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이혜성 교무] "응? 왜, 인식을 못하지?" 이상하다. 휴대폰 '지문인식'으로 '잠금해제' 해 온 세월이 얼마인데, 갑자기 지문인식이 되지 않는다. 손가락을 닦고 다시 시도한다. 헌데 여전히 되지 않는다. 휴대폰이 문제인 걸까, 손가락이 문제인 걸까. 알 수 없다. 다만 나는 문명인이기에, 기계를 의심하기 전에 '먼저' 나를 의심한다. 기계보다, 내가 틀린 적이 많다는 걸 경험으로 안다. 그래서 일단 다른 손가락으로 다시 시도한다. 

'이렇게 해도 안 열리면 어떻게 하지?' 생각 하는 순간, 철컥 휴대폰이 잠금 해제 됐다. 역시, 손가락 문제였다. 근데 다른 손가락으론 되는데, 이 손가락만 지문인식이 안 된다? '넌 갑자기 왜 이러니?' 손가락을 유심히 살펴보던 나는, 깜짝 놀랐다. 이 손가락에만 지문이 없다. 지문이 거의 없으니, 지문인식이 될 리가 있나. 그리곤 "아!" 이유를 알았다. 

며칠 전부터 이 손가락 피부가 자꾸 벗겨졌다. 그래서 보는 족족 잡아 뜯었다. 계속 뜯다보니, 지문이 희미해졌나보다. 희한하게 근래, 이 손가락만 얇은 껍질이 수시로 벗겨졌다. 나는 까슬까슬한 건 싫다. 그때마다 집요하게 껍질을 벗겨내고 또 벗겨낸 것이다. 이 시점에서 인정하자. 내 성미가 곱진 못하다. 껍질을 그냥 바라봐주지 못한다. 각질 같은 피부껍질을 시종일관 뜯어내며 '왜 이렇게 벗겨지지?' 이상하다고만 생각했다. 주부습진인가도 했지만, 그건 아니었다. 다른 손가락은 멀쩡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 손가락만 왜 이럴까, 천천히 궁굴려본다. 모르겠다. 일을 하다 또 생각한다. 이 손가락만 왜 이럴까. 모르겠다. 또 생각해본다. 왜 이럴까, 왜 이럴까. 

순간 머리가 번뜩한다. 이제 알았다! 몇 주 전 이 손가락을 데인 적이 있다. 손가락이 너무 아파, 진통제까지 먹었다. 이틀쯤 욱신거렸고, 그 뒤엔 괜찮았기에 '데인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세포가 재생되며, 껍질이 계속 벗겨졌나보다. 나한테 보고도 안하고, 새살은 조용히 차올랐다. 돋아난 새살이 죽은 세포를 밀어내느라 피부가 계속 벗겨졌음을 비로소 알게 된다. 신기하다. 내가 기억 하던, 기억 못하던 상관없이 새살은 성실히 차오르고 있었다. 몇 주 전 일과 요즘의 일을 연결시키지 못하고, '영문 모르던 내가' 있었을 뿐이다. 

정산종사는 "복을 조금 지어 놓고 곧 안돌아온다 하여 조급증을 내지 말고 계속하여 더 지으며, 죄를 지어 놓고 곧 안돌아 온다고 안심하지 말고 곧 참회 개과하라. 한도가 차면 돌아 올 것은 다 돌아오나니, 꾸준히 방심하지 말고 공을 쌓으라"고 법문했다. (〈정산종사법어〉 무본편 43장)

한도가 차면 돌아올 것은 다 돌아온다. 나 모르게 새살이 차오르듯 말이다. 다만, 연결 못시키면 '영문 모르는 일'인거다. 한도가 차면 반드시 돌아오니 한도가 찰 때까지, 복을 짓는 일도 중요하다. 한도가 차기 전에 참회하는 일도 중요하다. 하지만 한도가 차서 반드시 돌아왔음에도, 내가 모를 수도 있다는 것도 인정해야한다. 그래야 인과를 믿을 수 있다. 한도가 차서 돌아오는 것이 당장 눈에 보이지 않더라도 의심하지 말자. 연결을 못시켜 영문을 모르는, 너의 무지가 있을 뿐이다. 

/중앙중도훈련원

[2018년 11월16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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