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소화한 대사식 더욱 거룩하고 다북차게 느껴져
아쉬움과 눈물, 희망과 서원 챙기는 소중한 기회

[원불교신문=유세영 교도] 최원심 교무가 지난해 부임한 후 내가 붓을 잡고 있는 것을 알고, 원묵회를 소개해 줬다. 원불교서예협회에서 매년 작품 공모를 하고 있으니, 응모해 보란다. 내가 준비한 것은 〈대산종사법문〉 5집 무한동력 중 청풍표표시방청(淸風飄飄十方淸)을 한자 해서체로 썼다. 

나의 노력은 다행히 헛되지 않아 최우수상의 영예를 안았다. 3일 토요일 시상식에 참석하지 않으려고 생각했다가 대사식 초청장을 구해준 교무님의 특별한 배려에 1박2일의 예기치 않은 총부 순례를 떠나게 됐다. 원묵회 시상식과 함께 전시회 오프닝에 참석했고, 인연 깊은 교무님들의 축하를 받았다. 문현교당에서는 최진방 교도회장이 교당을 대표해 자리를 빛내줬다.

이튿날 종법사 이·취임식으로 진행되는 대사식을 보기 위해 반백년기념관으로 향했다. 문득 12년 전 총부 영모전 광장에서 거행됐던 대사식 장면이 떠올랐다. 원기92년 좌산상사와 경산종법사가 함께한 대사식은 너무 많은 교도들이 참석한 가운데 열려, 겨우 법장 치는 소리 정도나 들을 수 있었다. 교도들 사이를 비집고 참가해야 하는 어려움이 있었다. 좌산상사의 퇴임법문은 기억에 남아 있지 않고, 경산종법사의 취임법문이었던 '도미덕풍'의 훈훈한 설법만 마음에 새겼던 시간이었던 것 같다.

그런데 원기103년 대사식은 그때와는 완전히 달랐다. 내 마음의 온도가 달랐던 것은 좌석에 앉아 편안하게 감동적인 무대를 바라볼 수 있었고, 준비한 화질 좋은 영상을 보면서 대사식의 전체를 쉽게 알수 있었다. 간소화한 대사식은 거룩했고, 다북찼다. 원불교 미래에 더 없는 광명이 가득했고, 식장에 참석했다는 것만으로도 큰 은혜였고, 감격이었다.

경산상사와 전산종법사가 손을 꼭 잡고 입장하는 모습은 그 얼마나 아름답고, 거룩한 광경이었는지. 보는 순간 가슴이 벅찼고, 마음이 울컥해 눈물이 핑 돌았다. 경산상사에게 그 동안의 노고와 가르침에 감사의 사배를, 전산 새 종법사에게는 믿음의 마음으로 사배를, 법신불 일원상 전에는 오늘의 영광된 자리를 펼쳐주심에 감사의 사배를, 이 자리에 참석할 수 있는 특별한 은혜를 베풀어 준 사은에 감사의 사배를 마음으로 올렸다. 

경산상사의 퇴임법문 법장 소리에 12년 전 대사식 장면이 뇌리를 스쳐갔다. 대사식의 의미도 잘 알지 못하면서 참석해 귀 기울이지 않았던 설법과 먼발치에서 무심으로 바라본 대사식의 광경들이 떠올랐다. 다시, 흐트러진 자세를 바로 하고 경산종법사의 퇴임법문에 귀 기울였다. 신앙·성실·중도에 표준을 삼고 실천해 온 공부법을 설하면서 소태산 대종사를 닮아가는 간절한 마음, 즉 용심법으로 정진하라고 당부했다. 

한은숙 교정원장은 사례사를 읽으면서 몇 번의 울먹임이 전달돼 함께한 교도들이 숨죽이며 울먹이고 아쉬움의 눈물을 적셨다. 나는 한참 동안 눈을 감으면서 또 감사의 사배를 올렸다. 전산종법사는 취임 의두로 '새롭게'를 설파했다. '나를 새롭게·교단을 새롭게·세상을 새롭게'라는 법문은 사오백년 결복의 큰 걸음으로 나아가기 위해 주세불 대종사의 교법을 실천하는 심통 제자가 되자는 말씀이었다. 다시 개벽의 큰 역군이 돼 모두 다 함께 손잡고 힘차게 결복의 희망을 만들어 가자는 것이었다. 이를 위해 정기·상시훈련 공부와 교화단법으로 생활시불법 불법시생활로 교법의 체질화를 강조해 줬다. 

이번 대사식은 두 분 스승의 법문을 마음에 새길 수 있는 여유가 있었다. 마음의 여유가 생기면서 신심, 공심, 공부심을 실천해 대종사의 심통제자가 꼭 되어보겠다는 서원도 자연스럽게 우러나왔다. 간소했지만 장엄했고, 밝은 미래를 꿈꿀 수 있는 대사식이었다. 전산종법사는 교당의 교도수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일원의 진리를 깨쳐 실천하는 공부인이 더 중요하다고 하셨다. 나는 '과연 헛깨비 교도인가 아니면 진정 교법을 체질화한 교도인가' 곰곰이 생각했다. 일상생활에서 교법이 나퉈지지 않으면, 납도끼와 같다.

 '새롭고, 또 새로우니, 나부터 새로워지길' 다짐해 본다.

/문현교당

[2018년 11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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