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태산 대종사의 민중 향한 마음 잘 그려져 있어
재가출가 교도에게 거듭나는 공부 계기 되길 염원

[원불교신문=양현수 교무] 소태산 대종사의 삶은 어떻게 재구성돼야 하는가? 위대한 성자의 사상과 행동이 경전을 넘어 문학으로 그려질 때 사회일반에의 너른 확산이 가능해진다. 원불교학의 지평 위에 원불교문학을 그리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이혜화 저술의 새 책, 〈소태산 평전〉(북바이북, 2018, 신국판 정장 516쪽)은 '원불교 교조 박중빈 일대기'라는 부제를 달았다. 책 자체도 묵직했지만, 받아든 순간 설렘과 떨림, 그리고 호기심으로 입안에 침이 마르는 느낌이었다.

그간, 교조와 관련하여 교서인 〈원불교교사〉와 여러 연구서 외에, 남지심의 〈담무갈〉(푸른숲, 2001)과 김형수의 〈소태산평전〉(문학동네, 2016)을 읽었다. 전문 작가들의 구성력에 의해 새롭게 조명된 작품들이라 쉼없이 책장을 넘겼다. 감동했고 어느 곳에서는 무릎을 쳤고, 아쉬움 섞인 한 숨도 있었다. 사실이 아닌 바가 그려진 부분에서는 교학연구자로서 자료를 제공해드리지 못한 죄송함을 금하기 어려웠고, 구성력에 밀도가 떨어진다는 느낌이 드는 곳에서는 신행(信行)이 깊은 재가·출가 교도 문학가에 의한 작품을 염원했었다.

그런 가운데 이번의 작품을 받게 됐으니 감사한 생각이 먼저 들었다. 주지하는 바와같이 저자 이혜화 박사는 법명이 경식, 법호가 봉산으로, 도봉교당 교도회장을 지낸 교단의 원로이다. 원기48년(1963) 입교해 교도생활을 충실해 이르는 곳에서 원불교인으로 자리하고 역할했다. 일찍이 〈소태산 박중빈의 문학세계〉(깊은샘, 2013)를 발표해 깊이 있는 교리이해와 문학적 소양을 유감없이 드러냈었다. 아마도 이번 작품은 자신이 스스로 짊어진 숙제같은 것이었으리라.

'후기'에서 저자는 "소태산을 알게 된 이래 지나온 생애 55년의 사귐을 몽땅 이 원고에 담아내려 했다", "글쓰기가 단지 고행이 아니라 마음공부임을 깨닫는 순간 나는 찬찬히 나를 응시했다"고 말한다. 과연 공부인의 거듭남이 묻어나는 부분이다. 아마도 이 때문에 연구서를 대하듯이 행간 촘촘히 읽게 된듯 싶다. 

전체 구성을 9장으로 나눴다. 머리에 소태산 대종사의 진영을 비롯해 성지와 연고지역, 그리고 모임사진을 실어 책의 성격을 드러내고 있다. 본문은 성장에서부터 아동기, 청년기, 영산에서, 변산에서, 익산에서, 수난기, 입멸, 대단원인데, 이들에 주제를 붙여 구체화했다. 말미에 후기, 소태산 대종사 연보, 그리고 참고문헌을 실었다.

주목되는 바는 전체 글을 진행하면서 장치한 두 가지 특징이다. 하나는 주석을 달고 있는 점인데, 관련 법문과 연대 고증, 시대 사회상에 대한 이해를 밀도 있게 풀었다. 다른 하나는 칼럼인데, 교단사 속에 나타나는 특정 사실, 혹은 대종사의 행적에 대한 해설이 필요한 부분을 간명하게 정리했다. 

본문에서는 이런 부분이 나타난다. "소태산은 청춘을 그리워하는 그녀에게 청춘이란 법명을 줬다. 이청춘, 극적으로 인생 반전에 성공한 이 여자에 대해서는 다시 말할 기회가 있을 것이다." 이청춘(五陀圓 李靑春, 1886-1955) 대봉도에 대한 맛깔스런 표현이다. 

숨죽이고 전권을 읽고 나서 감사와 함께 큰 안도의 숨을 쉬었다. "누구보다도 인간적이었던 원불교 교조 소태산의 삶을 들여다 보다"라는 저자의 표현은 적실했다. 민중성을 잃지 않을 장치가 그 안에 그려져 있었다. 저자는 보충할 곳이 어딜까 살필지 모르지만 안심해도 좋을 성 싶다. 대종사의 생애를 이정도 갖추어 담아낸 것은 천재일우(千載一遇), 교단 100년에 저자를 만나서 가능했기 때문이다.   

"소태산 그분의 생애와 생각을 나는 제대로 읽은 것일까, 두려움은 죽는 날까지 안고 갈 업보다"(후기)라는 부분에 이르러 교리·교사와 법문 연구를 좀더 면밀히 해야겠다는 자신의 각오를 다지게 됐다. 재가출가 교도들이 거듭나는 공부할 계기를 줬으니, 교화·교육·자선 등 교단의 각 방면에서는 물론, 사회일반에 두루 읽히기를 염원한다. 

/원광대학교 명예교수

[2018년 1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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