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로는 불보살 전부가 동원되어 일하는 시대라, 만일 정당한 이유 없이 이에 응하지 않으면 불보살 명부에서 빼버린다"고 대종사께서 말씀하셨다.〈대산종사 수필법문〉 한마디로  '공을 위해 일하지 않는 사람은 불보살 명부에서 빼라'는 말씀이다. 

18일 서울교구 봉공회 제17회 자원봉사자 축제가 있었다. 이문교당 김안신 교도가 483시간 봉사로, 영예의 대각상을 안았다. 주목할 점은 지역사회봉사상과 부부봉사상이 있다는 것이다. 
지역사회부문에서 송천교당을 포함해 11개 교당이 상을 받았다. 이들 교당들은 지역사회 어려운 이웃들과 함께하며 손발이 되어줬고, 교화를 넘어 인류애로 아픈 사람들을 보듬어왔다. 여성노숙인 쉼터를 비롯해 탈북어린이돕기, 소아암 환우돕기, 독거노인 반찬 나눔, 쪽방촌 지원, 불우청소년 장학금을 후원하는 등 무상행의 봉공하는 교당을 추구했다. 

국제도시 서울 한복판은 아직도 차갑다. 치열한 경쟁 속에서 낙오한 이들은 어느 나라나 있기 마련이다. 서울 하늘아래 살지만, 여전히 선진 복지혜택을 받지 못하는 이들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많다. 종교인은 희생과 헌신이 덕목이다. 특히 감동을 주는 원불교 봉공인의 모습은 교화 그 자체라 할 수 있다. 

공부만 하는 신앙인은 원만하지 않고, 봉공만 하는 신앙인은 부족한 데가 있다. 하지만 상시훈련으로 단련된 봉공인들은 일하며 공부하는 영육쌍전의 정신으로 무장해 왔다. 사실 원불교 봉공회는 대단한 저력을 가진 조직이다. 태안 유조선 기름유출사고가 발생했을 때, 114일 동안 만리포해수욕장 현장에서 자원봉사를 했던 역사는 아직도 '자원봉사단체의 전설'로 남아있다. 여타의 종교 혹은 봉사단체들이 따라올 수 없는 정성으로 공들여 해안가 기름때를 제거했기 때문이다. 그 결과, 대통령상을 수상하는 영광도 얻었다. 

교법 실천을 보여준 봉공회원들은 반드시 불보살 명단에 먼저 올라야 한다. 원불교 봉공회의 산증인이었던 김미진 전 봉공회장은 "쇠가 녹슬어 못 쓰는 삶이 아닌, 닳아 없어지는 삶을 살고 싶다"고 공부 표준을 제시한 바 있다. 

교당 봉공회원들은 그림자 조력자가 아니라 교화의 역군들이다. 어떤 교도들보다 부지런했고, 자신의 삶 일부 혹은 전부를 교단에 헌신했기 때문이다. 봉공회를 잘 아는 재가출가 교도들은 말한다. "실적이나 물질적인 성과를 내는 사람만 모시는 교단 풍토는 되돌아 봐야 한다. 봉공회원들의 활동은 반드시 재평가, 재해석돼야 한다"고. 

봉공회뿐만 아니라 청운회, 여성회의 봉사활동도 눈부시다. 이런 재가단체들의 역할 찾기와 활발한 활동이 사회 구석구석에 스며들면서 교단의 저력이 확인되고 있다. 불당에 앉아있는 부처가 아닌 활불이 이 시대가 요청하는 종교다.  

[2018년 11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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