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서품' 10장에서는 "저 사람들이 나를 찾아온 것은 도덕을 배우려 함이어늘, 나는 무슨 뜻으로 도덕은 가르치지 아니하고 이같이 먼저 언을 막으라 하였는지 그 뜻을 알겠는가"하고, (중략) "저 사람들이 원래에 공부를 목적하고 온 것이므로 먼저 굳은 신심이 있고 없음을 알아야 할 것이니, (중략) 또는 이 한 일의 시(始)와 종(終)을 볼 때에 앞으로 모든 사업을 성취할 힘이 있고 없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요, 또는 소비 절약과 근로 작업으로 자작자급하는 방법을 보아서 복록이 어디로부터 오는 근본을 알게 될 것이요, 또는 그 괴로운 일을 할 때에 솔성(率性) 하는 법이 골라져서 스스로 괴로움을 이길 만한 힘을 얻을 수 있을 것이다"라 했다.

즉, 마음공부는 도덕을 배우는 것이고, 도덕 공부를 하기 위해서는 첫째 굳은 신심이 있어야 하고, 둘째 모든 사업을 성취할 힘이 있어야 하고, 셋째 복록이 나오는 근본을 알아야 하고, 넷째 스스로 괴로움을 이길 만한 힘이 있어야 한다.

이를 〈주역〉의 9번째 괘인 풍천소축괘(風天小畜卦)로 만나보고자 한다. 소축(小畜)은 내면적 덕을 쌓는 것으로, 〈주역〉에서 대소는 '크고 작다'를 넘어서서 대는 밖으로 실천하는 대승(大乘)이고, 소는 자기 수신하는 소승(小乘)의 의미이다. 대상사(大象辭)에서는 "바람이 하늘 위에 부는 것이 소축이니, 군자가 이로써 문덕(文德)을 아름답게 한다"고 해, 소축은 자신의 삶과 본성의 덕을 아름답게 닦는 것으로, '서품' 10장의 '공부를 하는 것'과 만나게 된다. 

사효(四爻)에서는 '하늘의 뜻과 합하는 것이라, 믿음이 있어서 어려움을 제거하고 근심을 내보내는 것으로 허물이 없다'고 했다. 이는 굳은 신심으로 어려움을 극복한다는 내용과 일치한다.

특히 오효(五爻)에서는 "믿음이 있어서 이어지는 것이니(유부연여, 有孚攣如), 그 이웃과 함께 부유한 것이다. 상에서 말하기를 유부연여는 홀로 부유하지 않는 것이다"라고 해, 믿음을 바탕으로 일을 해나가면 자신의 닦음은 물론이고, 다른 사람과 더불어 마음이 부유하게 된다는 것이다. 즉, 신심이 있으면 일의 시종(始終)을 살피고, 성취하는 힘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이웃과 함께 부유해지는 것이다. 대종사의 일대 경륜인 '생사를 해결하고 세상을 치유한다'는 '제생의세'를 실천하는 것이다.

소축괘를 통해 공부의 근본이 '믿음(孚)'에 있음을 알 수 있다. 〈주역〉에서는 믿을 신(信)과 믿을 부(孚)로 논하고 있다. 신은 인(人)과 언(言)으로, 입지(立志)가 된 선각자의 말을 믿는 것이고, 부는 조(爫)와 자(子)로, 새가 알을 품으면 21일 만에 부화된다는 절대적인 믿음이다. 〈정전〉 '솔성요론'에서는 "사람만 믿지 말고 그 법을 믿을 것이요"라고 해, 성인이 밝힌 진리의 말씀을 믿으라고 했다. 

우리가 도덕을 공부하는 것은 자신의 내면적 덕을 쌓아 이웃과 함께 마음이 부유해지기 위한 것이며, 이는 성인의 말씀을 따르는 굳은 신심(절대적인 믿음)에서 출발된다.

/원광대학교·도안교당

[2018년 10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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