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앙인 / 대전충남교구 연무교당 유지원 교도
1분선, 감사일기, 이웃불공, 법문카드 보내기 실천
기도의 힘 깨달으며 흔들림 없는 기도정진 서원

[원불교신문=이여원 기자] 연무교당 유지원 교도(48·본명 향란), 그를 만나러 가는 길에 펼쳐진 황금들판. 가을은 어쩌면 황금빛에서 시작하는 게 아닐까, 그 황금빛 물결치는 들판에, 나무도, 하늘도, 바람도 물들어가는 계절. 좋은 이를 만나는 기대와 설렘으로 마음도 물든다. 

차 한 잔을 두고 시작된 그와의 대화. 소박한 차담 자리에서 그는 신앙인으로 인터뷰하기에 턱없이 부족한 인물이라고 미안해한다. "원기81년에 입교했어요. 26살에 은혜어린이집에 입사해서 오선관 교무님과 인연이 닿았어요. 20년이 넘는 신앙생활인데도 정말 내놓을 공부 결과가 하나도 없네요." 

재단법인 원불교에서 운영하는 어린이집 입사로 직원 의무사항이라 여겼던 법회 참석을 했던 그, 당시 천주교 신자였던 그는 입교 권유에도 선뜻 마음을 내지 못했다. "입교 권유는 자연스럽게 종교에 대해 생각해볼 수 있는 계기가 됐고, 마음 안에 의문으로 남아있었던 것 같아요. 결국 개종은 신앙을 버리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옷으로 갈아입는 것이라는 말씀이 위안이 되었죠. 지금은 새 옷을 선물해주신 교무님께 감사할 따름입니다."

현재 그는 논산 강경 국공립 인동어린이집 원장으로 재직하며, 지역에서 바른 식재료와 인성교육을 선도하는 어린이집을 탄탄하게 운영하고 있다. 그는 '아이들의 식생활이 인성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신념으로 친환경 녹색식생활 실천운동에 앞장서고 있다. 

늦깎이로 원광대학교 대학원 유아교육과 박사 학위를 취득한 그의 논문 또한 환경과 건강, 배려의 가치를 포괄하는 건강한 식생활이 유아의 인성계발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제철 식재료를 활용한 바른 먹거리 식단으로 유명한 인동어린이집은 녹색식생활 우수 프로그램 우수상 수상 등 친환경 프로그램을 꾸준히 실천해 지역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그의 신앙이 어린이집을 운영하는 기반이 되고 있음은 가히 짐작이 된다. 어려운 고비도 겪어내야 했던 그는 "제 역량 부족으로 학부모와 아이는 물론 교사마저도 살펴보지 못한 불행한 사건이 있었어요. 가장 힘들었고 여전히 어려움이 극복되지 않는 일이지만, 경계를 통해 나를 바라보는 계기가 됐죠. 무엇보다 그 어려운 시절, 감사일기 수행은 미움 받을 용기와 견딜 수 있는 힘을 얻게 했어요." 

어린이집 민원으로 크게 대두됐던 사건을 여전히 힘겹게 꺼내 보이는 그는 '부모와 동지의 힘으로 버텨낼 수 있었던 시간이었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듯 전한다.   

일상에서 그가 하는 수행은 곧 교화단 수행이다. 그는 대전충남교구에서 진행하고 있는 1분선, 감사일기 쓰기, 단마다 이웃불공, 새 인연 맞이 법문카드 보내기 등을 꼼꼼히 실천한다. 이를 그대로 교화단에서 활용하니, 교구와 교당, 개인이 하나로 마음공부를 하는 셈이다. 

그는 특히 1분선의 진가를 요즘 확인하고 있다고 말하며 웃는다. "1분선으로 복식호흡을 하니 호흡도 길어지고 비염도 많이 좋아졌어요. 1분선을 하면서 생각을 멈추게 되니 말조심, 생각조심을 하고 있음을 체감하게 돼요. 1분선을 한 지 3년 정도 되는데 올해야 생활화되는 것 같아요."   

한 달에 한번 단마다 이웃불공으로 실천하는 아나바다(아껴쓰고 넘치는 물건을 나눠쓰고 서로 바꿔 쓰고 다시 쓰는)는 절약과 검소한 생활 뿐 아니라 생태적 삶을 인식하게 하는 모티브가 된다. 

그는 일터에서도 마음공부를 활용한다. "마음을 교류하고 이해하는 세다연 동아리를 운영하고 있어요. '가치있는 삶의 목표를 세우고, 자기다움을 회복하고 세상의 필요와 연결해 덕목을 실천하는 사람'을 뜻하는 세다연은 마음을 모으는 글 읽기, 지난달 돌아보기, 마음에 와 닿는 글이나 깨달은 문장 나누기, 적용하기, 소감 나누기 등 스토리텔링 인성교육이죠." 동료 간 마음 상태를 공유하고 위로하며 서로 삶의 지평을 넓혀가는 일, 그는 이를 자신의 신앙 지평과 함께 넓혀가고 있다.

그는 '내 마음의 법문'을 소개하기 전, 부모님 이야기를 전했다. "어머니의 기도는 오로지 자식을 위한 것이었어요. 그 기도 덕으로 제가 원만하게 살고 있다는 사실을 알았죠. 제가 역경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도 어머니의 기도 힘이었음을 이제야 깨닫게 되네요." 

기도의 삶을 살라는 부모의 가르침을 여전히 실천하지 못하는 자신을 위해 때로는 역경으로, 때로는 인연으로 깨닫게 하는 사은의 은혜를 이제 흔들림없는 기도서원으로 실천하겠다고 다짐하는 그. 그런 그가 마음속에 담아두는 법문은 〈정산종사법어〉 권도편 15장. '자기의 수행을 위하여 서원하는 기도를 정성스럽게 드리면 부지 중 전날의 습관이 녹아지고 공부가 점차 향상되어 만사를 뜻대로 성공할 수 있나니라.' 

이를 체험하고 싶다는 그의 등 뒤로 가을 햇살이 밝다.

[2018년 10월26일자]

저작권자 © 원불교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