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인드풀니스 캠프가 열린 봉도수련원 둥근숲밭은 영성을 체험할 수 있는 열린공간으로 원불교의 사상을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장이 됐다.

[원불교신문=송지용 교도] 어느새 들판의 벼들이 익어가고 산에는 낙엽이 형형색색 물들어 가는 가을이 왔다. 깊어가는 가을날 지난 계절들을 떠올려 본다. 나는 봄에 어떤 씨앗을 심었고, 여름엔 어떻게 가꾸었던가. 올 봄 나는 내 마음 밭에 '동아시아 청년들의 네트워크를 만들고 생명과 평화를 위한 교류를 하고 싶다'라는 '꿈'을 심었다. 그리고 뜨거운 여름, 다양한 모습으로 자라난 씨앗들을 가꾸었다. 

마음 밭에 씨 뿌리고 가꾸기   
1월, 대만 청년·대안 공동체 '능성싱 팩토리'에서 동학과 원불교의 역사와 사상을 담은 공연을 했고 그것을 계기로 6월에 대만 친구 두 명이 내가 기획한 동학 행사에 찾아왔다. 한국 친구들과 함께 동학 유적지에서 위령춤을 추었다. 또 6월과 10월 두 번에 걸쳐 '동아시아 청년(한국·대만·일본) 대화마당'을 열고 오늘날 '생명과 평화로서의 동아시아의 학(學;단순한 지식체계를 넘어 더 나은 삶을 위한 사상, 삶의 방식과수행방식을 뜻함)은 무엇일까'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리고 7월에는 한국근현대사학회 선생들과 일본 훗카이도를 방문해 조선인 강제징용 역사를 공부했고 일본의 활동가 분들과 춤으로 소통했다. 9월에는 지난해에 이어 영광 생명·평화마을에서 열린 '있ㅅ는 잔치(동아시아 생태·평화 축제)'에서는 오프닝 세레모니와 움직임명상(댄스만달라;생명의몸짓)을 안내했다. 이어 10월에는 일본의 양심, 나카즈카 선생님과 박윤철 교수님이 13년째 진행 중인 한·일 시민 동학기행에 참여해 역사의 현장에서 화해의 춤을 추었다. 특히 이번 기행에는 중국을 생태정책으로 이끌고 남북통일을 통한 동북아 녹색 벨트를 위해 노력하는 학자인 윈테진 선생 일행이 참여해 한·중·일 시민과 청년이 함께했다.

이렇듯 마음 밭에 뿌려 놓은 씨앗들이 다양한 모습으로 자라났고, 마음 밭에서 시작된 몸짓과 활동들이 나의 삶이 됐다. 지면상 모든 활동을 소개할 수 없어 일부 활동을 좀 더 자세히 소개하고자 한다.   

몸짓으로 남과 북이 만나다. 
내게는 인생의 지표로 삼는 몇 가지 이미지들이 있다. 명상을 하거나 춤을 출 때 떠오른 이미지들은 나의 '꿈'과도 연결된다. 그 중 한 가지를 소개하면 한반도를 중심으로 전 세계가 빨강과 파랑으로 나누어져 부딪치다가, 노란 빛이 나타나 조화시키고 그 빛이 지구를 감싼다. 그리고 한반도의 DMZ(한반도 비무장 지대)에서부터 생명들이 녹색 물결로 남과 북을 넘어 세계로 퍼져나가는 이미지다.

빨강과 파랑은 북과 남, 공산주의와 자본주의, 중국 중심 세력과 미국 중심 세력으로, 노란 빛과 녹색 물결은 동학에서 시작해 한살림, 원불교로 이어지는 생명평화 사상으로 느껴진다.  

지난 5월 임진강 너머 민간인 통제구역 안에서는 '경계 넘어 평화'라는 행사가 있었다. 원불교시민사회네트워크와 퍼머컬쳐학교(Permarculture란 자연에서 발견되는 패턴과 관계를 모방해서 지역에서 필요한 주거, 음식, 섬유, 에너지, 문화를 충족시킬 수 있도록 삶을 디자인하고 실천하는 철학이자 원리다) 등에서 함께 준비한 이 행사는 남·북의 교류를 위해 남과 북으로 평화의 숲밭(나무와 식물이 서로 살리며 자라는 밭)을 만들어가고자 모인 자리였다. 내가 꿈꾸던 이미지가 현실 속에서 펼쳐지는 것 같았고 감사하게도 그 자리에 초대되어 춤을 출수 있었다. 행사 당일 한반도 모양으로 만들어진 숲밭에서 호남살풀이 문화제 이수자인 김찬송 양과 함께 '평화의 몸짓'을 추었다. 

춤은 이런 내용으로 진행됐다. '남과 북은 서로 대립했지만 서로를 너무나 그리워했고 결국 마주 앉아 치유의 눈물을 흘린다. 그리고 경종이 울려 퍼지며 노란 평화의 빛(일원의 빛)이 온 세상을 감싼다.' '평화의 몸짓'이 끝나고 참가자들은 서로를 살리는 100종류 이상의 나무와 꽃을 심고 임진강 물을 주었다. 평화를 염원하는 마음이 모여 작지만 의미 있는 숲밭이 만들어졌다. "세상의 모든 사물이 작은 데로부터 커진 것 외에는 다른 도리가 없나니, 그러므로 이소성대(以小成大)는 천리(天理)의 원칙이니라"고 한 대종사 말씀이 생각났다. 남과 북의 평화, 나아가 세계의 평화도 이 작은 숲밭과 몸짓에서 부터 시작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참가자들이 원불교 주문 혹은 자신만의 소리로 평화의 진동을 만들고, 그 진동 안에서 춤을 췄다.

노란빛과 녹색물결이 흘러간 곳   
남과 북의 경계에서 시작한 이 녹색 물결은 먼저 남쪽의 북한산 아래 위치한 원불교 봉도청소년수련원(이하 봉도수련원)으로 흘러왔다. 봉도수련원은 힐링센터와 마음공부, 선 명상으로 대중에게 열린 공간을 지향하며 지난 6월 수련원 안에 평화의 '둥근 숲밭'을 조성하고 숲속음악회를 열었다. 이 행사에도 초대돼 임진강가에서 추었던 춤 중에 노란 빛과 경종이 울려 퍼지는 것을 참가자들과 함께 표현하였다. 참가자들은 원불교의 주문을 외우거나 '옴(OM)' 혹은 자신만의 소리를 내며 평화의 진동을 만들었고 나는 그 진동 안에서 춤을 추었다. 그리고 우리가 만든 진동을 온 세계로 퍼트리며 평화를 기원하며 공연을 마쳤다.

임진강가 민간인 통제구역에서 만든 평화의 숲밭도, 봉도수련원에 만든 둥근 숲밭도 작은 규모에 불과하다. 그렇지만 이것은 그저 작은 숲밭이 아니다. 그것을 보여준 것이 얼마 전 봉도수련원에서 있었던 '마인드풀니스(마음 챙김과 mind풀ness의 두 가지 의미로 해석될 수 있다)' 캠프였다. 캠프는 봉도수련원과 '잡초라도 충분한 풀학교', 원불교환경연대가 함께 진행했고 지난 6월에 조성한 둥근 숲밭의 풀들을 활용해풀맹탈출(풀에 대한 교육), 풀요리와 파티, 탱고음악 공연, 자연노래와 몸명상 같은 프로그램으로 진행됐다. 봉도수련원은 단순한 종교시설을 넘어 생태, 문화, 영성을 체험 할 수 있는 열린 공간이 됐고 자연히 원불교의 사상을 몸과 마음으로 느낄 수 있는 장이 됐다. 

우리가 만든 숲밭은 우리 마음의 밭이기도 했다. 우주의 원리, 일원의 진리가 그러한 것처럼 숲밭의 풀과 나무들도 순환하고 연결되어 있었다. 서로 적(뽑아야할 잡초)으로 보지 않고 서로를 살리기 위해 존재(은혜의 존재)했다.

내 마음 밭에 무엇을, 어떻게 심고 가꾸는가에 따라 남과 북, 나아가 세계의 평화로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서로 연결되고 순환한다는 인과보응의 이치, 모든 존재와 상황이 적이나 악이 아니라 은혜인 것을 자각하는 것 또 그것을 알고 경계마다 은혜를 발견할 수 있을 때, 우리의 마음 밭은 개벽될 것이다. 그렇게 한 사람 한 사람 부처가 되고 그 부처가 세상에 가득 찰 때 세상도 개벽될 것이다. 

세상의 개벽도 내 마음의 개벽으로부터!  

/댄스만달라 안내자·원불교사상연구원

9월 넥스트젠코리아(NextGEN Korea 생태마을청년네트워크)에서 개최한 '있ㅅ는잔치'에 참가자들과 황대권 선생이 함께 사진을 찍었다.

[2018년 11월2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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