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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규를 지킨다는 것
법규를 지킨다는 것
  • 백인혁 교무
  • 승인 2018.12.05
  • 호수 19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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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인혁 교무 / 충북교구장

[원불교신문=백인혁 교무] 장남이나 장녀로 자란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 있다. "동생들과 사이좋게 지내라"라는 부모님의 말씀이다. 우리 집도 예외는 아니었다. 그런데 동생들과 함께 놀다 보면 꼭 동생들은 자기 맘대로 하려고 억지를 부리다가 제 맘에 안 들면 '앙'하고 우는 것이다. 그러면 어머니는 장남인 내게 불호령을 내렸다. 그날도 그런 일이 생겨 내게 불호령이 떨어질 줄 알았는데 어머니는 나를 조용히 한쪽으로 부르더니 "나하고 약속을 하나 하자"고 했다. 처음으로 어머니와 "동생들을 잘 보살피겠다"는 약속을 하게 됐다. 

나의 삶을 유심히 살펴보니 부모님뿐만 아니라 친구들과도 많은 약속을 하며 살아가고 있다. 그 약속을 잘 지키면 신뢰가 쌓여 좋은 관계가 계속 이어지고, '나'라는 인격이 형성됨을 알게 됐다. 그 후로 약속을 했으면 반드시 지키려 했고, 못 지킬 약속은 처음부터 하지 않았다.

살다 보면 약속이 나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그렇게 살아야 한다고 규정지어진 것들도 상당히 많다. 우리 선조들이 설정해 놓은 법규와 규범 그리고 공동체의 유지 발전을 위한 각종 덕목도 대부분 상호 간의 약속이다. 이런 약속들은 나의 의지와는 무관하게 이미 정해져 있다. 그래도 지켜야 서로 간 안전도 보장되고 서로를 살려주는 길이 되며, 더 나아가서는 개인이나 단체가 추구하는 목표도 이뤄갈 수 있다. 

입교 초 학생회에 다니던 어느 날 교무님 설교 가운데 교도는 4가지 의무가 있는데 그중 하나가 법규준수라 했다. 그때 들으면서 속으로 무슨 종교에서 법규준수를 가르치시나 의문이 들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바로 '약속을 잘 지키라' 한 뜻이었음을 알게 됐다. 그런데 사종의무에서 법규준수가 제외되어선지 어느 순간부터 우리 스스로 우리가 정한 여러 규정을 지키지 않는 모습을 많이 보게 된다.

이러한 규정들은 대개 회의에서 결의되어 만들어진다. 따라서 회의는 곧 공동으로 지켜야 할 것들을 약속하는 자리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러한 약속을 정하는 중요한 자리를 대부분이 살아가는 현장과는 별 관계가 없는 것을 결의하는 것으로 느끼는 듯하다. 그러다 보니 회의에 참석하라는 공문을 보내면 많은 숫자가 위임출석을 하거나 아니면 불참하는 숫자가 늘어나 회의진행자는 회의 정족수 채우기에 연연하는 경우가 많아지는 상황이다.

이러한 단면을 볼 때 공동의 약속이 얼마나 느슨해지고 와해되고 있는지 여실히 드러나는 부분이다. 그런가 하면 회의에서 결의된 내용조차도 현장에서 실행될 때는 느슨하거나 때론 지켜지지 않을 때가 허다하다. 

전산종법사는 "나를 새롭게, 교단을 새롭게, 세상을 새롭게 하라"는 법문을 내렸다. 새롭게 거듭나고자 한다면 먼저 우리가 한 약속이 무엇인지, 지켜야 할 법규들은 어떤 것이 있는지 살펴보고 지키려고 부단히 노력해야만 할 것이다. 

우리가 새롭게 거듭나려면 우리 교법으로 자신의 인생을 바꿔 보겠다는 강한 의지가 있어야 한다. 내 인생을 부처님 인생으로 바꾸려면 부처님으로 살아가는 방법을 일러 준대로 배우고 실천해 가야만 가능할 것이다. 이렇게 사는 길이 교법을 실천하는 길이며, 이 길은 우리가 원불교에 입교하면서 묵시적으로라도 소태산 대종사와 한 약속이기 때문이다. 

지금은 인사기다. 교무들은 '어느 일터로 갈까?', '교도들과는 그간의 정을 어떻게 떼고 갈까?'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어디 가나 '그 일터' 누구와 살아도 '그 공부'가 우리들의 사는 모습이다. 그렇다면 무엇을 고민해야 하는가? 정답은 '법대로 사는 것'이다. 아무리 교당 기관이 커도 법대로 운영하고 법대로 살면 된다고 본다. 그 길이 곧 약속대로 사는 것이기 때문이다.

정산종사는 "성불하고자 하거든 대종사의 교법대로만 수행하고 나의 지도에 순종하라. 법을 알기 전에는 고행도 하고 편벽되이 헤매기도 하지마는 스승을 만나 안 후에는 스승의 지도대로만 하면 되나니라"고 했다.

교법대로 공법대로 스승의 말씀대로 우리가 회의에서 결의한 대로 살아가는 길이 곧 합력하는 길이요, 약속을 잘 지키는 길이며, '나를 새롭게, 교단을 새롭게, 세상을 새롭게'해가는 첩경이 아닌가 한다.

/영산선학대학교 총장

[2018년 1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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