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안세명 기자] 한반도는 중대한 역사적·민족사적 기로에 서있다. 불과 일 년 전인 2017년 가을과 겨울, 한반도 전역에 맴돌았던 전쟁의 위기를 지나 지금 우리는 북한의 비핵화 실현과 사실상의 종전과 다름없는 평화가 시작됐다고 말하고 있다. 홍석현(법명 석원) 한반도평화만들기 이사장은 원불교 여성회 전국훈련 주제강연에서 교법적 시각으로 바라본 '평화의 씨앗, 한반도의 번영'에 대한 특강을 펼쳤다.

홍 이사장은 대산종사를 완도소남훈련원에서 가까이 모시면서 원불교 교법의 가치를 절감하게 됐으며, 스스로 원불교인이라고 말하게 된 것은 30년이 넘었음을 밝혔다. 그는 "우리 세대는 철저한 반공교육을 받고 한국전쟁을 겪게 돼 통일문제를 깊이 생각하지 못했었다"며 "원불교 교도로서 남북문제에 대해 깊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대산종사께서 내 손을 잡고 통일과 평화를 위해 준비하라는 간절한 부촉이 있었기 때문이다"고 소회를 밝혔다. 

홍 이사장은 지난 평양 남북정상회담에 참가해 직접 보고 느낀 소감을 이어갔다. 그는 "문재인 대통령이 능라도 경기장에서 15만 평양시민을 대상으로 연설을 했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우리 강산을 영구히 핵무기와 핵 위협이 없는 평화의 터전으로 만들어 후손들에게 물려주자"고 확약함으로써 양국 최고지도자 간 비핵화를 약속하게 됐고, 이후 벌어질 거대한 변화와 담대한 행보를 확인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그는 북한이 지금까지 보였던 행태를 경계하며, 최근의 변화에 대해 낙관만 할 수 없음을 밝혔다. 특히 남북미는 반드시 이 천재일우(千載一遇)의 기회를 놓치는 우를 범하지 않고 반드시 평화를 실현해야겠다는 사명으로 접근해야 하며, 좌우의 이념과 진보·보수의 틀을 과감히 내려놓고 한반도의 평화가 곧 생명이요, 밥이며, 경제라는 인식을 통해 더 좋은 미래로 건너갈 수 있는 징검다리로 삼아야 한다는 지론을 펼쳤다. 북한 또한 사실상의 핵보유국이란 지위를 확보하려는 마음과 제재 완화의 우회적 틀로 사용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진정한 국제사회의 일원으로서 그 기준과 원칙을 지켜야 함을 촉구했다.

홍 이사장은 교단의 세 분 스승을 언급하며, "소태산 대종사는 38도선 이북에는 교당을 세우지 않으셨고, 정산종사는 "두고 봐라. 자고 일어나면 통일이 돼 있을 것이다"고 말씀하셨으며, 대산종사는 많은 지도자들에게 통일을 열망케 하고 준비하게 하셨다"며 "이 세 어른의 말씀을 곱씹어보면, 한반도의 분단을 미리 예견하시고 전쟁이 아닌 평화적 방법으로 통일될 것임을 전망하셨음을 알게 됐다"고 오랜 의두를 풀어냈다. 

또한 홍 이사장은 낙관하기는 어렵지만, 연내 북한의 특단의 조치와 함께 김 위원장의 답방, 내년 초 2차 북미정상회담이 예정대로 열린다면 비핵화 문제는 급물살을 탈 것으로 기대했다. 특히 문재인 대통령과 트럼프 대통령, 김정은 위원장의 황금조합이 지금의 골든타임을 놓치면 훗날 땅을 치고 후회할 것이며, 남북은 흡수통일, 적화통일과 같은 과거의 이념을 모두 잊고 평화가 가장 우선이며, 남과 북 주민들이 합치지 않고서는 못살겠다는 분위기가 조성될 때까지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함을 강조했다.

홍 이사장은 "남북이 피를 나눈 동포라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오랜 분단으로 벌어진 격차를 해소하는데 시간이 걸리며 북한의 자존심에 상처를 주지 않기 위해서는 긴 인내를 가져야 한다"며 "경제적·문화적 통일 후 정치적 통일은 정산종사의 예언대로 자연스럽게 이뤄질 것이다"고 험난한 평화의 여정을 예상했다.

나아가 홍 이사장은 통일의 문제를 풀어가는 해법을 〈대종경〉 교의품 7장으로 제시했다. 그는 "소태산 대종사께서 일원의 진리를 요약하여 말하면 '공원정(空圓正)'이라 하셨는데, 혈육이자 형제인 북한과의 협상 중 힘든 고비가 있을 때마다 우리의 마음가짐을 어떻게 가져야 하는가?" 스스로 자문하며, "원(圓)은 마음이 열리면 결국 자비심이 나올 수밖에 없는 경지를 뜻한다. 다시 말해 진정한 통일을 위해서는 사랑과 미움에서 벗어나야 하며, 옳고 그르다는 시비심을 떠나야 자비심이 나오는 것이다. 끝까지 북한 주민들의 불성을 잘 살려내야 하며, 그럴 때 남북한이 동질성을 회복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격변의 시대로 진입하고 있는 지금, 남북은 분단과 대결의 장벽을 허물고 평화와 번영의 땅으로 가야 한다. 평화의 싹을 틔우기 위해서는 마음의 냉전을 녹여야 서로 신뢰의 끈을 이어가 결국 통일이란 결실을 맺는다.

[2018년 11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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