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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영윤 도무 교화자의 삶 4. 한반도 통일 열어갈 민들레 홀씨들
신영윤 도무 교화자의 삶 4. 한반도 통일 열어갈 민들레 홀씨들
  • 신영윤 도무
  • 승인 2018.10.24
  • 호수 191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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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학생들에게 새로운 농법 체험시켜
은부모 결연사업으로 가족이 된 경인교구 여성회

[원불교신문=신영윤 도무] 임신 8개월 무연고 학생이 학기말 즈음에 들어왔다. 혜산이 고향인 이 학생은 어머니가 사업 수완이 있어 화장품, 옷가게 등으로 먹고 살 만하게 생활했다. 그런데 가게에 도둑이 들어 몽땅 털리고, 동네사람들은 빚 갚으라고 들이닥치고, 아버지는 술 마시고 들어와서 어머니를 폭행하는 일들이 반복되는 상황이었다. 맏딸인 이 학생은 본인이라도 어떻게 해 봐야겠다고 생각하고 강을 건넜다. 중국에는 이런 북한 젊은 여성을 기다리는 '사냥개'들이 있다.

취업 시켜준다고 해서 따라가 봤더니 장가 가지 못한 농촌 총각에게 학생은 인신매매를 당했다. 말도 안 통하고 장애가 있는 노총각 집에서 폭력성까지 있는 시어머니와 함께 살아야 했다. 마을 축제가 있던 날 자기와 같은 처지의 탈북여성을 만나게 됐고, 두 여성은 탈출해 브로커를 만나 무사히 태국 난민수용소에 도착했다고 한다. 

이 학생은 자기 몸 속에 들어온 생명을 없앨 수 없다는 마음을 먹고, 제왕절개로 어렵게 출산했다. 열일곱 살의 여학생은 아이가 좋은 곳에 입양되도록 기도하고 아이를 보냈다. 북에 있는 엄마에게 800만 원도 보냈다. 학생은 두 직장을 다니며 지금도 열심히 살고 있다. 

한겨레에서 만난 학생들은 모두가 책 한 권짜리 스토리를 가지고 있다. 이런 학생들이 우리 학교에서 바르게 성장해 사회 각지에서 민들레 홀씨처럼 흩어져 자리 잡고 살아간다. 그 중에는 경인교대를 졸업하고 초등교사로 임용된 학생도 있고, 부사관학교를 마치고 하사관으로 임관된 학생, 간호사, 물리치료사 등 의료시설에서 근무하는 학생들도 늘고 있다. 

학생들의 공통된 생각은 꽃피는 봄이 오면 금의환향하여 고향을 발전시키는 것이다. 지금 우리 사회는 한국 청소년들도 생활하기가 버거운 상황이다. 이런 한국사회에서 편견과 차별을 당하면서 위축되어 존재감없이 살아가는 탈북청소년도 많다. 

우리 학생들에게는 큰 장점들이 있다. 우선 육체적 활동력이 강하다. 공부는 골이 아파 못하겠고, 몸으로 하는 것은 무엇이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고, 먹어도 되는 풀인지 못 먹는 풀인지를 아는 강점이 있다. 그리고 농사일도 잘한다. 일머리를 안다.

그런데 탈북주민들에게 세 가지 고집이 있다고 한다. 하나는 죽어도 대학은 가겠다. 둘은 죽어도 서울에서 살겠다. 셋은 죽어도 농사는 안 짓겠다는 것이다. 농사를 싫어하는 학생들의 생각을 바꿔보기 위해 여성회와 함께 사업을 진행했다. 삽으로 땅 파는 농업이 아니고, 밭농사, 논농사만이 농사가 아니고, 드론으로 농사 짓는 미래 농업을 체험하기 위해 한국농수산대학, 농촌진흥청, 스마트팜 유리 온실들을 견학했다. 

졸업 후 알바를 전전하고, 대학생활에도 적응하지 못한 학생들이지만, 일머리를 알고, 육체적 활동력이 강한 우리 학생들이랑 농사를 지어 보고 싶다. 지속가능한 사업이고, 우리가 잘하는 것이고, 통일이 되면 고향을 발전시키고, 잘 살게 할 수 있는 농사를 해 보자! 오늘도 우리 농군들은 한겨레 통일고구마를 위해 땀을 흘리고 있다. 보고, 체험하여 생각이 바뀌는 교육이 성공이다. 선진농업시설을 많이 보고, 이런 것들이 얼마나 현실감이 있는지를 측정하고, 도전할 수 있는 용기를 심어주고 싶다. 

우리 학교에 탈북주민 네 명이 근무하고 있다. 장차 이 분들에게 학교를 맡겨야 한다. 그리고 우리 교단에도 탈북주민들을 채용해 그들이 안정적으로 연착륙할 수 있는 과단성 있는 지원과 투자가 필요하다. 비전이 보이지 않으면 움직이지 않는다. 

이 자리를 빌어 경인교구 여성회에 감사드린다. 은부모, 은자녀 결연사업으로 우리 학생들의 부모가 돼 홈스테이도 해주고, 때로는 용돈도 주고, 따뜻하게 안아주고, 늘 기도해 준다. 우리 학생 12명에게 장학금을 준 송천교당 배현송 교무와 교도들에게 감사의 뜻을 전한다.

대한민국 사회에 나를 지지해주고, 응원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든든한 후원자들이다. 우리의 소원은 통일이 아니고, 우리의 살길이 통일이다. 

[2018년 10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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