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김도훈 교도] 저의 나무이야기를 읽는 분들은 눈치 채셨을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가능한 한 어느 누구나 이름을 들어보았음직한 우리 주변의 나무들을 소개하는 데 주력하고 있습니다. 우리 주변에 있는 평범한 나무들의 특성을 조금 더 잘 알고 친숙해 보자는 취지입니다. 그런데 이번에는 저의 그 취지를 깨뜨리고자 합니다. 그 이유는 원불교 교도라면 누구나 마음의 고향으로 생각될 '삼밭재'에서 만날 수 있는 몇 가지 나무들을 소개하기 위해서입니다.

저는 지난 2년 동안 세 번 국제마음훈련원에 머물렀고 그때마다 삼밭재를 오를 수 있는 호사를 누렸습니다. 참으로 묘한 것은 오를 때마다 새로운 나무를 발견했다는 것입니다. 실은 저는 신기한 나무를 처음 만나면 무조건 사진을 찍어놓고 모습이 비슷한 나무부터 계속 찾아보는 습관을 가지고 있기에 제가 다니는 등산로 주변에 있는 나무들은 대부분 식별할 수 있다고 자부해 왔는데도, 그런 것을 보면 정말로 사람은 아는 것만 볼 수 있는 것 같습니다.

먼저 삼밭재 마당바위 주변의 나무들부터 시작합시다. 일전에 소개했듯이 삼밭재 마당바위는 참나무의 일종인 굴참나무로 둘러싸여 있습니다. 이 나무들을 살피면 굴참나무의 특성을 쉽게 알 수 있을 정도로 잘 자란 나무들이지요. 밤나무 잎을 닮은 길쭉한 잎, 나무 등걸마다 두텁게 붙어 있는 코르크, 바구니에 잘 싸여 있는 동그란 도토리까지 말입니다.

다음으로는 마당바위 주변에서 가장 굵고 크게 자란 나무인 팽나무를 주목해 보시지요.

대각터에 가면 더 우람하고 더 멋있는 팽나무들을 만날 수 있습니다만 마당바위 앞의 팽나무도 참으로 보기 좋습니다. 많은 순례객들이 이 앞에서 사진을 찍을 정도니까요. 팽나무는 남쪽 지방에서는 느티나무와 맞먹을 정도의 신령스런 나무로 대접받고 있는 것 같습니다. 굴참, 팽나무는 그다지 특별한 나무라고 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우리나라 어디에서나 자주 만날 수 있는 나무들입니다.

제가 지난해 여름 화정교당 정기훈련 때 삼밭재를 오르면서 이리 뛰고 저리 뛰며 사진을 잔뜩 찍었던 굴피나무를 소개하고자 합니다.

굴피나무는 서울 주변의 북쪽에서는 잘 만날 수 없는 나무입니다. 인터넷에서 찾아보면 충청남도 이남에 주로 서식한다고 되어 있으니까요. 그래도 바닷가로는 제법 북쪽으로 올라오는 것 같은데, 대부도 끝자락에 있는 구봉도를 가면 자생하는 굴피나무를 많이 만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다른 곳에서 굴피나무의 일반적인 모습인 마가목, 가래나무 잎을 닮은 복엽, 오리나무 열매를 닮은 솔방울 열매 같은 모습만 보다가 노랗게 다발로 피어난 꽃을 삼밭재에서 처음으로 보고 반가워 어쩔 줄 몰라 했던 것이지요. 굴피나무 목재는 성냥개비를 만들 때 쓰고 노란 꽃은 염료로 쓴다고 합니다.

10월에 만난 말오줌때 열매.

다음으로 지난 10월 초 수위단회 연찬회 때 만난 말오줌때를 소개합니다.

이 나무 역시 남쪽 지방에서 자라고 바닷가나 산자락에서 만날 수 있다고 합니다. 이 나무의 열매 모양이 하도 독특해서 (빨간 껍질에 까만 종자가 붙어 있는) 이리저리 찍으며 궁금해 했는데, 연찬회에서 돌아오는 길에 들른 원광대 자연식물원에서 이름표를 붙여 놓은 이 나무를 딱 만났습니다. 그때의 기쁨은 짐작하지 못할 정도로 컸습니다. 어린 대종사님이 대자연의 이치에 궁금해 하다가 대각을 얻으신 순간의 기쁨에는 비견할 수 없겠지만 말입니다. 이 나무는 가지를 꺾으면 이름 붙인 대로 고약한 냄새가 난다고 해서 이 이름을 얻었다고 합니다. 역시 복엽구조를 가지고 있고 10m 정도의 소교목으로 자라는 것 같습니다.

이번에 이 이야기를 쓰는 과정에서 저는 저의 나무 알아가기 과정을 은근히 말씀드리고자 했습니다. 요즘 유행하는 식으로 앱을 통해 쉽게 나무 이름을 알아내는 방식으로는 오래 남는 나무 지식을 쌓지는 못하는 것 같습니다. 궁금해 하는 과정이 필요하다는 말이지요.

/화정교당

[2018년 11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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