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넘은 사회적기업, 지난해 5만개 일자리 창출
도박중독자·경력단절여성·조현병환자 등 고용폭 넓혀
일반 제품 뛰어넘는 경쟁력으로 매출 및 고용 성장

소녀상 공공조형물 지정 촉구를 위한 사회적기업 마리몬드 캠페인. 

[원불교신문=민소연 기자] "우리는 빵을 만들기 위해 고용하는 것이 아니라 고용하기 위해 빵을 판다." '사회적기업'을 검색했을 때 흔히 접하게 되는 이 말의 주인공은 사회적기업의 상징이자 전설 루비콘 제과의 설립자 릭 오브리다. 그는 1993년 빵과 케이크, 마시멜로우 등을 소매점에 납품하는 루비콘 베이커리를 설립했다. 천연재료만 고집, 자체 연구진이 좋은 상품을 개발하며 매일 생산하는 루비콘 베이커리는 다만 노동자들이 달랐다. 바로 노숙자, 장애인 등을 고용해 그들에게 두 번째 기회를 준 것이다.

처음부터 쉽지는 않았다. 많은 사람들이 위생이나 품질에 의문을 가지기도 했고, 한차례 매각을 겪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 한계들을 넘어선 루비콘 베이커리는 최근 연수익 160억을 달성하기에 이른다. 이러한 성공은 스탠포드대 경영대학원에 사회적기업가 과정 탄생과 함께 이런 특별한 기업이 살아남을 수 있음을 시사해줬다. 바야흐로, 사회적기업의 시대를 연 것이다. 

행복과 공익, 상생 추구
작은 규모로 생산된 신뢰할 수 있는 제품을 팔아 취약계층을 고용하고 공익사업을 펼치는 기업, 바로 '사회적기업'을 들으면 떠올리는 이미지다. 최소의 투자로 최대의 수익을 얻어 사익을 추구하는 일반 기업과는 달리, 사회적 기업은 이윤보다는 서로의 행복과 공익, 상생을 추구한다. 
소비자 입장에서 사회적기업을 생각하면 차이가 더 확연하다. 내가 낸 돈이 창립주나 대표 등 이미 가진 자들 배를 불려주는 것이 아니라, 나보다 더 어려운 형편의 취약계층을 위해 쓰이는 것이다. 양질의 일자리를 찾기 어려운 장애인이나 어르신, 경력단절여성, 탈북인, 외국인 등을 고용하고, 이들이 제대로 된 임금과 권리를 보장하는 곳이 바로 사회적기업이다. 

수지 핸드폰 케이스, 박보검 티셔츠
2007년 제도 마련 당시 55개에 불과했던 사회적기업은 지난해 5만여 개의 일자리를 창출했을 정도로 성장했다. 그 중 취약계층 일자리는 66.7%에 이른다. 그러나 고용에 치중했던 초기 분위기와는 달리 현재의 사회적기업은 진화를 거듭해 기존 시장을 위협하기에 이르렀다. '착한 기업이니까 팔아주자'에서 '좋아서 선택했는데, 알고보니 사회적기업 제품'으로 넘어가고 있는 것이다.

국내 손꼽히는 사회적기업 중에는 '마리몬드'가 있다. 수지 핸드폰 케이스, 박보검 티셔츠와 팔찌로 잘 알려진 '마리몬드'는 다양한 의류 및 소품을 판매하며, 수익금의 절반을 일본군 '위안부' 할머니와 학대피해 아동에 기부하고 있다. 소녀상 공공조형물 지정을 위한 캠페인도 이끌고 있는 마리몬드의 기부액은 2018년까지 20억에 이른다.  
느린 곰(Bear)을 닮은 발달장애인이 더 나은(Better) 세상을 만들어간다는 의미의 'BearBetter(베어베터)'는 직원 80%이상이 발달장애인이다. 인쇄와 제과, 화훼, 카페 사업을 펼치고 있는 베어베터는 2012년 설립 첫해 5명으로 시작, 현재 200명의 장애인들을 고용하고 있다. 장애인이 쉽게 일할 수 있도록 단순 작업을 늘리고 분업화하는 등 직무를 재구성하는 등의 끊임없는 노력으로, 지난해 63억의 매출을 올렸다.   

지난 10월2일~3일 서울 강남구청에서 열린 '강남마켓'에는 40여 개의 사회적기업이 아이디어와 제품을 뽐냈다. 공정무역 커피길드 '기청예벗'은 회의실과 공연장으로 활용할 수 있는 '예벗카페'를 운영한다. 수시로 여러 공연 및 노래 모임, 국수 나눔 등을 주최하고 우쿨렐레 레슨과 프리저브드 공예수업도 진행하는 등 강남구 주민들의 소통의 공간이 되고 있다. 진생베리를 테마로 한 제품을 판매하는 '금강나눔협동조합'의 한방음료는 2018 장영실국제과학문화상을 수상했을 만큼 경쟁력이 뛰어나다.

알베르토 몬디가 참여한 디엘레멘트 천연비누.

이밖에도 '비정상회담'의 알베르토가 공동대표로 참여한 천연비누회사 '엘레멘트', 노숙인을 고용한 물류 서비스업체 '두손컴퍼니', 스마트 점자 교육기기를 만든 '오파테크', 여성농민과 토종씨앗을 지키는 '언니네텃밭' 등은 영리를 추구하는 일반 기업을 뛰어넘는 품질과 서비스로 국내 사회적기업의 희망이 되고 있다.  

사회적기업의 또 하나의 변화는 고용인들의 폭이 넓어졌다는 것이다. '깜밥이날다누룽지자활협동조합'은 도박중독자들의 원활한 자활을 위한 건강한 일자리를 제공한다. 강원랜드의 영향으로 중독자들이 많은 강원도 정선에 위치, 일로서 도박의 유혹을 떨쳐내고 제2의 삶으로 재기하도록 돕는다. 버려진 가죽에 새 숨을 불어넣는 업사이클링 기업 '모어댄'은 경력단절여성이나 북한이탈주민 여성을 채용하고 있으며, 전국에  10여 개의 매장을 운영하고 있는 '히즈빈스커피'는 조현병 환자들을 고용하고 있다.

사회적기업가정신 요구되는 4차산업혁명
점차 다양해지는 분야와 인력풀, 틈새시장을 노린 아이디어들로 사회적기업들은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을 넘어서는 자생력을 갖춰가고 있다. 물론 사회적기업을 비롯, 중소기업과 마을기업, 협동조합의 제품을 판매·홍보하는 마켓과 생태계 형성, 우수 인재의 발굴 등의 과제는 여전히 남아있다. 그러나 '사회적 기업가정신'이 필수적으로 요구되는 4차산업혁명시대에 이 사회적기업의 가치나 목표가 주요한 접점으로 활용될 수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자본주의의 법칙이란 간단하다. 이왕이면 싼 것, 기왕이면 내 주머니에 하나라도 더 넣는 것이다. 그러나 사회적기업은 이러한 규칙에 정면으로 반박하며 사막의 꽃을 피워낸다. 나보다 우리를 위한 소비, 조금 더 주더라도 더 가치있는 소비를 하려는 것, 이러한 힘들이 이론만으로는 설명하기 어려운 기적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왕이면 싼 것을 찾는 것이 아닌, 공익을 위한 의미있는 소비를 하려는 이들 덕분에, 사회적기업 시장은 계속 성장하고 있다. 희소하고 비용이 들지만 공익과 상생을 이뤄내는 것, 아마도 정신개벽이나 낙원세상을 만들어내는 소비일 것이다. 사진=마리몬드, 엘레멘트, 동그라미플러스 홈페이지 

마리몬드의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 관련 상품.
원불교 사회적기업 동그라미플러스의 육포 상품.  

[2018년 11월9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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