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래 종교문화는 전달과 재해석, 상호교섭의 결과물
불교 교의·문화, 원불교적 해석 거쳐 종교문화 풍성하게 해야

[원불교신문=김혜월 교도] 요즘들어 '종교문화 콘텐츠'라는 용어를 심심찮게 접하게 된다. 종교를 기반으로 하는 미술, 연극, 영화, 문학, 수행법, 의식(儀式) 등의 총체를 지칭하는 개념으로 생각해도 될 것이다. 종교문화 중에서도 의식은 종교의 교의를 직접적으로 반영하는 1차적인 콘텐츠라 할 수 있다. 근현대 이행기에는 일상생활이나 종교 안에서도 화려하고, 비용이 많이 들고, 복잡한 의식을 줄이려는 간소화 테제가 설득력이 있었다. 

하지만 요즘은 잊혀지고, 미신으로 치부했던 의식(儀式)이나 문화도 복원하려 노력하는 시대가 됐다. 수륙재나 영산재, 괘불재, 예수재 등이 열리는 사찰에 모여드는 신도와 일반인, 답사객들을 보면 단순한 의식 이상의 '볼거리'를 포교의 한 수단으로 활용하고 있다는 느낌이 든다.

이 시점에서 원불교에서 내세울 만한 종교문화는 어떤 것이 있는가라고 묻는다면, "마음공부를 핵심으로 삼는 것이 원불교의 정체성인데, 우리에게 그런 볼거리 정도의 의식(儀式)이 왜 필요한가"라는 반문이 당연히 나올 것이다.

그 반문에 다시 답하자면, '볼거리' 정도로 치부하는 그런 문화들이 이제는 종교의 경계를 넘어서 인류문화의 소중한 자산으로 인정받는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그 볼거리들은 사람들에게 해당 종교를 기억하게 하고, 좋은 인상을 남기고, 다시 찾게 만드는 유인기제의 역할을 하기도 한다. 이러한 종교문화의 활용과 대중적 확산을 위한 노력을 다른 말로 '포교'라고 불러도 좋을 것이다. 그렇다면 원불교가 종교문화콘텐츠로써 내세울 수 있는 것은 '마음공부 프로그램'일까. 신실한 교도들도 지속성과 열성을 유지하기 힘든 그 프로그램들이 그냥 스치듯 지나는 일반인들에게 얼마나 많은 관심을 끌어당길 수 있을까. 

몇 달 전에 이웃종교의 어느 종단에서 지금은 맥이 완전히 끊긴 '문두루도량'을 복원하기 위해 개최한 학술대회에 간 적이 있었다. <삼국유사>에도 등장하는 호국도량인데, 이제 그 의식을 복원하는데 참고하기 위해서 일본과 몽골의 사원에서 의식 전문승들을 초청하는 상황이 됐다. 해당 종단은 근현대에 들어서 간결한 생활수행법을 내세우면서 기존 의식 체계를 거의 다 리셋해버린 상태이기 때문에 문두루도량을 복원하기 위해서는 해외의 종단에 남아있는 유사한 의식들을 참고해야 하는 입장이 되었던 것이다.

종교문화 내지 전통문화라는 것이 이렇다. 지키기엔 거추장스럽고, 불편한 부분이 많지만 공동체의 보호 하에 전승되어 나갈 때 실용이나 편리함의 가치와는 바꿀 수 없는 아우라를 더해준다.
다시 원불교로 돌아와서 한 번 생각해보자. 먼저 전통이라는 측면에서는 개교의 역사가 짧은 핸디캡이 있을 수 있다. 혹자들은 번다한 의식 대신에 '기도의 진실성'을 얘기하지만, 그렇다면 긴 전통을 가진 종교들의 기도는 진실하지 못한가라는 반격에 직면할 수도 있다.

일례로 원불교의 정체성을 담고 있는 독자적인 '음식문화'가 있을까? 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원광대 한의대라는 자원을 활용하여 충분히 원불교만의 '약선(藥膳)'요리를 만들어낼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교단에서 그다지 관심을 기울이지 않은 것 같다. 

불교에서 '사찰음식'을 둘러싸고 시대에 따라 재료에 변화를 수용할 것인지, 말 것인지 논쟁하고, 사찰음식을 만드는 주체의 범주를 놓고 고민하고, 한 편에선 거리로 진출하여 사찰음식전문점을 운영하면서 채식문화를 확산시키는 동안 원불교에서는 뭘 하고 있었는지 모를 일이다. 

원래 종교문화라는 것 자체가 전달과 재해석, 상호교섭의 결과물일 수밖에 없다. 불교(문화)라는 훌륭한 자원이 있고, 그 자원을 얼마든지 원용해서 원불교의 문화로 재생산할 수 있는데, 불교의 한 종파로 인식될까 봐 두려워서인지 아예 거리를 두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원불교학에 어두운 내가 그 분들에게 한 번 물어보고 싶다. 그런 태도가 교법에는 맞는 것인가. 적어도 내가 이해하고 있는 선진이라면 어제 어느 때건 불교의 교의와 문화를 자유롭게 가져다 원불교적 해석을 거쳐 종교문화를 풍성하게 키울 수 있도록 교의적 장치를 만들어 두셨을 것이다.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는 것일까. 어느 분이든 시원하게 답 좀 해줬으면 한다.

/서울대종교문제연구소·화정교당

[2018년 11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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