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서품 14장에서는 "원기 사년 팔월 이십일일(음 7월26일)에 생사를 초월한 구인 단원의 지극한 정성이 드디어 백지혈인의 이적으로 나타남을 보시고, 대종사 말씀하시기를 '그대들의 마음은 천지신명이 이미 감응하였고 음부공사가 이제 판결이 났으니 우리의 성공은 이로부터 비롯하였도다' (중략) 법호와 법명을 주시며 말씀하시기를 '그대들의 전날 이름은 곧 세속의 이름이요 개인의 사사 이름이었던 바 그 이름을 가진 사람은 이미 죽었고, 이제 세계 공명인 새 이름을 주어 다시 살리는 바이니 삼가 받들어 가져서 많은 창생을 제도하라'"고 했다.

14장의 내용을 '백지혈인의 이적을 나투어 천지신명이 이미 감응한 것'과 '법호와 법명을 주었다'는 것을 〈주역〉으로 만나고자 한다.

먼저 9인 선진의 지극한 정성으로 감응된 천지신명(天地神明)을 〈주역〉에서는 천지와 신명으로 나누고 있다. 천지는 '천지의 도는 항구하고 그침이 없는 것이다.', '역도(易道)는 천지의 기준이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천지의 도를 능히 얽는 것이다'라고 해, 천지지도(天地之道)로 밝혔다. 신명은 '이에 비로소 팔괘를 지어서 신명한 덕에 감통하며 만물의 뜻을 나누니', '천지의 선을 체득하고 신명한 덕에 감통하니'라고 해, 신명지덕(神明之德)으로 밝히고 있다. 따라서 천지신명은 천지지도와 신명지덕이 합해진 것으로 천지신명의 내용은 도덕(道德)이 된다. 

전통적으로 기도의 대상이었던 천지신명은 도와 덕의 인격성을 가진 주재자임을 알 수 있다. 〈대종경〉에서는 도덕을 '제4 인도품'에서 도론(道論)과 덕론(德論)으로 자세하게 밝히고 있다.

다음 '법호와 법명을 주었다'는 것은 개인의 사사로운 이름에서 공명의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난 것이다. 이를 〈주역〉에서는 '낳고 낳는 것을 일러 역(易)이고(생생지위역, 生生之謂易)'라 했다. 날 생이 거듭되는 중생(重生)으로 한 번은 생리적 생명의 남이고, 또 한 번은 성인의 말씀과 진리에 의해 인격적 나로 거듭나는 것이다. 〈주역〉에서 생은 '천지의 위대한 덕은 생(生)이고'라고 해, 하늘이 준 나의 실존적 의미를 자각하는 것이다. 

〈논어〉에서는 '자기를 능히 극복하여 예를 회복하는 것이 인(仁)이 된다(극기복례위인, 克己復禮爲仁)'이라 해, 하늘로부터 받은 본성을 자각하여 행하는 것이 사랑이 된다고 했다. 

세계적인 신학자와 영성가들이 가장 좋아하는 〈성경〉 구절도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으니, 이제 내가 사는 것이 아니요, 내 안에 그리스도가 사는 것이다'라고 했다. 세속의 욕심을 가진 나는 이미 죽었고, 내 안의 진리로 살아가는 것이다.

우리는 '나 없음(我無)'의 진실을 통해 욕심에 사로잡힌 나를 버리고, 은혜를 발견하는 새로운 나로 태어나야 한다. '나를 새롭게, 교단을 새롭게, 세상을 새롭게'는 다시 태어나는 희망의 메시지다.

/원광대학교·도안교당

[2018년 11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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