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들 한복판에 홀로 핀 들국화야 
비바람에 시달리며 뉘 보라서 피였는고 
꽃 중에 장한 기개 너뿐인가 싶어라. 
남몰래 숨어 핀 들국화야 
설다마라 고운향기 굳은 기개 변치만 
마올지면 
비개고 바람 잔 뒤 너 찾는 이 있으리.



글_유성열 선진
출처_회보 40호, 원기22년 12월 


가을이면 서정주 시인의 '국화 옆에서'를 읊조리게 된다. 한 송이 국화꽃을 피우기 위한 가녀린 국화가 강인한 꽃이 되기까지의 여정을 보는 듯해서다. 봄날 소쩍새가 울어댄 이유도, 천둥이 먹구름 속에서 울었던 이유도, 찬 서리 내리는 간밤에 잠이 오지 않았던 이유도 모두 누님같이 생긴 곱고 예쁜 꽃을 피우기 위해서였다. 가을의 꽃 국화를 이렇듯 찬양하는 이유는 이 세상 그 어떤 생명체일지라도 치열한 창조의 과정이 담겼기 때문이다.

빈들 한복판에 홀로 핀 들국화는 교단 초기 개척정신의 상징이 아닐까. 어려운 시기, 교법을 전하기 위해 혈혈단신 각 지방으로 발령을 받아 갔던 선진들. 비바람만 겨우 피하기도 했고, 찬방에 기거하며 오로지 전법에 온 마음을 다 했던 그 정신은 어쩌면 국화의 절개와도 같았으리. 

남몰래 핀 들국화의 속사정을 어찌 다 헤아릴 수 있을까. 안으로 인내하며 핀 꽃이기에 고운향기가 멀리 가듯, 선진들의 교단 향한 신심, 공심, 공부심은 100년의 꽃 일원화로 만방에 피었다. 그 일원의 향기가 더 진해져 멀리 멀리 날아가도록 새롭게 새롭게 들국화를 피워가자. 

/둔산교당

[2018년 11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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