡가 중 쇼스타코비치의 재즈 모음곡 왈츠는 우리나라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에 배경음악으로 소개되어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이 알게 됐는데 왈츠가 춤곡이어서 원래의 곡들은 밝은 느낌인데 반해 이 곡은 단조로 이루어지면 선율이 슬프면서도 힘이 있는 곡이다. 

마지막으로 라흐마니노프는 피아노 협주곡 3곡을 남겼는데 3곡 다 굉장히 어려운 테크닉을 요하는 곡이면서도 아름다워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고 있고 영화 '샤인'과 '호로비츠를 위하여'에서 주인공이 연주하기도 한다. 

작년에 내가 사는 지역의 시립교향악단에서는 러시아 음악을 주요곡으로 하는 연주회를 시리즈로 열었었는데 많은 관객을 동원해 좋은 반응을 얻어냈다. 내 주변의 클래식 입문자들에게 독일의 음악가 보다도 러시아 음악을 소개해 주었을 때 더 쉽게 받아들이는 경험을 한 적도 있다. 러시아 음악이 가지고 있는 독특한 민족성이 우리나라 사람들의 그것과 어떤 접점이 있어서 그런 듯도 하고 국민악파의 음악이 주는 자국의 문화를 사랑하는 마음이 느껴져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가을은 러시아 음악을 즐기기에 더없이 좋은 계절인 것 같다. 진하고 한층 깊어진 계절의 느낌이 러시아의 음악과 닮아 있기 때문이다. 

/강북교당

[2018년 10월1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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