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고선아 교사] 우리는 늘 "고맙습니다"라고 말꼬리에 붙이곤 한다. 그러나 너무너무 감사한 일은 목이 막혀 말이 나오지 않고 어떤 단어로도 표현하기 힘들다. 한겨레중·고등학교의 설립부터 오늘에 이르는 13년을 지나오며 원불교와 많은 사람들에게 감사하다. 

학교가 설립되고 많은 북한이탈청소년들이 이곳을 거쳐 갔다. 10년 전 지금처럼 무더웠던 7월의 어느 날, 까무잡잡하고 또래에 비해 앙상하지만 키만 쪼금 훤칠한 소년이 북한에서 한겨레학교로 찾아왔다. 훗날 상담과정을 통해 들었는데 학생은 북한에 있는 어머니가 등 떠밀어 왔다고 한다. 그 학생은 북한에 있는 의학대학에 입학시험을 치렀으나 입학비리로 등수가 밀려 입학 못했다. 

한겨레고등학교에 입학한 그는 다른 친구들과는 조금 달랐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공부만 하고 책을 손에서 놓지 않았다. 어느덧 2년이 지나고 졸업을 하게 됐다. 부모님이 안 계셔서 교사들을 부모로 여기며 살았던 학생인데 학교를 벗어나려고 하니 학생도 마음의 부담이 컸다. 

그는 의과대학은 못 갔지만 유사계열 학과에 진학했다. 하지만 앞으로 짊어져야 할 경제적인 부담이 컸다. 그래서 곽종문 전 교장선생님을 비롯한 교사들이 학생을 돕기로 했다. 경인교구 여성회 김원법 회장(분당교당)도 선뜻 응해 줬다. 김 회장은 내 자식처럼 생각하면서 조금이라도 후원하고 싶다며 매달 적지 않은 후원을 해줬다. 그리고 학년이 올라가면 씀씀이도 커진다며 매달 수십 만 원씩 더 올려 9년째 보내고 있다. 

사실 의과대학은 공부도 힘들지만 그보다 더 힘든 것이 경제적 비용이다. 학생도 나름 학교와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학비를 마련하고 기숙사비를 감당했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여러 인맥들을 모두 동원해 학생을 도왔다. 어느 한 교무님은 학생의 사연을 듣고 어려운 생활 속에서도 자신이 쓰던 노트북을 입학선물로 선뜻 내줬다. 그리고 3년간 휴대폰 사용료를 자신의 통장에서 나가도록 해줬다. 

나는 가진 자의 수천만 원의 거금과 원불교 성직자들의 용돈을 쪼개서 후원해 주는 수만 원의 가치는 비교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이 뿐이 아니다. 수원대학교 어느 교수는 학생의 사연을 듣고 2010년부터 지금까지 거의 9년을 매달 후원금을 보낸다. 학생은 대학교를 졸업하고 자신이 목표한 의사가 되기 위해 지난해 고려대학교 의과대학에 입학했을 때에는 그 교수가 등록금으로 보태라고 수백만 원을 보내줬다.

이들 모두는 학생의 얼굴을 한 번도 보지 않았다. 심지어 내가 학생과 함께 찾아가 감사인사를 하겠다고 하면 모든 이들이 한결같이 만류했다. 만남을 가지면 학생이 너무 미안해 할 수도 있으니 그럴 필요 없다고 했다. 

훗날 지나가는 길에 얼굴이라도 보면 '아, 이 친구였구나' 하는 정도면 괜찮다고들 했다. 이런 소중한 마음은 "고맙습니다"란 한마디 말로 수천 번을 외친들 그 마음을 다 표현할 수 없을 것이다. 그 분들을 은혜를 생각하며 오늘도 학생들과 함께 생활한다. 

/한겨레중·고교

[2018년 10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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