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서품' 12장에서는 "길룡리 옥녀봉(玉女峰) 아래에 이 회상 최초의 교당을 건축할 때, 대종사 그 상량에 쓰시기를 '사원기일월(梭圓機日月) 직춘추법려(織春秋法呂)'라 하시고 또 그 아래에 쓰시기를 '송수만목여춘립(松收萬木餘春立) 계합천봉세우명(溪合千峰細雨鳴)'이라 하시니라"고 했다.

이에 '사원기일월 직춘추법려'와 '송수만목여춘립 계합천봉세우명'의 의미를 〈주역〉으로 만나면, '춘추법려'는 '대종경, 주역으로 만나다' 28번째 '탄식가 9. 춘추법려'(제1897호)에서 춘추는 생멸 없는 진리를, 법려는 인과 보응되는 진리를 의미한다고 했다. 

이에 '사원기일월'에서 사(梭)는 '베를 짜는데 북질하다'이고, 원(圓)은 '계사상'에서 "원만하고 신명하며(원이신, 圓而神)"라고 해, 천도는 둥글다는 것이고, 기틀 기(機)는 '계사상'에서 "말과 행동은 군자의 추기(樞機)이니, 추기의 발용이 영예와 욕됨의 주인이다"고 해, 작용의 기준이 되는 추기로 논하고 있다. 

또 일월(日月)은 "일월이 지나지 않고 사시(四時)가 어긋나지 않고", "일월이 하늘을 얻어서 능히 오래 비추고, 사시가 변화하여 능히 오래 이룬다"고 해, 일월과 사시 운행의 이치를 함께 논하고 있다. 따라서 원기(圓機)는 작용의 근원인 태극(太極)으로 '일원상의 진리'라면, 일월은 하늘의 사상(四象)이 드러나는 것으로 '사은(四恩)의 진리'와 만나게 된다. 

다음으로 '송수만목여춘립 계합천봉세우명'은 〈대종경 선외록〉에서 "솔은 일만 나무 남은 봄을 거두어 가지고 씩씩하게 서고, 시냇물은 일천 봉우리 가는 비를 모아다가 큰 소리를 내리라"라고 해, 대종사가 직접 해석해줬다. 

〈한울안 한이치에〉에서는 "솔은 그 계절의 지배를 받지 아니하고 씩씩하게 홀로 그 자태를 자랑하는 것과 같이 보통 사람들도 처음에는 별일이나 할 것처럼 덤비다가도 어떠한 경계를 당하면, 그 일을 감내 못하고 넘어져서 환경의 지배를 받게 되는 것이다. (중략) 가는 비가 합하여 큰 내를 이루는 것과 같이, 우리 하나하나의 마음을 모두 합하여 대동단결함으로써 큰 힘이 되는 것이니, 단결하려면 개인적으로 혹 마음이 맞지 않는 일이 있어도 그 개인의 감정을 공중에 옮기지 말고, 서로 은혜를 발견하여 감사 생활을 하여야 할 것이다"라고 해, 우리의 경계와 마음공부로 풀이했다.

즉, 대종사의 진리는 소나무와 같이 봄의 푸름을 사계절 간직하여 씩씩하게 서 있고, 시냇물과 같이 모든 봉우리의 비를 모아 큰 소리로 흐른다는 것이다. 소나무는 씩씩하게 서고, 시냇물은 큰 소리로 흐르는 '송립계명(松立溪鳴)'으로 요약된다.

소나무 송(松)은 목(木)과 공변될 공(公)으로 우리의 대공심(大公心)을, 시내 계(溪)는 수(水)와 어찌 해(奚 =爫+幺+大)로 우리의 대공심(大空心)을 상징한다고 하겠다. 

'문득 창밖에 보이는 소나무가 가을의 단풍에 물들지 않고, 바람에 흔들리지 않고 있다.'

/원광대학교·도안교당

[2018년 11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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