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불교신문=임병학 교수] 서품 15장에서 밝힌 미래의 불법은 크게는 2가지이고, 나누면 4가지로 요약된다. 첫째는 사·농·공·상을 여의지 않는 불법이고, 둘째는 재가 출가의 공부하는 불법이고, 셋째는 우주 만물 허공 법계를 다 부처로 알게 돼 일과 공부가 따로 있지 아니하고, 넷째는 불공하는 이의 일과 원을 따라 그 불공하는 처소와 부처가 있게 된다는 것이다.

첫째와 둘째는 불법과 세속이 둘이 아니라는 성속일여를 밝힌 것이라면, 셋째와 넷째는 형상에 메인 대상적 신관에 대한 경계이다. 이를 〈주역〉의 18번째 괘인 산풍고괘(山風蠱卦)로 만나고자 한다. 산풍고괘의 고(蠱)는 충(虫)과 명(皿)이고, 단사(彖辭)에서는 '고는 일이다(고자 사야, 蠱者 事也)'라고 해, 좀벌레나 독이 아니라 마음의 그릇에 하늘의 일을 담고 있다는 의미이다. 또 대상사(大象辭)에서는 "사람들을 일으켜 세워 덕을 기르게 한다.(진민육덕, 振民育德)"라고 해, 사람들이 덕을 기를 수 있도록 하늘의 일을 한다는 의미가 있다.

먼저 성속일여를 만나면, 고괘(蠱卦) 초효에서는 '아버지의 일을 주관하니 자식이 있으면 죽은 아비가 허물이 없다'라고 해, 간부지고(幹父之蠱)를 논하고, 이효에서는 '어머니의 일을 주관함은 중도를 얻은 것이다'라고 해, 간모지고(幹母之蠱)를 논하고 있다. 여기서 간부지고의 일은 하늘로 성인의 일이고, 간모지고의 일은 땅으로 세속의 일을 의미한다. 즉, 하늘과 땅을 대표하는 천지부모의 일을 주관하는 것으로, 도학과 과학을 병진하는 것이다.

다음 대상적 신관의 경계를 만나면, 상구(上九)에서는 "왕후를 섬기지 않고 그 일을 높이 숭상한다(불사왕후, 고상기사, 不事王侯, 高尙其事). 상에서 말하기를 불사왕후는 뜻이 법칙에 옳은 것이다(상왈불사왕후 지가칙야, 象曰不事王侯, 志可則也)"라고 해, 세상의 왕후(王侯)를 섬기지 않고 하늘의 일을 높이 숭상하는 것은 하늘의 법칙에 맞는 것이라 했다.

이는 15장에서 말씀한 '한갓 국한된 불상에만 귀의하지 않고 우주 만물 허공법계를 부처로 알고'와 같은 것으로, 하늘에 대한 믿음은 대상적 존재에 있지 않고 뜻에 있음을 밝힌 것이다. 대상적 신관은 돌이나 나무, 금속 등으로 만들어져 대상으로 있는 형상을 부처나 예수, 신이라고 믿는 것이다. 대상으로 존재하는 것은 형상일 뿐 그것이 신이 될 수 없는데, 우리는 그 형상을 받들어 모시는 우상숭배에 빠져 우리의 종교적 삶을 왜곡하고 있다. 

소태산은 "그대는 나를 믿을 때에 나의 도덕을 보고 믿을지언정 어디에 의지하는 마음으로 믿지는 말라"라고 해, 이것을 철저히 경계했으며, '일원상 서원문'에서도 형상 있는 것에 빠지지 않고, 형상 없는 허공법계를 체 받아서 합해야 한다고 했다.

자신의 신령스러운 법신불을 버리고 대상의 신에 빠지는 순간 종교적 신심은 왜곡되고, 타락하게 된다. 우리 교법은 법신불에게 기도하고 허공법계에 인증을 받는 데에 있음을 놓치지 말아야 한다. 참다운 진리는 나를 자유롭게 한다. 

/원광대학교·도안교당

[2018년 12월14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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