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정도진 교도] 아이들과 지낸 지 어느덧 3년. "엄마~"하고 부르며 달려와 품 안에 앙증맞게 쏙 들어와 안기던 세 살배기 아이들이 이제는 내 품에 딱 맞을 정도로 훌쩍 자라 "선생님~"하며 재잘거린다. 마냥 어렸던 모습을 뒤로 한 채 또박또박 말을 하는 다섯 살이 되니 선생님의 이름을 부르며 자신의 이야기를 쉼 없이 하는 아이들과 매일 아침 인사를 나눈다. 

아이들은 글자와 숫자에 관심을 많이 보인다. 화이트보드에 오늘의 날짜, 날씨를 쓰고 아이들과 함께 읽었던 책에 대해 이야기하는데 한 아이가 "선생님! 퀴즈 내봐요" 하며 두 눈을 반짝이며 바라본다. 퀴즈 맞추기를 좋아하는 우리 아이들과 자연스럽게 게임 시간을 갖는다. 

책 그림을 그리기 전에 아이들의 참여를 유도하기 위해 한 명씩 그림을 그려 친구들에게 맞춰보도록 제안하니 역시나 우리 아이들 표정은 기대감으로 반짝였다. 보드마카를 들고 보드 위에 그림을 그리고 문제를 내는 아이들의 표정은 흥분과 설렘으로 상기돼 있고, 친구들이 좋아하는 아이스크림, 캐릭터 등을 그리면 앞다퉈 맞추는 모습에 교사에게 다가와 귀에 대고 "선생님 친구들을 보니 너무 재밌어요. 이렇게 재밌는 거였어요?"하며 즐거움을 몸으로 표현해 준다. 

그렇게 한 명씩 돌아가며 퀴즈를 내고 맞추기를 한 후 책에 대한 퀴즈로 넘어가려는데 아이들의 표정이 '빨리 해주세요'하며 두 눈을 선생님 손과 보드에 집중하는 모습을 보니 엄마 미소가 절로 지어졌다.  10개월 동안 아이들이 읽었던 책은 20여 권, 잘 맞출 수 있을까 의문이 들기도 했지만 하나씩 하나씩 그림을 보고 맞춰가는 아이들의 기억력에 다시 한 번 감탄을 하게 됐다.

그림을 맞추면서 책의 내용에 대해서도 알아보았는데 책 제목은 물론, 주인공 이름, 내용 한 부분 한 부분까지 기억하고 이야기를 하는 모습에 절로 마음에서 감탄이 나왔다. 책 제목이 어려워 머뭇거리기도 했지만 주인공 이름이나 책 제목 중 한 단어만 콕 찝어 알려주니 바로 기억해내며 퀴즈활동에 적극적으로 참여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아이들과 함께 한 3년이라는 시간은 길고도 짧았다. 아이들과 함께 지낸 3년을 마무리하며 졸업식을 앞뒀을 때 애써 담담한 척, 슬프지 않은 척하며 사진도 찍고 간단한 파티를 즐겼다. 우리 아이들은 지금 여섯 살이 돼 서로 다른 곳에서 다른 선생님과 생활하고 있지만 아이들을 마주할 때마다 그 시절 그 모습들이 아직도 떠오른다. 여전히 그 추억이라는 시간 속에서 함께 헤엄치고 싶은 마음이 든다. 그럴 때면 아이들을 만나러 가는데 나를 반겨주고, 안아주고, 때론 새침한 모습으로 반기지 않는 척해도 알 수 있다. 얼굴에 미소가 지어진 것을 보면 괜히 기특하게 느껴진다.

3년 동안 아이들과 함께 지냈던 시간들은 나에게 커다란 기회를 가져다줬다. 유아반을 처음 맡아서 걱정을 했던 나에게 전혀 어렵지 않음을 알려줬고, 아이들에게 해주는 나의 방법이 맞다는 것을 보여줬던 계기를 만들어줬다. 나에게 고마움과 소중함, 그리고 사랑을 알게 해준 우리 예쁜 아이들을 영원히 기억하고 추억 속에 고이 간직할 예정이다. 푸른달반 친구들아~ 우리 소중한 인연 잊지 않을게. 고맙다.

/부송교당·신용원광어린이집

[2018년 11월23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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