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사상연구원, 함석헌학회
공동학술대회, 종교와 평화

[원불교신문=정성헌 기자] 종교와 평화라는 단어는 묘한 조합이다. 세상의 정의와 평화를 위해 헌신했던 대부분 역사적 사례에는 종교가 존재했지만, 역설적이게도 그 정의와 평화를 쟁취한다는 목적아래 자행됐던 전쟁과 학살, 분열의 역사적 중심에도 종교가 자리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광대학교 원불교사상연구원과 함석헌학회, 함석헌평화연구소가 11월23일 개최한 공동학술대회에서는 이러한 '종교와 평화'를 주제로 배용하 논산평화누림메노나이트교회 대표목사의 '운동으로서의 메노나이트 평화사상', 이상은 함석헌평화연구소 연구원의 '한국종교의 자본화된 권력비판과 평화', 윤정현 성공회 신부의 '다석 유영모의 생애와 씨알사상' 학술발표가 진행됐다.

배용하 목사는 "전쟁에 대한 교회의 타협은 2세기 말에 시작됐는데, 소위 평화교회 전통 외에는 전쟁 참여를 금하는 어떤 공식적 신조도 없이 국가간 전쟁이 일어나면 교회들은 당연하다는 듯이 교회 사역의 일부로 전쟁을 보조하는 데 적극적인 역할을 했다"며 역대 교회들이 자행한 전쟁에는 교회 이권 속에 나온 잘못된 성서 해석의 사례들을 짚었다.

이상은 연구원은 자본화된 교회, 교회 세습문제, 교역자 도덕성 문제 등 더 이상 평화를 추구하는 종교의 모습을 잃어버린 현대 교회의 부조리를 강도높게 비판했다. 

그는 "일부가 아닌 많은 교역자들의 낮은 도덕성, 권위적이고 위계적인 태도, 덜 떨어진 공감능력, 양의 탈을 쓴 늑대의 교만함, 미숙한 인성, 인성과 구분된 신앙 등 어떠한 말로도 현재 교역자들을 표현하기 부족할 지경이다"며 교역자들이 본래 성서의 가르침으로 돌아가기를 촉구했다.

윤정현 신부는 평화를 지향하는 종교적 한계를 일찍 깨닫고 평생을 하느님 씨알로 올곧게 살았던 다석 류영모의 생애를 소개했다.

그는 "동양사상을 깊이 이해하고 온 몸으로 체득한 다석은 '무지의 앎'과 '반야의 지(知)'의 입장에서 무(無)뿐만 아니라 유(有)를 이해한 사상가이다. 다석은 유와 무를 서로 보완하고 조화시켜 태극과 무극, 공과 태공, 허와 태허의 관계 속에서 절대를 보고 그 속에서 이해한 절대자가 '없이 계신 하느님'이다"며 "이러한 동양적인 사유 속에서 이해된 하느님은 일반적으로 그리스도인들이 아는 신론과는 다르고, 전통적인 그리스도교 교리와 거리가 멀지만 동서양 사상을 아우르는 사고를 할 수 있었다"고 평했다.

[2018년 12월7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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