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서품' 13장에서는 "옛 성현들도 창생을 위하여 지성으로 천지에 기도하여 천의를 감동시킨 일이 없지 않나니, 그대들도 이때를 당하여 전일한 마음과 지극한 정성으로 모든 사람의 정신이 물질에 끌리지 아니하고 물질을 사용하는 사람이 되어주기를 천지에 기도하여 천의에 감동이 있게 하여 볼지어다. 그대들의 마음은 곧 하늘의 마음이라 마음이 한 번 전일하여 조금도 사가 없게 되면 곧 천지로 더불어 그 덕을 합하여 모든 일이 다 그 마음을 따라 성공이 될 것이니, 그대들은 각자의 마음에 능히 천의를 감동시킬 요소가 있음을 알아야 할 것이며, 각자의 몸에 또한 창생을 제도할 책임이 있음을 항상 명심하라"고 했다.

이는 대종사가 9인 선진에게 일자와 방위를 지정해 기도를 시키면서 한 말씀으로, 〈주역〉의 진리를 정치원리로 밝힌 〈서경〉을 통해 만나고자 한다.

〈서경〉 '대우모(大禹謨)'에서는 "하늘의 역수(曆數)가 너의 몸에 있으니, 너는 마침내 원후(元后)에 오를 것이다. 사람의 마음은 오직 위태롭고 진리의 마음은 오직 은미한 것이니, 오직 정성을 다하고 오직 전일하게 하여 진실로 그 본성(中)을 잡아야 한다. 온 세상이 곤궁하면 하늘의 은택이 영원히 마칠 것이다(천지역수 재여궁, 여종척원후, 인심유위 도심유미, 유정유일 윤집궐중, 사해곤궁 천록영종. 天之曆數 在汝躬, 汝終陟元后, 人心惟危 道心惟微, 惟精惟一 允執厥中, 四海困窮 天祿永終)"라고 해, '서품' 13장의 내용과 일치하고 있다.

〈서경〉의 이 말씀은 순임금이 우임금에게 전한 것으로, 성인의 도통을 전하는 '전수심법(傳授心法)'이라고 한다. 주희는 '중용장구서(中庸章句序)'에서 〈서경〉의 '인심유위 도심유미, 유정유일 윤집궐중' 16글자를 유학의 심법이라 하고, 신령스러운 마음의 이치를 논한 것이라 했다.

'서품' 13장과 '대우모'의 내용을 보면, '전일한 마음과 지극한 정성으로'는 '유정유일(惟精惟一)'과, '그대들의 마음이 곧 하늘의 마음이라'는 '천지역수 재여궁'과, '창생을 제도할 책임이 있음'은 '사해곤궁 천록영종'과 직접 연결된다.

또한 '서품' 13장의 '지성으로 천지에 기도하여 천의를 감동시킨 일'을 〈서경〉에서는 "지극한 정성은 신에 감응한다(지성감신, 至誠感神)"라고 해, 지극한 정성은 하늘에 감응한다는 '지성감천(至誠感天)'을 말하고 있다. 〈중용〉에서는 '지극한 정성은 신과 같다(지성여신, 至誠如神)'라 했다. 또 '천지로 더불어 그 덕을 합하여'는 '여천지합기덕(與天地合其德)'으로 대종사 대각에 등장하는 〈주역〉의 문장이다. 

〈서경〉은 〈주역〉의 천지인 삼재지도(三才之道)를 세상에 펼쳐 실천하는 성인의 역사를 기록한 책으로, '하늘의 일을 사람이 대신한다(천공 인지대지, 天工 人之代之)'라 하고, '오직 덕이 하늘을 움직이니, 멀리서 찾으려고 하지 마라'고 해, 사람의 마음이 하늘의 마음임을 가르친 대종사의 말씀과 만나게 된다.

/원광대학교·도안교당

[2018년 11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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