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도훈 교도] '오동잎 한 잎 두 잎 떨어지는 가을밤에'라는 노래구절만큼 깊어가는 가을 분위기를 돋워주는 것이 있을까요? 6년 전 사망한 가수 최헌의 대표곡이기도 합니다. 오동나무 잎은 다른 나무들에 비해 매우 크고 오랫동안 물들지 않고 있다가 가을이 깊어가면서 떨어지기에 가을을 노래하는 시인, 가인들에게 깊은 인상을 줬을 듯합니다.

옛날에는 딸을 낳으면 오동나무를 심었다고 합니다. 빨리 그리고 크게 자라고 목재가 가벼우면서도 튼튼하므로 장성한 딸을 출가시킬 때 필수적이었던 장롱을 짜는 재료로 쓰기에 적합했기 때문이었겠지요. 그렇다면 오동나무는 과거에는 거의 집집마다 있었을 것으로 짐작되지만 지금은 만나기가 쉽지 않아졌습니다. 우리 생활양식이 아파트 위주로 바뀌다보니 너무 크게 자라는 데 비해 아기자기한 맛이 없는 이 나무를 정원수로 잘 채택하지 않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더욱이 지금 아파트들은 대부분 붙박이장들을 채택하는 추세라 이사할 때 큰 짐이 되어 버리는 장롱이 외면받는 것도 작용했겠지요. 심어져 있더라도 저희 아파트단지처럼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자리 잡고 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오동나무에 대해 제가 SNS에 소개했을 때 저의 지인은 가야금, 거문고 등 우리 악기도 오동나무로 만드는데 좋은 오동나무가 이제 별로 없어서 악기 값이 많이 올랐다고 하는 말을 했는데, 나무 재질이 가벼워서 연주자들이 그 큰 악기들을 사용하는 데 도움이 됐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다른 한 사람은 어릴 때 오동나무로 야구방망이를 만들어 썼는데 가볍고 탄력이 있어서 돌을 쳐내도 손목에 무리가 가지 않았다고 하는 재미있는 댓글을 붙여주기도 했습니다. 요즈음 야구선수들은 단풍나무로 만든 단단한 것을 사용한다고 하니 오동나무는 우리 생활 속에서 점점 밀려나고 있는 것 같습니다.

13일 서울 청계산 아래에서 만난 오동나무.

다행히 오동나무는 자연에서는 번식력이 대단한 것 같습니다. 제가 이 나무들을 많이 발견하는 곳은 사람들이 잘 다니지 않는 도로변의 산자락입니다. 이들은 무리를 지어 자라고 그 큰 잎과 늦은 봄에 큼지막하게 달리는 원추 모양 꽃차례, 그리고 여름에 꽃이 핀 자리에 주황색으로 달려 있다가 가을에 초록으로 익어가는 큰 열매 덕분에 쉽게 눈에 띕니다. 이렇게 산자락에서 빠른 번식력을 자랑하는 나무들이 몇 가지 더 있는데 대표적인 것들로 아까시나무, 붉나무 등이 있습니다. 아카시아로 알려진 아까시나무의 번식력에 불평을 하는 이들이 많지만 아까시나무는 산중턱으로 올라가면 참나무의 위세에 눌려 힘을 쓰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과거 오동나무가 우리에게 더 친숙했을 때 이름이 붙여진 오동나무와 비슷한 이름을 가진 나무들이 있습니다. 벽오동나무와 개오동나무입니다. 벽오동나무도 종종 노래가사에 등장해 이들 나무들이 한 집안인가 하는 생각이 들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이 세 나무는 각각 현삼과 (오동), 벽오동과, 능소화과 (개오동) 등의 다른 집안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자세히 보면 이 세 나무는 잎이 넓다는 것만 비슷하지 매우 다르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잎 모양부터 다르네요. 오동나무는 넓은 잎이 오각형 모습을 하고 있는데, 벽오동은 잎의 끝이 세 갈래로 갈라지는 모습을 하고 있으며, 개오동은 전체적으로 동근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개오동이 비교적 키가 작은 편인 데 비해 오동과 벽오동은 모두 크게 자랍니다. 오동나무 등걸이 밝은 갈색을 띠는 데 비해 벽오동 등걸은 약간 푸른 빛을 띱니다. 그래서 벽오동(碧梧桐)이란 이름을 얻었겠지요. 요즈음 익어가는 열매 모양도 세 나무가 매우 다른 특성을 보입니다. 오동나무는 큰 구슬 모양, 벽오동은 납작한 날개 모양, 개오동은 참으로 긴 콩깍지 모양으로 달립니다. 가까운 수목원에서 이 나무들의 다른 특성을 발견해 보시지요.

/화정교당

[2018년 10월2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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